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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주식농부 박영옥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by 고니과장 2023. 7. 11.

주식농부 박영옥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24년 전, 나라가 망했다던 외환위기 사태가 있었다. 20년 전에는 9.11테러가 있었다. 13년 전에는 세계 금융니 무너진다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전대미문의 위기였다. 이전의 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부실한 기업은 사라졌지만 건실한 기업은 더 크게 성장했다. 사라진 기업보다 새롭게 상장된 기업이 훨씬 더 많다. 폭락 속에서도 긍정의 눈을 가진 이들은 기회를 발견했고 자산을 늘렸다.

눈앞에 닥친 위기는 언제나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위기 그 자체는 기회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다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없다. 나는 사람들이 위기상황이라고 부르는 것을 대외변수라고 말한다. 바다에 파도가 없었던 적은 없다. 긴 항해를 하면서 파도를 만나지 않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핵심은 파도가 아니라 배다. 파도를 이길 배를 탔다면 불안해할 까닭이 없다. 파도를 이길 수 있는 배, 대외변수를 이길 수 있는 기업에 승선하라는 말이다.

p.8

 

결국 기업이다.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지 말고 기업이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걸 투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실패하기 쉽다. 내가 투자했을 때보다 기업이 더 성장하면 그때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은 기업이 버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투자자도 돈을 번다. 이게 자본주의의 꽃, 주식시장의 원리이며 투자의 본질이다.

p.10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노후는 길어지고 있다. 자영업은 퇴직금의 무덤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와중에 기업으로 부가 몰리고 있고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업의 성장에서 소외되어 왔다. 주식시장은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투자의 본질을 생각하고 기업과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한다면 자본시장은 얼마든지 서민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TOP 10 기업 중 9개가 새로 진입한 기업이다. 국내 역시 삼성전자 외에는 모두 새로운 기업이다. 투자한 사람은 성장을 함께 누렸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소외되었다. 자본주의사회에 살면서 스스로 자본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p.10

 

비유를 하자면 이전까지는 사냥하듯이 주식투자를 했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의 사냥 성공률도 20~30%에 불과하다. 사자는 그렇게만 해도 그럭저럭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서는 다르다. 사냥하듯이 목표(종목)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그것도 과도한 레버리지와 단기투자 방식으로 하면 열 번 잘해도 단 한 번의 실패로 자산이 다 날아갈 수 있다.

사냥꾼과 달리 농부는 씨앗을 뿌린다. 김을 매고 해충을 잡는다. 꽃이 피고 진 다음에 열매가 열리면 그것을 수확한다. 사냥꾼은 운이 좋으면 산에 들어가자마자 값나가는 짐승을 잡을 수도 있지만 농사꾼은 항상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사냥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주식농부가 관리해야 할 농작물은 기업이다. 농부가 볍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고 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해충을 잡듯이, 주식농부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종잣돈을 뿌리고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경영자를 만나고 소통한다. 농부는 다른 논은 몰라도 자기 논에서 기르는 작물들의 상태는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안다. 농부가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 올 가을의 수확량을 짐작할 수 있듯이 주식농부도 기업 활동을 꾸준히 지켜보면 몇 년 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농부의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수룩해 보이고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나를 부농으로 만들어주었다.

p.14

 

농작물이든 주식이든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하루하루의 주가가 중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늘 주가가 떨어졌다고 조바심을 내는 건 오늘 하루 비가 온다고 농부가 농작물이 전부 떠내려갈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농부는 조바심을 내는 대신 물꼬를 점검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일매일, 지속적이고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거이다. 벼락치기는 불가능하다. 매일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고 종합하고 축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찰력은 여기서 나온다.

p.27

 

주식투자는 자신의 재산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행위다. 투자를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내가 볼 때 당신은 사업을 잘한다. 내 돈을 자본으로 삼아 당신도 성공하고 나도 성공하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는 당신을 잘 모른다. 그래도 내 돈을 당신에게 맡기겠다'라는 자세로 투자를 하고 있다. 이것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은 해동이다. 다른 사람 말만 믿고, 혹은 앞으로 시장의 상황이 좋아질 것 같으니까 돈을 넣는 것은 '나는 돈이 필요 없으니까 당신들이 나눠 쓰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p.41

 

매년 기업들이 배당하는 시기가 오면 잊지도 않고 배당 잔치니 국부유출이니 하면서 몇 조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렇다면 우리가 외국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비난 받아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했으니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 국민이 뻔히 배당을 받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74

 

주먹만 한 눈덩이라도 운동장 한 바퀴만 굴리면 어마어마한 크기가 된다. 눈덩이가 커지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이 '상식적인 기적'이다.

