4_사회학
투자자와 주식시장 사이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라고 아이작 뉴턴은 말했다. 그 시대 위대한 지성의 겸손한 고백이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뉴턴이 그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곧 얘기하겠지만, 지적 거인 역시 인간이었던 것이다.
1720년 2월, 뉴턴은 사우스시회사(South Sea Company)의 주식에 그가 가진 상당한 재산에서 약간을 투자했다. 1711년 설립된 영국의 이 주식합자회사는, 스페인 계승전쟁의 결과 맺어진 조약에 따라 스페인의 남미 식민지와 독점 무역권을 부여받았다.
석 달 후 뉴턴의 주식 가치는 세 배가 되었고, 뉴턴은 팔기로 결심했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모든 일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뉴턴은 사우스시를 계속 지켜보았고, 주식을 계속 보유한 그의 친구들이 점점 더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속앓이를 했다. 뉴턴은 더 이상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는 사우스시에 다시 투자했고, 300파운드에 팔았던 주식을 사는데 이번에는 700파운드를 지불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약간의 돈이 아니라 그가 가진 재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했다.
11월이 되자 모든 것이 끝났다. '사우스시 버블'이 터진 것이다. 극심한 열병처럼 주식 투기는 빠르게 왔다 가버렸다. 뉴턴은 겨우 주당 100파운드 수준에서 모든 주식을 간신히 처분할 수 있었다. 확실한 급여가 보장된 조폐국 장관 지위를 얻지 못했다면 뉴턴은 남은 인생을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하게 보내야 했을 것이다.
p.108
이제 우리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찰스 맥케이가 말한 것처럼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반짝 거품과 폭락을 일으키는 제멋대로인 비이성적 투자자들이 모인 곳인가? 아니면 프랜시스 골턴이 말한 것처럼 놀랍게도 올바른 예측을 해내는 가축 품평회 참가자들인가? 그 답은 상황의존적이다. 다시 말해, 어떤 상황이냐에 달려있다.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종합하는 인센티브 기반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다양성 수준과 참가자들의 독립성이다. 만약 주식시장에 다양성이 충분하고, 더 중요한 것으로 참가자들의 의사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시장은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 서로위키는 일부 비합리적인 투자자들의 존재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의미하는 걸 상기시킨다. 실제로 효율적 시장가설 지지자들은 시장효율성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중의 지혜'라는 개념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독립성이 훼손되면 어떻게 될까? 시장 참가자들의 의사결정이 독립적이지 않고, 하나의 의견으로 합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다양성을 잃고, 이에 따라 최적의 답을 찾을 가능성도 잃게 된다. 만약 다양성이 집단의 문제해결 과정의 핵심이라면, 다양성의 실패로 집단은 최적화되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다양성 실패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가져온다.
과학자들은 이제 다양성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래의 투자(More Than You Know)>와 <판단의 버릇(Think Twice)> 두 권의 책을 쓴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다양성 실패로 이어지는 정보폭포(information cascades)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발생한다. 이 정보폭포가 경제의 붐, 유행, 패션, 시장 붕괴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p.130, 131
지난 수년간 사회적 동조에 관한 많은 논문이 발표되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회심리학 실험은 1940년대에 솔로몬 애쉬가 진행했던 집단 압력 하의 동조 연구일 것이다.
애쉬는 먼저 8명의 개인들로 이루어진 여러 집단을 구성했다. 각 집단에게는 매우 쉬운 문제가 주어졌다. 실험을 위해 가운데를 기준으로 반으로 나뉜 종이판을 여러 장 준비했다. 종이판의 왼쪽에는 선이 하나 그려졌다. 종이판의 오른쪽에는 길이가 각기 다른 세 개의 선이 그려져 있는데, 그중 하나의 선만 왼쪽에 그려진 선과 길이가 같게 그려놓았다. 이제 8명의 집단 구성원들에게 차례대로, 오른쪽 세 개의 선 중 왼쪽에 그려진 선과 동일한 길이의 선을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처음 몇 번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런 다음 갑자기 8명의 참가자들 중 앞의 7명이 (이 7명은 사실 나머지 한 명을 속이기 위해 사전에 실험에 관해 미리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이다) 왼편에 있는 선과 분명히 다른 선을 오른편에서 선택한다. 애쉬는 진짜 실험 대상인 나머지 한 명이 어떻게 응답하는지 살펴보길 원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여러 집단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떤 집단들에서는 한 명의 실험 대상자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답을 고수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3의 집단들에서는 한 명의 실험 대상자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답을 버리고, 앞의 일곱 사람들이 일부러 틀리게 말한 답을 선택했다. 집단의 의사 결정에 순응해 자신의 결정을 바꾼 것이다. 애쉬가 발견한 것은, 눈에 띄게 형편없는 것일지라도, 집단의 결정이 개인들의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p. 133
대참사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참사의 주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럼으로써 다음번 참사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면서 약간의 위안이나마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특정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가장 좋다. 하지만 주된 원인을 찾는 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생물학, 지질학, 경제학분야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사건들이 하나의 대형 사건이 원인이 되어 촉발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믿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여러 작은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눈사태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믿는다. 덴마크 이론물리학자 페르 박은 시스템이 어떻게 자기조기화 임계성(self-organized criticality)이라 불리는 행동을 하는지에 관한 포괄적 이론을 개발했다.
