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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워런 버핏의 실수 사례 그리고 교훈

by 고니과장 2023. 4. 15.

워런 버핏의 실수 사례 그리고 교훈

 

1.

나의 첫 번째 실수는 버크셔의 지배주주가 된 것입니다. 나는 직물사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싼 가격에 혹해서 샀습니다. 나의 초창기에는 이렇게 싼 가격에 사면 꽤 괜찮은 수익이 나왔으니까요. 그러나 1965년에 산 버크셔에 대해서는 이 전략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주식을 아주 싼 가격에 사면, 그 기업의 장기 실적이 형편없더라도 대개 근사한 이익을 남기고 팔 기회가 옵니다. 나는 이것을 '담배꽁초 투자 기법'이라고 부릅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한 모금만 남은 꽁초는 하찮은 존재이지만 '싼 가격' 덕분에 이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산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기법을 쓰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 첫째, 처음에는 싼 가격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십중팔구 싸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난국에 처한 회사는 한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다른 문제가 등장합니다. 주방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띈다면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 둘째, 처음에 싼 가격에서 얻은 이점은 낮은 수익률 때문에 곧바로 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 달러에 되팔거나 청산할 수 있는 기업을 800만 달러에 샀을 때 즉시 팔거나 청산하면 높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투자 금액의 겨우 몇 퍼센트만 벌면서 보유했다가 1,000만 달러에 판다면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올 것입니다.

시간은 훌륭한 기업에는 친구이지만, 신통치 않은 기업에는 적입니다.

 

2.

이 원칙이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어렵게 배워야 했습니다. 사실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배웠습니다. 버크셔를 인수한 직후, 나는 볼티모어 소재 백화점 호크실드 콘도 인수했습니다. 다이버시파이드 리테일링이라는 회사를 통해서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나중에 버크셔에 합병되었습니다. 호크실드 콘은 장부가보다도 훨씬 싼 가격이었고, 사람들이 일류였으며, 다른 덤도 있었습니다. 장부에 누락된 부동산이 있었고, 후입선출법 재고자산에 상당한 여유 금액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나요? 그러나 3년 뒤에 운이 좋아 대략 산 가격에 간신히 되팔 수 있었습니다. 

나는 싼 가격에 혹해서 저지른 실수를 더 열거할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적당한 기업을 싼값에 사는 것보다 훌륭한 기업을 공정한 가격에 사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찰리는 이 사실을 일찌감치 이해했지만 나는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수할 기업이나 주식을 찾을 때 일류 경영자가 있는 일류 기업을 탐색합니다.

 

3.

이에 대해서 우리가 즉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좋은 기수는 좋은 말을 타면 성적이 좋지만, 쇠약한 조랑말을 타면 별수 없다는 것입니다. 버크셔와 호크실드 콘 둘 다 유능하고 정직한 경영자가 운영을 맡았습니다. 이 경영자들이 경제성 좋은 기업을 운영했다면 훌륭한 실적을 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기업을 운영해서 절대 좋은 실적을 낼 수 없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탁월한 경영자와 경제성 나쁜 부실기업이 맞붙으면 이기는 쪽은 부실기업입니다. 내가 이런 사례를 부지런히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4.

추가로 얻은 교훈은 서두르지 말라는 것입니다. 25년 동안 수없이 다양한 기업들을 사서 관리해보았지만, 찰리와 나는 까다로운 사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은 까다로운 문제들을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2m 높이 장애물 대신 30㎝ 높이 장애물만 골라서 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쉬운 상대만 고르는 방식이 불공정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업이든 투자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쉽고 명확한 문제에만 집중하는 편이 훨씬 실속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어려운 문제와 맞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버펄로 이브닝 뉴스를 시작했을 때가 그런 사례였습니다. 아니면 탁월한 기업이 심각하지만 해결 가능한 일회성 문제에 직면했을 때 엄청난 기회가 오기도 합니다. 오래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가이코가 그 사례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용을 죽일 때보다 피할 때 실적이 더 좋았습니다.

 

5.

다른 실수도 더 저지르고 나서 나는 좋아하고 신뢰하며 존경하는 사람만을 상대로 사업하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정책을 쓴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경영자가 경제성이 뛰어난 기업을 맡게 되면 기적을 일궈낼 수도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기업의 전망이 아무리 밝아도 우리는 존경할 만한 자질이 부족한 경영자와는 손잡을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나쁜 사람과 거래해서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6.

내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 중에는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회사의 장점을 이해하고서도 사지 않은 실수입니다. 능력범위 밖에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말로 큰 기회를 코앞에서 놓쳤습니다. 그로 인해 손가락을 빨게 된 대가는 나를 포함한 버크셔 주주들에게 너무도 큽니다.


- 워런 버핏 원저, 로렌스 커닝햄 편저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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