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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메모장)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 기업 지배구조

by 고니과장 2023. 7. 7.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1장: 기업 지배구조

EBITDA를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는 감가상각비가 '비현금' 비용이라서 실제로는 비용이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터무니 없는 생각입니다.
사실 감가상각비는 매우 나쁜 비용입니다. 자산을 구입하면서 돈은 먼저 지출했지만 그 자산에서 이득은 아직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10년 치 급여를 미리 지급했다고 상상해봅시다. 이후 9년 동안 급여는 '비현금' 비용이 됩니다. 올해 설정한 선급급여 자산을 줄여주면 되니까요. 그러면 2~10차 연도의 비용 처리는 단지 형식상의 회계 절차에 불과할까요?
p.49
 
예수가 말했습니다.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21]
성서의 기준을 적용해도 버크셔 이사회는 모범 사례입니다. (a) 모든 이사(또는 이사 가족)가 버크셔 주식을 400만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고, (b) 버크셔로부터 옵션이나 양도로 받은 주식은 한 주도 없으며, (c) 회사로부터 받는 위원회 보수, 자문 보수, 이사회 보수가 연간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사는 한 사람도 없고, (d) 표준 면책 조항은 있어도 이사들에게 책임보험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버크셔에서는 이사가 가는 길도 주주가 가는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찰리와 나는 성서의 보물 비유를 뒷받침하는 행태를 자주 보았습니다. 우리의 적잖은 이사회 활동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독립성이 가장 약한 이사는 이사회 활동에 대해 받는 보수가 연간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바로 이런 이사들이 흔히 '독립'이사로 분류됩니다.
이런 이사 대부분은 예의 바르고 일도 무척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매우 인간적이어서 자신의 생계에 위협이 되는 행동은 좀처럼 못 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일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유혹에 굴복합니다.
이런 정황 증거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나는 최근 어떤 인수 제안에 대해 직접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이 제안을 경영진도 좋아했고 투자은행 간부도 축복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거래된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해주겠다는 제안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여러 이사가 이 거래에 호의적이어서 주주들에게 이 제안을 공개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 보수와 위원회 보수로 매년 약 10만 달러를 받는 여러 이사가 인수 제안을 거부했고, 결국 주주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 제안에 대해 들어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비상임 이사들은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을 제외하면 보유 주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수 제안 가격이 최근 몇 년 동안의 주가보다 훨씬 높았는데도 이들이 공개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아주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자신의 계좌로 훨씬 더 싼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까지 마다하면서 주주들에게 인수 제안을 공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이사가 인수 제안 공개에 반대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소위 '독립적인' 이사들에게도 10만 달러는 연간 소득의 대부분이어서 마태복음 6장 21절의 '보물' 정의에 분명히 들어맞습니다. 인수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이들이 받던 보수는 끊겼을 것입니다.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주주도 나도 절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기심은 자기성찰을 방해하는 법이므로 그들 자신조차 모를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압니다. 인수 제안이 거분된 그 회의에서 이사 보수를 대폭 인상하는 제안은 통과되었습니다.
p.65
 
현재 우리 이사 11명 모두 가족 소유 버크셔 주식이 400만 달러가 넘습니다. 게다가 모두 오래전부터 주주였습니다. 이 중 6명은 30년 전부터 가족이 보유한 금액이 수억 달러 이상입니다. 이사 11명 모두 여러분처럼 시장에서 주식을 샀습니다. 버크셔는 옵션이나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을 제공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찰리와 나는 이런 진정한 주주들을 사랑합니다. 렌터카를 세차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버크셔 이사들은 보수가 보잘것없습니다. 따라서 버크셔 이사 11명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일반 주주와 똑같습니다. 이는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버크셔 이사들이 떠안을지 모르는 손실률은 일반 주주보다 높습니다. 버크셔는 이사와 경영진에게 책임보험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이사들은 맡은 분야에서 대형 사고가 터지면 여러분보다 훨씬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여러분이 수익을 얻으면 버크셔 이사들도 큰 수익을 얻지만 여러분이 손실을 보면 버크셔 이사들도 큰 손실을 봅니다. 이런 방식이 이른바 주주 자본주의입니다. 진정한 독립성을 불러온다는 측면에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p.67
 
