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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기업 개혁의 한계

by 고니과장 2023. 8. 19.

국유기업 개혁의 한계

- 한재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국유기업, 중국경제를 지배하는 실세

중국의 주요 산업이 국유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것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늘 불만을 표시해왔습니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친다는 것이죠. 국유기업들에게 국가의 보조금이 집중되고 각종 지원과 특혜가 뒤따른다는 비판입니다.

 

국유기업 개혁

다만 최근에는 중국 국유기업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계기업' 정리와 과잉설비 해소를 목적으로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한계기업이란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부실하여 생존에 어려움을 주는 기업으로 흔히 '좀비기업(zombie company)'으로 불립니다. 국유기업이라 해도 부실한 기업들은 정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 일환으로 2020년 6월에는 종래의 상업형 국유기업을 2가지 종류로 나눈다는 방침도 발표했습니다. 시장경쟁이 활발하고 글로벌 경쟁에도 노출된 상업 1형과, 국가 전략적 목표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을 영위하는 2형으로 나누어 재분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1형은 민영기업과 비슷한 위치에서 국가의 간여를 최소화하면서 운영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다만 예정대로 이 방침이 잘 준수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유기업 개혁은 관련 당사자 간의 갈등과 이해상충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유기업 개혁의 한계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이 발휘될 여지가 적은 국유기업은 최대한 줄이고 이들을 민영화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에 쉽게 '그렇다'라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더욱 그렇습니다.

 

우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문제가 고용입니다.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겠지요. 그러나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여기가 경제적 효율성보다 정치적 안정성이 더 중요한 지점입니다. 중국 정부와 중국공산당 입장에서는 국유기업을 민영화해서 효울성을 높이고 추가 이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고용되어 임금울 받고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때로는 잉여 노동력처럼 보이는 노동자의 존재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8월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각 지하철역에는 엑스레이 소지품 검사대가 생겼습니다. 직원 서너 명이 달라붙어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워 시간에는 줄을 좀 서야 했지만 그 외에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직원들도 대부분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소지품 검사대가 없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운영되었습니다. 추측하건대 이 일을 하던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떄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독점적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이 곧 중국공산당 지배력의 원천이라는 점입니다. 막대한 경제적 과실과 분배 결정권을 중국공산당이 가지고 있어야 통치의 안정을 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권과 예산권이 가장 강력한 권력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공산당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조직부장이 중국의 최고지도자 그룹 25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정치국 위원에 포함되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부처의 장·차관과 비슷한 정치적 지위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성도 높은 공산당원인 것은 당연합니다. 유능한 공산당원이 중앙정부부처와 지방행정기관, 국유기업 임원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도 혼한 사례입니다. 중국에서 국유기업은 기업의 성격보다 국가기관의 성격이 훨씬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선진국에서 중국 국유기업의 비효율성과 차별적 우대 조치를 아무리 비판해도 본질적인 개혁이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은 중국공산당의 개혁을 의미하므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국유기업의 비효율성이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중국은 그 정도가 더 심각합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이유를 감안하면 이 문제는 매우 오랫동안 중국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 한재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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