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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그리고 정관용 지음)

by 고니과장 2020. 11. 9.

"현 사태는 주객이 전도된 경제체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있다. 무한 이윤 추구와 성장이라는 수단이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목표, 즉 공공·복지·생명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것. 이 두 가지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분류되면서도 국민의료보험이 없는 비효율적 의료복지 시스템의 미국, 보수 정권과 극우파 등장에 따른 보지 축소와 재정 긴축으로 의료서비스가 부실화된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19 재앙이 그러한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 장하준


"현 세계를 떠받치던 체제,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유와, 환경의 시장화라는 네 개의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제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새로운 길은 선명하다. 시장근본주의의 극복,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민주주의 구축,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방역, 욕망에 대한 질서 부여, 인간 서식지 무한 확대의 방지, 도시적 공간집약화 해소가 그 이정표다. 그 길 위에서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만들어내야 한다. 인류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 홍기빈


"코로나19가 생각의 틀을 바꾼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 국내적으로는 미국화 신화의 종언을 의미한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민주주의 대응 모델은 중국형 권위주의 대응과 일본형 관료주의 대응, 구미형 자유방임 대응을 넘어서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위기 대응의 공공 인프라를 초토화해온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온 생각들은 뒤바뀔 것이다. 남은 건, 그 생각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하는가다. 문제는 생각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22세기는 오지 않는다."

- 김누리


최재천

진짜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계산을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희망이 생긴 겁니다. 몇 년마다 한 번씩 이런 대재앙에 휘둘릴 수는 없어요. 이제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 기업들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생태적 전환만이 살 길이에요.


장하준

지금은 돈을 풀어야죠. 그 방법밖에 없기는 합니다. 여기에서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2008년 이후 돈을 엄청 풀었지만 그 돈이 실물경제로 거의 가지 않았어요. 그냥 은행들이 쌓아놓고 있다든가 기업들이 무리한 부채를 끌어오는 식으로 해서 자산시장에 거품만 끼게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죠.

특히 이번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돈을 풀어도 나가서 소비를 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로 생계에 돈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돈을 줘야 하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임금의 80퍼센트까지 지원을 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한시적인 것이지만요. 심지어 영국에서는 '그러면 자영업자는 어떻게 하냐' 이런 움직임이 있으니까 자영업자도 80퍼센트까지 지원해주겠다고 하고 있어요.

물론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옛날처럼 그냥 막연하게 돈으 푸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사람들이 깨달은거죠.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돈을 풀었는데, 그 돈이 금융기관에만 유입됐고 실물경제에는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푼 돈의 양은 많은데 사실 그것에 비해서 효과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줘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 거죠.


장하준

우리나라는 방역, 통제를 세계 1등으로 잘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게 있어요. 자영업자 문제라든가 배달이나 택배업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문제가 드러났죠. 이런 문제들을 보면서 '우리가 진짜 더 좋은 사회, 더 안전한 사회,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거죠. 한국은 기본적인 복지를 확대해야 될 거고, 미국은 의료보험을 더 갖춰야 할 거고요.

(의료시스템도 더 갖춰야 하고요. 결국 그렇게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고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가 복지사회 아닌가요?)

그렇죠. 바로 그런 걸 위해서 기술 혁신도 하고 물건도 만들고 무역도 하는 거예요. 우리가 지난 몇십 년 동안 최소한 주객이 전도된 시ㅅ템으로 살았거든요. 경제 발전이라는 건 수단이고 목표는 복지, 안전, 건강인데 말이죠. 이번 기회에 그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하준

(그런데 일부 다른 시각에서는 코로나19로 미증유의 경제 위기가 오니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해오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소득주도성장 등을 다 폐기해야 한다, 성장으로 가야 한다,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성장이라는 건 수단이잖아요. 모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게 결국 목표인데 말입니다. 주객이 전도된 그런 가치관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됐습니다.

(목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복지다, 그걸 위해서 성장하는 것일 뿐이다. 이거로군요. 그런 식의 패러다임 전환, 우리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해야죠. 이번에 안 하면 언제 하겠습니까. 이번 같은 일을 겪고도 바꾸지 않는다면 그건 안 되겠죠.


홍기빈

제 생각에 우선 경제가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경제가 어떤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담론과 운동을 강하게 일으켜야 합니다. 무한한 경제 성장이 아닌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 이러한 방향으로 경제를 전환하자는 거지요.


김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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