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치투자

비동시화 효과(de-synchronization effect)

by 고니과장 2020. 5. 1.

  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은 간단한 사실 하나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경제발전의 속도를 높여 가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쳐져 있다면, 부를 창출하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적합성의 법칙(Law of Congruence)이라 부른다. 세계 어디서나 봉건시대의 제도들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마찬가지로 산업시대의 관료주의는 부 창출을 위한 지식 기반 시스템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든 산업시대의 조직을 대체하거나 혁신하려는 시도들은 기존 조직의 수혜자와 그 지지자들로부터 저항을 야기한다. 이 저항은 변화의 속도를 불규칙하게 만들기도 하고, 적어도 그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기관들이 지식 경제가 요구하는 가속도에 동시화되지 못하고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정부는 시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생겨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산업시대에 영향을 미친 현대화 지지자들은 완벽하게 동시화된 기계같은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공장에서는 테일러주의(Taylorism, 과학적 경영관리법)가,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레닌주의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들의 목표는 기계처럼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와 국가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관료조직은 일체화되어 움직이고, 개개인은 동시화된 획일성으로 행동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실재하는 인간과 인간 사회는 개방 시스템으로서 뒤엉켜 있고 불완전하다. 혼란과 우연의 영역은 우리의 삶이나 사회 속에서 일시적인 안정의 영역과 교차되며 발생한다. 우리에게는 2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오늘날 당면한 문제는 급격하게 가속화되는 변화만이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신경제의 요구와 구사회의 타성적인 조직구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스피드의 21세기 정보-생물학적(info-biological)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능 불량을 일으키는 진부한 느림보 조직들이 그 전진을 멈춰 서게 할 것인가? 이처럼 다소 냉소적으로 언급한 속도 서열에 있어서 논쟁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심이 되는 사실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가정, 회사, 산업, 국가 경제, 글로벌 시스템 등 그 모든 면에서 시간이라는 심층 기반과 부 창출 사이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전면적인 변화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과의 연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투자자와 경제학자들은 금융상의 정확한 타이밍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와 가난의 창출에 대한 동시화의 역할에 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비동시화의 역할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들이 동시화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면 부의 창출에 대해 전혀 새로운 사고방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냥과 채집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이래 어느 정도의 동시화는 항상 필요했다. 조립공장은 완전히 다른 시간의 리듬이 요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의 작업 스케줄을 통제하기 위해 공장의 호루라기와 시간 기록 장치가 발명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비즈니스 활동은 실시간 활동을 향해 속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시간 사용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변칙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통합해야 할 업무들이 많아지는데다 가속효과로 말미암아 각 업무에 이용 가능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동시화 달성을 더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이런 현상을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균형성장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투입과 산출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모든 부분이 동일한 비율로 성장하는 것이 경제개발의 최선책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는 동시화를 통해 부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완벽하게 동시적인 개발을 요구하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오항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론가들은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핵심 변수들을 고정된 관계로 유지하게 만드는 완벽한 동시화는 시스템의 유연성을 저해하여 혁신에 대한 반응을 무디고 느리게 만든다. 단번에 모두 다 바꾸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전부 아니면 무(無)인 방식의 게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다 바꾸기란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적을 뿐 아니라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이에 비하여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경제개발에 '창조적인 파괴의 질풍(gales of creative destruction)'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낡고 뒤떨어진 기술과 산업을 폐기하여 새롭고 파괴적인 기술에 길을 열어 주는 변화의 바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파괴가 가장 먼저 찢어 버려야 할 것은 어제의 시간표이다.

 

  분명한 것은 시간 조절이 매우 복잡해지고 중요해졌기 때문에 동시화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산업은 198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동안에 커다란 도약을 3번이나 경험했다. 오늘날 그것은 거대하며 미래에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비동시화 법칙의 숨은 패러독스가 있다. 그것은 시스템의 어떤 차원에서 동시화의 수준을 높이게 되면 다른 차원에서는 동시화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59쪽에서 80쪽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