찰리와 내가 하는 나머지 일 하나는 자본배분입니다(2장과 4장에서 논의함). 버크셔는 대부분의 회사보다 자본배분이 훨씬 중요합니다. 다음 세 가지 요소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기업들보다 버는 돈이 많고, 우리가 버는 돈을 모두 유보하며, 다행히 대부분의 자회사가 추가 자본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회사A는 매년 23%를 벌어 모두 유보하고 회사B는 매년 10%를 벌어 절반을 주주들에게 분배한다면, 오늘 자본배분이 미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A가 B보다 훨씬 큽니다.
p.69
 
버크셔가 회사를 인수하면 최고의 경영자조차 더 능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단순한 임무만을 부여합니다. (1) 자신이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2) 회사가 자신의 유일한 자산이며, (3) 100년 이상 회사를 팔거나 합병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경영자들이 의사결정할 때 회계 실적을 조금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경영자들이 회계 실적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영자들에게 다음 분기 이익이 아니라 최장기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하라고 요청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당기 실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기 실적도 대부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하는 대신 당기 실적을 높이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p.71
 
우리 기업들은 매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력이 조금씩 강해지거나 약해집니다. 고객에게 기쁨을 주거나,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하거나,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면 경쟁력이 강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객을 냉대하거나 자만심에 빠지면 경쟁력은 약해집니다. 하루 단위로 보면 우리 행동이 미치는 영향은 감지하기 어려울 만큼 작습니다. 그러나 이런 영향이 누적되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옵니다.
이렇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이 누적되어 우리의 장기 경쟁력이 개선되어 이를 '해자 확대'라고 표현합니다. 지금부터 10~20년 뒤에 우리가 원하는 기업을 보유하려면 해자 확대가 필수적입니다. 물론 우리는 항상 단기에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가 충돌한다면 해자 확대가 우선입니다. 경영진이 단기 이익 목표를 달성하려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원가, 고객 만족, 브랜드가 손상된다면 이후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더라도 손상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전임자들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문제에 허덕이는 자동차산업과 항공산업의 경쟁자들을 보십시오. 찰리가 즐겨 인용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 있습니다. "예방이 치료보다 10배 낫다." 그러나 때로는 아무리 치료해도 과거의 잘못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p.72
 
동질 상품 사업에서 투자의 딜레마를 이해하는 데에는 21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국에서 단연 최대 직물회사인 벌링턴 인더스트리(Burlington Industries)의 사례가 유용합니다. 1964년 매출액이 벌링턴은 12억 달러였고 우리는 5,000만 달러였습니다. 벌링턴은 유통과 생산에 모두 강점이 있었으므로 우리는 절대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고 당연히 실적도 압도적이었습니다. 1964년 말에 벌링턴은 주당 60달러였고 버크셔는 13달러였습니다.
벌링턴은 직물사업을 고수하기로 했고 1985년 매출액은 약 28억 달러였습니다. 1964~1985년에 벌링턴은 약 3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의 다른 직물회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며, 주가가 60달러인데도 주당 200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한 셈입니다. 투자 금액 대부분은 틀림없이 원가 개선과 설비 확장에 투입되었을 것입니다. 벌링턴은 직물사업을 고수하기로 했으므로 이런 자본배분은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실질금액 기준으로 현재 벌링턴의 매출은 20년 전보다도 감소했고 매출이익률과 주가는 훨씬 낮아졌습니다. 1965년에 2대1 주식분할을 거쳐 현재 34달러이므로, 이를 고려하면 지금은 1964년에 60달러였던 주가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그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3배 넘게 올랐습니다. 따라서 주식 한 주의 구매력은 1964년 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정기 배당이 지급되긴 했지만, 역시 구매력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이는 잘못된 가정 위에 지능과 정력을 쏟으면 얼마나 참혹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새뮤얼 존슨의 말에 대한 경구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말이 10까지 셀 수 있다면 말로서는 훌륭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직물산업 안에서 자본을 탁월하게 배분하는 회사는 직물회사로서는 훌륭하지만, 사업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 내린 결론은, 경영 실적은 노를 얼마나 잘 젓느냐보다는 어떤 배에 타느냐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몇년 전 나는 이렇게 썼습니다. "실력으로 명성 높은 경영진이 부실하기로 악명 높은 기업을 경영하면 온전히 남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기업의 악명입니다." 이후에도 나의 관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상습적으로 물이 새는 배에 타고 있다면, 새는 곳을 막으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배를 갈아타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p.80


- 워런 버핏 원저, 로렌스 커닝햄 편저, 이건 편역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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