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섹터의 특징 및 3대 유망 영역
1. 의료기기 섹터의 특징 (vs 바이오 섹터)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성에 믿음이 있다면 의료기기는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영역이다. 의료기기 섹터는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성장성과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S&P500 구성 세부지수의 2010년 1월 이후 지난 11년간 주가상승률을 확인해 보면, 전체 주식시장보다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섹터가 7개 있다. 그중 하나가 의료기기 섹터로, 시장에서 매우 높은 성장성을 지닌 섹터로 평가받아왔다.
그리고 바이오 섹터와 비교하자면, 의료기기 섹터는 바이오보다 주가상승률이 더 높다. 게다가 주가 추이를 보면 변동성도 크지 않다. 미래 성장산업인 헬스케어 산업에서 바이오보다 변동성이 작으면서 주가상승률은 크다면 의료기기 섹터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의료기기의 어떤 특성이 바이오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여기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 특허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
- 의료기기를 선택할 권한을 가진 의사
- 신제품 출시 빈도와 가능성
(1) 특허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
바이오 섹터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종료되면 복제약이 시장에 침투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의료기기는 특허가 만료됐다고 해서 바이오 섹터처럼 주가나 매출이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허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의료기기는 기기 형태로 제조가 되다 보니 복합특허로 구성된 것이 이러한 차이를 나타내는 요인이 된 것이다. 즉 의료기기는 주요 특허 만료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바이오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2) 의료기기를 선택할 권한을 가진 의사
의사들은 새로운 기술과 스펙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가졌는지, 어떤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것을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의료기기라는 의미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기존 제품이 새로운 제품보다 마냥 불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제품이 유리한 경우가 더 많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의사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꾸준하게 오래 사용될 수 있다. 의사와의 강력한 연결성으로 의료기기는 변동성을 낮추며 강력한 해자를 형성할 수 있다.
(3) 신제품 출시 빈도와 가능성
신약 개발은 굉장히 어렵다. 평균적으로 임상 1상부터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7.9%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의료기기는 신약과 달리 신제품 개발이 쉽다. 다시 말하면 의료기기는 신약처럼 한 방에 블록버스터(연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인 의약품)가 가능한 경우는 많지 않지만 더 많은 품목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MDT)을 보면 거의 분기마다 1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결론
정리하면, (1) 기기적 특성으로 인한 복합특허, (2) 의사와의 관계, (3) 신제품 출시의 빈도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헬스케어 산업 내에서 바이오보다 변동성이 적으면서 주가상승률은 높을 수 있었다.
2. 의료기기 산업의 3대 유망 영역
그렇다면 의료기기 산업에서 어떤 영역이 유망할까? 의료기기는 굉장히 복잡한 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가면 이것이 유망하다고 하고 저기에 가면 저것이 유망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망 영역을 찾아야 할까? 의료기기 산업은 9개의 이해관계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술 그 자체로는 시스템 내에서 어떤 혁신도 일으킬 수 없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유망 영역을 찾는 합리적인 방법은 헬스케어 산업 내에서 의약품으로 개발이 어렵거나 의약품보다 효용이 큰 분야가 어디 일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크게 다음 세 가지 분야를 꼽을 수 있다.
- 비가역적 질병
- 비용 절감
- 삶의 질 개선
1. 비가역적 질병
치료영역에서 의료기기가 의약품보다 효용이 큰 영역이 바로 비가역적 질병이다. 이런 영역에서는 의료기기가 매우 활용도가 높다.
- 대표적인 영역이 심장이다. 인공 판막, 제세동기, 페이스메이커, 스텐트, 좌심실보조장치 등의 의료기기를 활용해 심장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는 식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심장 질환은 암과 더불어 선진국의 압도적인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관련 시장이 크다. 따라서 심장 질환은 의료기기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기업들의 가장 큰 사업 부문은 대부분 심장과 관련이 있다.
- 또 다른 비가역적 질병의 영역은 정형외과다. 노후한 관절은 인공관절로 대체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경쟁 심화로 인한 인공관절 가격 하락과 관절 치료제 개발이 늘어나면서 인공관절 시장의 성장률은 다른 세부시장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로봇수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관절 업체는 인공관절과 수술로봇을 패키지화해 가격을 방어하고 다른 인공관절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도록 전환비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같은 논리로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도 비가역적 질병으로 볼 수 있다. 뇌에 전극을 심고 전기자극을 주어 파킨슨병과 같은 이상운동장애를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이나, 만성통증 치료를 위해 허리나 엉덩이 부근에 전기자극기를 이식해 척수와 뇌 사이를 이동하는 통증 신호를 방해하는 척수신경자극술이 대표적인 신경조절 치료다. 세계 1위 기업인 메드트로닉(MDT)의 이 분야 매출은 연간 16억 달러에 달한다.
2. 비용 절감
많은 사람이 고령화(의료수요 증가)를 의료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꼽는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는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데 공보험이든 민간보험이든 의료비용 상승은 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요가 증가해서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은 반만 맞다.
고령화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투자 아이디어는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방법론이 부각된다'가 더 합리적이다. 건강보험이나 개인의 재정에 부담이 되는 신약과 달리 의료기기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효용이 있다.
- 대표적인 형태가 조기진단과 동반진단이다.
- 또 다른 비용 절감의 사례는 최소침습 치료다. 로봇수술이 대표적이다. 최소침습 치료의 장점 중 하나는 절개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입원비가 비싼 국가에서는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3. 삶의 질 개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만성질환과 미용이다.
-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특정 생체지표를 일상생활에서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때 의료기기가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 미용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최소침습 미용기기와 투명교정 같은 에스테틱 덴티스트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의약품으로 효용을 주기 어려운 분야를 고민해보면 의료기기 산업의 유망 영역을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다.
- 김충현 <글로벌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 투자 전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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