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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투자조언) "손실 회피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반면 평가 주기는 바꿀 수 있는 정책적 선택이다. 최소한 원리적으로는 그렇다." -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

by 고니과장 2019. 10. 26.

5_심리학
투자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1안) 200명의 사람을 확실히 살리는 것과 2안) 600명의 사람들을 살릴 확률이 1/3, 모두 사망할 확률이 2/3인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응답자들은 압도적으로 1안을 선택했다. 다음에는 사람들에게 1안) 400명의 사람들이 확실하게 죽는 것과 2안) 600명의 사람들이 사망할 확률이 2/3,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인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이번에는 응답자들이 압도적으로 2안을 선택하였다. 수학적으로 보면 청므 제시된 문제와 두 번째 제시된 문제는 동일하다. 한 문제에서 살린 사람의 숫자는 다른 문제에서 죽지 않은 사람의 숫자와 같다.
요컨대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이득이 기대되는 의사결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반면, 명백한 손실이 보이는 의사결정에서는 위험을 추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효용이론에서는 가치가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자산에 매겨진다. 반면 손실 회피라는 개념이 핵심인 전망이론에서는 가치는 이득과 손실에 매겨진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단지 부의 마지막 크기만 보지 않고 부에 기여한 이득의 증가분과 손실의 증가분을 함께 본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망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사람들이 실제로 손실의 회피한다는 것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정확히 같은 크기의 손실과 이득에 대해, 이득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보았을 때 느끼는 고통이 두 배에서 두 배 반 이상 더 크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전망이론에 포함되어 이제는 손실 회피라고 널리 알려진 이 개념은 결국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기본 가정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p.150


심리회계는 사람들이 금전적인 결과를 심리적으로 코드화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탈러는 설명한다. 탈러는 폴 새뮤얼슨이 처음 고안했던 오래된 문제를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963년 새뮤얼슨은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기를 받아들일 것인지 물어보았다. 내기는 50%의 확률로 200달러를 따거나, 50%의 확률로 100달러를 잃는 것이다. 둉로는 정중하게 내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매번 결과를 지켜볼 필요없이 그 게임을 100번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거꾸로 제안했다. 이 역제안으로부터 탈러와 버내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새뮤얼슨의 동료는 두 가지 조건을 덧붙여 그 내기를 받아들였다. 하나는 시간의 지평을 늘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주식투자에 그대로 옮겨 적용해보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할 수록 더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 결과를 너무 자주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매일 포트폴리오를 확인한다면, 당신은 매일의 주가 변동을 지켜보며 걱정하게 될 것이다. 주가 확인을 오랫동안 미룰수록 당신은 변동성에 덜 마주하게 되고, 당신의 선택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해 투자자가 주식 보유 위험을 감당하지 못하게 만드는 두 요인은 손실 회피와 빈번한 평가다. 탈러와 버내치는 손실 회피와 투자 성과를 확인하는 빈도를 함께 나타내기 위해 '근시안적 손실 회피'라는 용어를 고안했다.

p.152, 153


탈러와 버내치는 이렇게 설명한다. "손실 회피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반면 평가 주기는 바꿀 수 있는 정책적 선택이다. 최소한 원리적으로는 그렇다."

p.154


벤저민 그레이엄은 두 권의 투자 고전 <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를 통해 3세대에 걸쳐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에서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왔다. 그의 가치투자 전략은 과장없이 얘기해서 수십만 명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선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투자의 심리학에 관한 그의 사상은 종종 간과되어 왔다.
그레이엄은 사람들에게 투자와 투기의 핵심적인 차이를 이해시키는데 강의와 저술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에는 투자와 투기에 대한 단순한 정의를 넘어서는 깊은 지혜가 담겨있다. 그레이엄은 우리 모두가 주식은 투자적인 특성과 투기적인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주가의 방향이 궁극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실적에 의해 결정되리라는 것은 물론, "헛된 희망과 공포, 탐욕 앞에 무릎 꿇고 결국 투기나 도박에 빠져드는 인간의 뿌리깊은 본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주가는 비이성적이고 위아애로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아야 한다.
투자자라면 시장의 등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그레이엄은 주의를 준다. 금전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심리적 수단을 가져야 한다. 적절한 대응이란 무엇일까? 그레이엄은 기업체 소유자가 탐탁치 않은 가격을 제안받았을 때 응당 했을 법한 방식으로 투자자도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그 가격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한다. "보유한 주식의 이유 없는 주가하락에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성급하게 대응하는 투자자는 거꾸로 자신의 기본적 장점을 기본적 단점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런 투자자에게는 보유한 주식에 대해 시세가 전혀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그가 겪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이 '정신적 고통'에 관해 호소력있게 설명해 놓은 부분이 바로, 근시안적 손실 회피가 가져오는 신체적 정서적 약화 효과와 다르지 않다. 탈러와 버내치의 논문이 나오기 45년 전에 이미 그레이엄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p.156, 157