페르 박에 따르면, 수백만 개의 상호작용하는 부분들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계는 하나의 재앙적 사건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작은 사건들의 연쇄반응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 자기임계성(self-criticality)이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페르 박은 모래더미 은유를 자주 사용한다.
평편한 큰 탁자에 모래 알갱이를 하나씩 떨어뜨릴 수 있는 장치를 상상해 보자. 처음에는 모래가 탁자에 퍼지다가 조그만 모래더미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모래 알갱이 하나가 다른 모래 알갱이 위에 떨어져 포개지면서 모래더미는 계속 높아지고 사방으로 완만한 경사를 만든다. 마침내 모래더미는 계속 높아지고 사방으로 완만한 경사를 만든다. 마침내 모래더미는 더 이상 높아지지 못할 수준까지 커질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새로운 모래 알갱이들이 꼭대기에 더해지는 만큼 모래더미는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게 된다. 페르 박의 비유에 따르면, 누군가 모래 알갱이들을 모래더미의 특정 위치에 일부러 배치하지 않았음에도 모래더미가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모래더미는 자기조직화된 것이다. 각각의 모래 알갱이들은 서로 맞물려 셀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 모래더미가 더 이상 높아지지 못할 수준에 도달할 때, 그 모래더미는 임계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금방이라도 급변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 모래 알갱이 하나가 모래더미에 더해지면, 그 알갱이 하나로 인해 모래더미들이 모래더미의 경사면을 따라 굴러내려 오면서 모래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굴러 떨어지는 알갱이들은 안정적인 위치에 도달하면 멈추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계속 굴러 떨어지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다른 모래알갱이들과 부딪쳐 더 많은 알갱이들을 더 멀리 흘러내리게 만들 것이다. 불안정한 모래 알갱이들이 모두 떨어질 수 있는 데까지 다 떨어지고 나서야 모래사태는 멈춘다. 모래사태로 모래더미의 형태가 평평해졌다면, 우리는 그 모래더미가 임계치 이하로 내려간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모래가 더해지면 경사는 다시 증가한다.
페르 박의 모래더미 은유는 우리가 여러 다른 시스템들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연계나 사회체계에서 모두 이와 같은 동역학을 관찰할 수 있다. 전체 시스템은 스스로를 임계지점까지 조직화하는 서로 맞물린 하위시스템 층으로 나뉘고, 어떤 경우에는 심하게 쪼개지고 나중에 다시 재조직화된다. 주식시장도 그런 시스템인가? 페르 박은 확실히 그렇다고 말한다.
p.134, 135
이 시점에서 페르 박의 자기조직화 임계성 개념이 모래사태의 전체적 움직임은 설명하지만, 특정한 모래사태가 언제 일어날지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으로는 개별 모래사태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다. 아직 나오지 않은 어떤 다른 과학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사실 때문에 페르 박 연구의 중요성이 줄어들진 않는다. 실제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필 앤더슨과 산타페 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를 포함해 여러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자기조직화 임계성에 대한 페르 박의 작업을 복잡적응계의 동작 방식에 관한 믿을 만한 설명으로 인정한다. 앤더슨과 아서는 자기조직계(self-organizing systems)는 불안정한 변동성에 지배받기 쉬우며, 불안정성은 경제 시스템의 피할 수 없는 특징이라고 인정한다.
p.137
-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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