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말하는 은행주 투자
1.
은행은 우리가 좋아하는 업종이 아닙니다. 자산이 자본의 20배나 되면 자산 일부에서 실수가 발생해도 자본 대부분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실수는 예외라기보다는 주요 은행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실수는 작년 우리가 '제도적 관행'을 논의할 때 설명했던 경영 실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흔히 은행 경영진은 다른 은행이 하는 행위라면 아무리 어리석은 짓이더라도 분별없이 모방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할 때도 쥐 떼처럼 선도은행을 모방했습니다. 이제 이들은 쥐 떼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채비율이 20배나 되면 경영 능력이 미치는 효과가 증폭되므로 우리는 경영이 부실한 은행 주식을 싼값에 살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관심사는 건실하게 경영되는 은행의 지분을 공정한 가격에 사는 것입니다.
2.
1990년 웰스 파고를 살 때 우리는 은행주 폭락 덕을 보았습니다. 은행주가 혼란에 빠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한때 높이평가받던 은행들이 저지른 어리석은 대출 업무가 다달이 드러났습니다. 흔히 경영진이 아무 문제없다고 장담한 직후에도 거액의 손실이 잇달아 드러나자, 투자자들은 은행에서 발표하는 숫자를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내던진 덕분에 우리는 웰스 파고 지분 10%를 2억 9,000만 달러에 사 모았는데, 이는 세후 이익의 5배가 안 되고 세전 이익의 3배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습니다.
웰스 파고는 자산이 56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은행으로서, 자기자본이익률은 20%가 넘고 자산이익률은 1.25%가 넘습니다. 우리가 은행 지분 10%를 산 것은, 재무 특성이 똑같은 자산 50억 달러짜리 은행의 지분 100%를 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분 100%를 사려 했다면 우리는 웰스 파고의 가격 2억 9,000만 달러보다 2배나 치러야 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50억 달러짜리 은행은 프리미엄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킬 라이카르트 같은 경영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물론 은행에 대한 투자가 안전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 첫째, 캘리포니아 은행들은 지진 위험을 떠안고 있습니다. 대규모 지진일 발생하여 기업들이 참혹한 피해를 보면 이런 기업에 대출해 준 은행들도 망할 수 있습니다.
- 둘째, 체계적 위험이 있습니다. 경기 후퇴나 금융공황이 매우 심각해지면, 아무리 현명하게 경영했더라도 부채비율이 높은 기관은 거의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 셋째, 현재 시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건물의 과잉 공급 때문에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확장 자금을 공급한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웰스 파고는 부동산담보대출 분야의 선도기업이므로 특히 이런 위험에 취약할 것입니다.
이런 우발 사건의 가능성을 단 하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첫째와 둘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으며, 부동산 가격이 상당폭 하락하더라도 잘 경영되는 기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4.
웰스 파고는 현재 대손으로 3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면서도 세전 이익이 매년 10억 달러를 훨씬 넘습니다. 1991년에 은행의 대출자산 480억 달러 가운데 10%에 문제가 발생하여 원금의 평균 30%를 손해 본다고 해도 대략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런 실적이 나올 확률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해에도 우리는 고민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버크셔는 한 해 정도 이익이 안 나더라도 자기 자본이익률 20%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기꺼이 투자합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캘리포니아에 뉴잉글랜드와 비슷한 부동산 재앙이 닥칠 것으로 두려워한 탓에 1990년 몇 달 동안 웰스 파고 주가가 거의 50%나 폭락했습니다. 우리는 폭락 전에 시가로 주식을 얼마간 샀지만, 이 폭락이 반가웠습니다. 투매 가격으로 주식을 훨씬 많이 사 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워런 버핏 원저, 로렌스 커닝햄 편저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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