1997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행동경제학자인 테런스 오딘은 <투자자들은 왜 너무도 빈번하게 거래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1만 명의 익명 투자자들의 성과를 검토했다.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의 기간에 대해, 오딘은 주요 할인중개회사의 고객 중 무작위로 선정된 1만 개의 고객계좌에 대해 9만 7,483개의 거래를 추적했다. 그가 알아낸 첫 번째 사실은 투자자들이 매년 포트폴리오의 거의 80%에 대항하는 종목을 팔고 다시 샀다는 것이다(78%의 회전율). 다음으로 그는 해당 포트폴리오들을 세 기간(4개월, 1년, 2년)별로 시장 평균과 비교해 보았다. 모든 경우에 두 가지 놀라운 추세가 발견되었다. 1) 투자자들이 산 주식은 지속적으로 시장에 뒤졌고, 2) 투자자들이 판 주식은 시장을 이겼다.
오딘은 더 깊이 들여다 보았는데, 후속 연구에서 그는 6만 6,465가구의 거래 형태와 성과 자료를 살펴보았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재무 담당 교수인 브래드 바버와 함께 쓴 <거래는 당신의 재산을 위험하게 한다>라는 논문에서 오딘은 빈번하게 거래하는 사람드롸 드물게 거래하는 사람들의 자료를 비교하였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사람들이 가장 나쁜 결과를 얻은 반면 가장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었음을 발견했다. 여기서 교훈은 근시안적 손실 회피를 가장 못 견딘 사람들이 주식을 팔아서 고통을 벗어나려 하는데, 그런 자연스런 충동에 저항하여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사람들보다 성과가 훨씬 나쁘다는 것이다.

p.158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딘 프루이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소위 '월터 미티'처럼 행동하는 경향(월터 미티 효과)이 있다.
월터 미티는 제임스 서버의 단편 소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소설은 1939년 <뉴요커>지에 처음 실렸고, 1947년 대디 케이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월터 미티는 고압적인 부인에 주눅 들어 사는 온순한 사내다. 용감한 영웅으로 마술처럼 변신하는 몽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누라의 독설에 벌벌 떨다가도, 다음 순간 혼자서 미션을 수행하는 대담한 폭격기 조종사가 되곤 한다.
프루이트은 투자자들은 월터 미티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처럼 주식시장에 대응한다고 믿는다. 시장이 평온할 때, 사람들은 용감해지고 많은 위험을 기꺼이 수용한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하면 재빨리 출구를 찾아 몰려간다. 그래서 당신이 투자자들에게 직접 그들의 위험 감내 수준을 말해달라고 요청하면, 상승장에서는 대담한 폭격기 조종사처럼 대답하다가도 하락장에서는 마누라에게 쥐여사는 공처가처럼 대답할 수 있다.

p.161


<믿음의 탄생>이란 책에서, 셔머는 미신적 사고는 잘못된 패턴 찾기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믿음은 이성적 사고를 앞선다. 두뇌는 자동적으로 패턴을 찾는 '믿음 엔진'이다. 패턴이 먼저 발견되고 뒤이어 의미가 부여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를 찾고, 믿음과 상충하는 정보는 무시한다. 셔머는 이것을 '믿음이 만들어낸 현실'이라 부른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진부한 문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셔머에 따르면, 우리가 가진 믿음이 우리가 무엇을 볼지 결정한다.
셔머가 얘기한 미신적 사고와 믿음 엔진을 생각하면,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오랜 진화과정은 우리가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 극도로 불편하고 불안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때문에 그런 불안감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음의 이성적인 부분은 내일의 주가나 다음 주의 주가를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전문가의 예측을 믿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직면하는 알지 못한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p.168


모든 투자자들은 자신이 내린 나쁜 결정을 전혀 알아차리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주식시장과 투자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의 부조리함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오판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것은 꼼꼼이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이이다.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p.174


-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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