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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워런 버핏의 종목 선정 그리고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

by 고니과장 2023. 4. 14.

워런 버핏이 말하는 종목 선정 그리고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

 

1.

우리는 인수할 회사나 투자할 주식을 물색할 때 앞으로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기업이나 산업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도 막강한 경쟁력을 확실하게 유지할 만한 기업을 찾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대박이 터질 수도 있지만 확실성이 부족합니다.

 

강조하건대 미국 시민으로서 찰리와 나는 변화를 환영합니다. 참신한 아이디어, 신상품, 혁신적 공정 등이 미국의 생활 수준을 높여주며, 이는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로서 끓어오르는 산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주 탐사를 보는 관점과 같습니다. 우리는 우주 탐사에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우주선에 타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어느 정도는 변화합니다. 오늘날의 씨즈캔디는 우리가 인수했던 1972년 당시의 씨즈캔디와 여러모로 다릅니다. 판매하는 캔디의 종류도 다르고, 사용하는 기계도 다르며, 유통 경로도 다릅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캔디를 사는 이유와, 다른 기업이 아닌 씨즈캔디에서 사는 이유는 시 가족이 사업을 시작한 지 1920년대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런 이유는 앞으로 20년, 심지어 50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유가증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예측 가능성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를 봅시다.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코카콜라 제품의 열정과 상상력은 로베르토 고이주에타가 경영을 맡으면서 키워낸 성과입니다. 그는 주주들에게 정말이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 주었습니다. 돈 키오와 더글라스 아이베스터의 도움을 받아 로베르토는 다시 생각했고 회사의 면모를 일신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근본은 내내 변함이 없었습니다.

 

최근 나는 코카콜라의 1896년 연차보고서를 읽었습니다. 당시 코카콜라는 이미 청량음료 분야의 선도기업이었지만, 사업 개시 10년차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100년의 청사진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사장 아사 캔들러는 그해 매출액이 14만 8,000달러라고 보고하면서 말했습니다. "코카콜라가 건강과 기분을 증진시키는 탁월한 제품임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강'은 다소 과장이었을지 모르지만, 1세기가 지난 지금도 코카콜라가 캔들러의 기본 테마에 의지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듭니다. 캔들러는 이어 말했습니다. "대중의 기호에 이토록 단단하게 뿌리내린 제품은 둘도 없습니다." 그해 시럽 판매량은 약 44만 리터였고, 1996년 판매량은 약 121억 리터였습니다.

 

2.

코카콜라와 질레트 같은 기업은 '필수소비재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년이나 20년 뒤 이들의 청량음료나 면도기 판매량에 대해서 분석가마다 예측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필수소비재라는 표현이 이들 기업이 계속 수행해야 하는 제조, 유통, 포장, 제품 혁신 등 핵심 업무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는 뜻도 아닙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심지어 가장 강력한 경쟁자조차) 누구나 코카콜라와 질레트가 먼 장래에도 세계 시장을 지배하리라는 예상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지배력은 십중팔구 더 강해질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두 회사 모두 기존의 막대한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였으며, 앞으로 10년 동안에도 같은 실적을 되풀이할 조짐이 역력합니다.

 

물론 성장률 기준으로는 첨단기술산업이나 유치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필수소비재 기업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탁월한 실적을 막연하게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실적을 확실하게 얻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찰리와 나는 필수소비재를 평생 찾아다니더라도 겨우 몇 개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랜 기간 무적의 지위를 누렸던 GM, IBM, 시어스 로벅이 몇 년 전 불러온 충격을 생각해보십시오. 일부 사업이나 산업에서는 선도기업이 거의 절대적인 이점을 확보하며 가장 덩치 큰 기업이 살아남는 현상이 거의 자연법칙으로 확립되는 듯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필수소비재 하나라면, 지금은 잘 나가지만 경쟁에 쉽게 무너지는 사이비는 수십 개나 있습니다. 필수소비재의 요건을 고려할 때 찰리와 나는 '멋진 50 종목(Nifty Fifty'은 물론 심지어 '반짝이는 20 종목(Twinkling Twenty)'조차 절대 찾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포트폴리오의 필수소비재에 '유력 종목' 몇 개를 보탰을 뿐입니다.

 

3.

물론 최고의 기업이라고 해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평가 위험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지금이야말로 필수소비재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종목에 고평가 위험이 발생하는 시기로 생각됩니다. 과열된 시장에 투자하면 흔히 탁월한 기업조차 매입가격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게 됩니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탁월한 기업의 경영진이 탁월한 기반사업을 소홀히 하면서 옆길로 빠져 신통치 않은 기업을 인수할 때 발생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고통받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바로 이런 일이 오래전 코카콜라와 질레트에 있었습니다. 몇십 년 전 코카콜라가 새우 양식을 하고 질레트가 석유 탐사를 했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전반적으로 탁월해 보이는 기업에 투자를 고려할 때 찰리와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초점 상실'입니다. 자만이나 권태에 못 이긴 경영자가 초점을 잃고 방황하면서 기업의 가치가 침체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코카콜라와 질레트에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경영진과 차기 경영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4.

기관투자가든 개인이든 대부분의 투자자는 보수가 가장 싼 인덱스펀드를 통해서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이 방법을 따르면 대다수 투자 전문가보다 높은 실적을 확실하게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손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몇 가지 사항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현명한 투자가 쉬운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한 기업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입니다. '선택한'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십시오. 여러분은 모든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고, 여러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 안에 있는 기업만 평가할 수 있으면 됩니다. 능력범위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능력범위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베타, 효율적 시장,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옵션 가격 결정, 신흥시장 등을 몰라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은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 제시하는 견해가 아닙니다.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교과 과정에는 이런 과목들이 가득 차 있으니까요. 그러나 투자를 배우려면 심화 과정 두 과목만 공부하면 됩니다. '기업을 평가하는 법'과 '시장가격을 바라보는 법'입니다.

 

5.

여러분이 투자하는 목적은 지금부터 10년 뒤와 20년 뒤에 이익이 틀림없이 훨씬 높아질 기업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기업의 지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러분은 이런 기준에 맞는 기업을 몇 개 정도만 발견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기업을 찾으면 여러분은 그 주식을 많이 사야 합니다. 또한 지침을 벗어나려는 유혹도 뿌리쳐야 합니다. 10년 동안 보유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해서는 안 됩니다. 장기간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십시오. 그러면 포트폴리오의 평가액도 장기간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6.

1999년에는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가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한 여러 기업이 작년에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기업들이 보유한 주요 경쟁우위는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믿습니다. 찰리와 나는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믿습니다. 찰리와 나는 장기간 좋은 투자 실적을 낳는 경쟁우위 기업을 간혹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찾아내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적어도 강하게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첨단기술 제품과 서비스가 우리 사회를 바꾸리라는 일반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첨단기술주를 우리가 보유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기술 분야에서 진정한 경쟁우위를 알아보는 통찰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공부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술 분야에 통찰력이 없다고 고민하지 않습니다. 찰리와 내가 자본배분을 하지 못하는 분야는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특허·제조 공정·지질 평가 등은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능력범위 안에서 활동할 때 강점이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의 장기 경제성을 예측하는 일은 우리 능력범위를 훨씬 벗어납니다. 누군가 이런 산업에 대해 예측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주가 움직임으로 이런 예측력을 뒷받침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들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모방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는 분야를 고수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길을 벗어나게 된다면 무심코 벗어나는 것이지, 이성을 버리고 희망에 매달리거나 불안해져서가 아닙니다. 다행히 우리는 능력범위 안에서도 거의 틀림없이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워런 버핏 원저, 로렌스 커닝햄 편저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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