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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시장경제

by 고니과장 2023. 8. 18.

사회주의 시장경제

- 한재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중국은 자본주의 국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는데, 시장경제를 유지한다는 것이 이념상 맞지 않는 것 같은테요? 중국은 실질적으로 자본주의 국가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은 자본주의 국가와 매우 유사하지만,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국가는 아닙니다.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상품 가격이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며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 등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상당 부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유재산에 대한 제한이나 통제가 강하고, 시장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며,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는 동시에 국유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중국의 경제 모델을 '사회주의 시장경제' 라고 부릅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사회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요소를 두루 포함하는 동시에 유가 및 법가의 가치관도 혼합된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개념입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에 시장화 개혁을 도입하기 위해 창안한 개념입니다. 즉, 계획과 시장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며,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성격 때문에 중국형 경제발전 모델을 레닌주의 체제 내지 전통시대부터 내려온
춤좀한 사회관리가 자본주의 시스템과 결합한 짓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본, 즉 돈과 시장이 지배하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한다면, 중국은 그 자본의 지위를 국가 내지 공산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다양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기업에 대한 통제

살펴볼 것은 국유기업의 강력한 영향력과 기업에 대한 통제입니다. 중국은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업과 같은 모습으로 비쳐질 때가 많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수많은 국유기업들이고요. 물론 군사, 에너지 등 안보적인 이유와 국가 기간산업의 독과점적인 성격상 국유기업을 운영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다만 중국은 그 범위가 훨씬 더 넓다는 점이 다릅니다. 통신과 금융처럼 다른 국가에서는 민간 영역인 부문도 중국은 국유기업이 담당합니다. 설령 민간기업이 운영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과 통제력은 절대적입니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문제가 이슈화된 바 있습니다. 기업 활동에 정부 간섭이 너무 심한 것 아니나는 비판을 받는 부분인데, 이것이 사회주의 경제의 속성상 불가피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원래 알리바바, 텐센트등 빅테크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해왔습니다. 아무래도 활력과 기동력이 펼어지는 데다 효율성도 낮은 국유기업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가기는 어렵겠지요?


민간기업들이 다양한 혁신과 아이디어를 통해 성장하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미국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하자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기특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빅테크 기업들이 커져도 너무 커진 겁니다. 엄청난 개인 데이터의 수집에 따른 정보력과 거대한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올린 천문학적인 수입 등은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워왔습니다. 심지어 정부나 공산당의 말을 허투루 여기는 일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죠. 소위 '테크래시(techlash)'현상입니다. 이는 기술(technology) 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과도하게 커진 빅테크 기업들의 영항력을 우려하여 국가나 민간 부문에서 이들의 부정적 독점적 지배를 막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조치 내지 행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중국은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알리바바 사건의 전말은 대락 이렇습니다. 알리바바 산하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은 2020년 11월 상하이와 홍콩에서 동시에 상장해 약 350억 달러(약 45조 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었습니다. 중국 기업 사상 최고의 기업공개(IPO)라며 시장의 기대가 대단했었지요. 그러나 2020년 10월에 알리바바의 마원 회장이 정부 규제 및 감독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른바 설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앤트그룹의 상장은 돌연 취소되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 하나만으로 상장이 취소된 것은 아니였습니다.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심심찮게 쏟아내던 마원 회장의 행적을 예의주시하던 중국 정부가 이를 빌미로 알리바바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손보기에 들어갔습니다. 빅테크 기업 규제와 관련된 규정들이 대거 쏟아지게 된 배경입니다. 그 후폭풍의 결과는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2020년 10월 30일 기준 알리바바의 주가는 주당 293홍콩달러(HKD)였으나, 2020년 말 233홍콩달러, 2021년 말 119홍콩달러로 거의 1/3 토막이 났습니다.

 감시자본주의

산업화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정부 지원이 대표적이지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안, 인권,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위 감시자본주의(Survelilance capitalism)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미 권위주의적인 정치·경제 시스템을 가진 중국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시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고 범위도 넓습니다.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첨단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을 감시와 강압을 위한 물리적 인프라와 상호 결합하려 하고 있습니다. 소위 기술-권위주의 초강대국(techno-authoritarian superpower)을 건설하려는 시진평 주석의 구상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빅테크 업체들을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기구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전자상거래 및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 불법 수집 및 거래, 빅테이터를 이용한 가격 차별 등에 대해 엄격한 제재 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방송 진행자의 자격증 소지를 필수로 하고 16세 이하 미성년자의 생방송 진행을 금지한 것은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규제 조치의 일환입니다.

 

AI, 안면 인식 시스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전 국민의 얼굴을 3초 안에 식별하는 것이 목표인 감시 프로제트 '쉐량공정'이나 2천만 대 이상의 CCTV를 이용하여 신원 파악 및 치안 유지에 환용하는 '톈왕' 프로젝트도 사회 안정을 이유로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정부의 모습입니다.


자, 어떤가요? 수많은 법률과 기구, 그리고 시스템을 통해 중국 사회가 얼마나 촘촘하게 국민들의 생활을 통제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강력한 경제·사회적 통제와 다양한 감시자본주의 모습은 바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AI나 안면 인식 시스템 등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절대적인 기본 전제는 국가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며, 오랫동안 개인이든 기관이든 노골적이고 일상적인 감시체제에서 생활해온 사회이므로 안면 인식 시스템이 미국만큼 논란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계관과 사물을 보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유념할 부분과 전망

중국이 계획경제 노선을 포기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실현을 공산당의 강령으로 채택한 것이 1992년이니 어느덧 30년이 지났습니다. 시장과 계획이라는 두 요소를 과연 잘 조화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중국경제는 완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가까운 듯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행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임을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엄청난 빈부 격차와 철저한 성과 중심주의로 나타나듯이 경제가 완전경쟁 체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바닥에는 토지 국유화, 거대 자본가의 이익에 대한 견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이해 등이 숨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중국경제를 해석할 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한편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공산당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중국이 극적으로 변형된 자본주의인 당·정 자본주의(patry-state capitalim)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혹은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군대를 보유한 하나의 혁명 정당이 정부, 군대, 학교, 기업 등 국가의 각 부문을 '지도하는' 레닌식 당-국가 체제의 변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무늬만 자본주의인 것이지요.


이런 경향은 특히 시진평 주석 집권 이후에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경제활동에 대한 당·정 체제의 통제 강화를 위한 공산당 조직의 확장이 대표적입니다. 중국 국유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들도 기업 내부에 공식적인 기업의 지배구조 이외에 3명 이상의 공산당원들로 구성된 당조라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어찌 되었든 중국의 지도부는 현재처럼 공산당, 그리고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이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와 산업 고도화에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이 야기하는 불공정성과 시장 왜곡을 비판하면서 즉시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미·중 간 경제적 패권을 넘어선 체제 경쟁의 담론 영역이기도 합니다. 실제 저개발 신흥국가에서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상당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부 구조인 정치제제의 개혁 없이 경제 개방과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성공 신화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전지전능한 국가 혹은 공산당이 금융정책, 산업정책, 인력정책을 완벽하게 세워 종합적으로 안배하면서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 시스템을 무사히 움직여 나같 수 있을까요? 성공 여부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큰 경제 규모와 상이한 경제 시스템을 가진 국가가 이처럼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룬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 한재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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