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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성장주 투자

의료기기 섹터 투자 전략

by 고니과장 2023. 4. 2.

글로벌 의료기기 3대 투자 전략

투자전략 1. 업계 1등 기업에 투자하라

의료기기 산업은 9대 이해관계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 시스템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등장했을 때 그 기술이나 제품 자체가 얼마나 혁신적인가는 크게 의미가 없다. 그 제품들이 9대 이해관계자의 미충족 수요를 맞출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그렇게 돼야 비로소 혁신이 진행된다. 따라서 의료기기 산업은 매우 긴 호흡으로 혁신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특허 기간에 맞춰 대략적인 매출 추정이 가능한 신약과 달리, 혁신 의료기기는 매출 추정이 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의료기기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투자 전략은 해당 분야의 1등 기업에 주목하는 것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그 생태계의 작동원리를 고려할 때 '기존 기업이 신규 기업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더 유리한 측면이 크다.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의료기기 산업의 혁신을 고려할 때 그 시간을 버틸 체력이나 기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신생기업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 혁신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산업은 후발주자가 유리하다. 그러나 시스템 기반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의료기기 산업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급격하게 시장침투가 진행되는 일은 드물다. 같은 헬스케어 업종인 의약품보다도 느리다.

  • 대표적인 예가 복강경 로봇수술이다. 여러 도전자가 등장했지만 거의 20년 가까이 복강경 로봇수술 시장은 인튜이티브서지컬(ISRG)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중심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켜야지만 시장침투가 가능한 의료기기 특성을 고려할 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는 임상 데이터가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 또 다른 사례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이 있다. 이 시술이 시도된 것은 2000년대인데 저위험 환자에게까지 쓸 수 있도록 확대된 것은 2019녀부터다. 그것도 2021년 12월 기준 전 세계에서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스(EW)와 메드트로닉(MDT) 단 두 기업만 허가를 받았다. 이 두 기업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며 실세계 데이터를 더욱 쌓아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기업은 저위험 환자 시장에 아직 진입할 수 없다.

이처럼 새로운 의료기기는 시장에 서서히 침투한다. 대신 한번 침투에 성공해서 자리를 잡으면 그 지위는 매우 공고해진다. 게다가 의약품처럼 주요 특허 만료 시 복제의약품이나 신약의 등장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제품의 성능이 개량되는 형태로 혁신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주가변동성이 큰 글로벌 상위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와 달리 글로벌 1등 의료기기 기업들의 주가는 상당히 견조하게 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신생기업보다 1등 기업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투자전략 2. 신생기업에 투자하겠다면 비즈니스 모델과 자금조달 능력을 확인하자

의료기기 산업의 혁신은 거대 시스템을 구성하는 9대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 때 진행된다. 그런 점에서 기존 기업이 신생기업보다 유리하다. 그렇다면 신생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보통 신생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세상에 없던 혁신기술과 같은 기술 차별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 어렵다. 아무리 혁신적이고 좋은 기술이라도 임상 현장과 시장에서 쓰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산업 시스템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그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조달 능력까지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생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기존 기업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은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9대 이해관계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3대 이해관계자(건강보험, 병원, 글로벌 대형기업)를 만족시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신생기업일수록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끝이 아니라 그 기술을 바탕을 건강보험, 병원, 글로벌 대형기업의 미충족 수요를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항상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금조달 능력이다. 특히 신생기업은 매출이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비용이 더 많으므로 영업적자 상태에 놓이게 되고 또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더라도 그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되고 고도화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식이든 채권이든 자금조달 능력이 필요하다.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투자전략 3. 혁신기술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미국은 단일 시장으로 의료기기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보다 훨씬 대단한 시장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섹터에서 시가총액 기준 15개 기업의 미국 매출 비중은 평균적으로 48%를 차지한다. 이 정도 기업이 되려면 미국 매출은 필수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가 매우 힘들다. 로슈는 미국 매출 비중이 가장 작다고 하는데도 28%에 달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혁신기술을 활용한 혁신기업일 경우 미국 매출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의 미국 매출 비중은 평균적으로 96%에 달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서 의미가 크면서 또한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1. 첫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2. 둘째, 미국의 보험 제도 때문이다.
  3. 셋째, 모든 면에서 의료 산업을 주도하는 소프트 파워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의료기기 섹터에 투자할 때 반드시 미국에서 탄생하는 혁신기업에 주목하고 시장침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결국 미국을 제패하는 기업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것이다.


- 김충현 <글로벌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 투자 전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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