우리 주위에는 단기간에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가 정말 '인생 전체가 어떻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주식투자에서 상식은 상식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좋은 회사를 골라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99% 성공할 수 있다.

나는 대리경영이라는 개념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자기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확실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업을 시작해서 1, 2년 이내에, 심지어 몇 개월 이내에 자본금의 몇 배를 벌 수 있는 사업이 있는가. 누가 그런 사업이 있다고 하면 십중팔구 사기라고 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더라도 그대로 행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상식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좋은 기업, 상식적인 기대수익률, 시간, 이 세 가지 요소가 만날 때 비로소 '상식적인 기적'이 이뤄지는 것이다.

p.80

 

놀랍게도, 증권사 직원들 중에 부자가 별로 없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고 기가 막힌 일이다. '이런 종목이 좋습니다' 하고 추천해주는 사람들이, 다시 말해 투자할 만한 좋은 기업을 잘 알고 있다는 사람들이 부자가 아니라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난센스가 현실이 된 것은 시황에 따라 사고팔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단기매매는 열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쪽박을 차게 된다.

p.113

 

자본시장의 시스템도 모르고, 기업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도 모르면서 과감하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다.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를 모르면 백날 같이 간다고 해봐야 동행이 아니라 거름 지고 장에 가는 꼴밖에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기업을 평가하지 못하니까, 남이 사면 사고 남이 팔면 파는 뇌동매매를 반복한다. 99% 실패하는 방식이다. 실패를 해도 그것을 되돌아보고 분석할 지식이 없으니까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p.121

 

어떻게 하면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연일 상한가를 치는 주식이라고 해서 모두가 작전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상승곡선을 그린 주식이라고 해서 모두가 거품인 것도 아니다. 더 상승할 가능성 역시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 한참 동안 곤두박질 친 주식 역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현재 주가가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 알지 못하면 결코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21년 3월, 삼성전자는 8만 원선이다. 액면불할 전을 기준으로 하면 40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싼 것일 수 있다. 또 1,000원짜리라도 기업이 부실하다면 비싼 주식이다. 비싸다거나 싸다거나 하는 기준은 기업의 가치다. 스스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없다면, 기준은 있더라도 기업에 대한 소상한 정보가 없다면 올라갈 때는 탐욕에, 내려갈 때는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튤립 뿌리 하나만 손에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공부할 게 많겠는가. 해당 업종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창업을 하는 경우를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한 주를 가지고 있든 만 주를 가지고 있든 우리는 모두 기업의 주인이다.

무엇이든 모르면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 눈치를 보면서 하는 주식투자는 사람을 내내 좌불안석으로 만들고 결국에는 자금까지 잃게 만든다. 세상은 항상 흔들리면서 간다. 그렇다고 나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을 잡고 있어야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p.143

 

주가에 눈과 귀가 있다는 말이 있다. 희한하게도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올라간다는 말이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인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르니까 불안하고 불안하니까 팔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인내할 수 없다. 이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리고 스스로 수양도 필요하다. 때로는 극한 상황까지 견뎌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소통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스로 믿고 기다릴 만큼의 그릇이 되지 못하면 결국은 불안에 시달리다가 팔아버리게 된다. 이것이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인내라는 덕목이다.

인내와 함께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 절제라는 덕목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투자의 기회가 있다. 이 기회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 중 하나가 증권사 직원들이다. 이미 말했듯, 이들 중에 부자가 많지 않은 것은 절제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업종별로 파동을 치면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늘은 건설주가 올라갔다가 내일은 수출주가 올라가고, 또 때로는 금융주가 올라간다. 이런 파도만 잘 타면 매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시장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타고 다니지만 결국 큰돈은 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증권사는 그런 방식을 통해 수수료를 벌지만 투자자의 돈은 야금야금 없어진다.

나는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주식투자를 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편의점이 잘 된다고 편의점을 열었다가, 또 그 옆에 있는 카페가 잘 된다고 카페를 창업한다면 성공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 내가 경영자라고 생각할 때 그렇게 큰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업은 내가 아는 사업만 해야 한다.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모르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쪽박을 차기가 쉽다. 그건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는 기업에 투자해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이, 더 깊이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주식투자의 열매는 약삭빠른 자보다 우직한 사람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p.147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매사에 겸양의 정신으로 파트너를 존중하며

우호적으로 공생공영하는 길을 찾고

영속적 기업의 가치에 근거한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노력한 만큼의 기대수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투자한다.


- 주식농부 박영옥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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