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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분산 투자 이론을 따르지 않는 워런 버핏

by 고니과장 2023. 7. 15.

분산 투자 이론을 따르지 않는 워런 버핏

우리 전략은 일반적인 분산 투자 이론을 따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 전략이 전통적인 분산 투자 전략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생각은 다릅니다. 집중 투자 전략을 사용하면 기업을 더 강도 높게 분석할 수 있고 기업의 경제 특성에 대해 더 안심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우리는 리스크를 사전과 마찬가지로 '손실이나 피해 가능성'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투자 '리스크'을 다르게 정의합니다. 이들은 주식이나 포트폴리오의 상대적 변동성, 즉 전체 주식의 변동성과 비교한 변동성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데이터와 통계 기법을 사용해서 주식의 '베타'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난해한 투자 이론과 자본배분 이론을 수립합니다. 그러나 단일 통계치로 위험을 측정하려고 집착하다 보니 근본 원리를 망각합니다. "정밀하게 맞히려다 완전히 빗나가는 것보다 대강이라도 맞히는 편이 낫다"라는 원리 말입니다.

기업의 대주주가 보기에 학계에서 정의한 위험은 완전히 빗나가서 터무니없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베타 이론에 의하면, 어떤 주식이 시장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우리가 1973년에 산 워싱턴 포스트처럼 말입니다) 그 주식은 가격이 싸졌는데도 가격이 높았을 때보다 더 위험해집니다. 훨씬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아도 과연 이런 식으로 생각할까요?

사실 진정한 투자자는 변동성을 환영합니다.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 8장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그레이엄은 '미스터 마켓'을 소개했는데, 매일 찾아와서 당신의 주식을 사주거나 당신에게 주식을 팔아주겠다고 제안하는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이 친구의 조울증이 심해질수록 투자자는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시장이 거칠게 오르내리면 간혹 건전한 기업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거래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이런 가격 움직임을 무시할 수도 있고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단지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로 더 위험해졌다고 주장하는 말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위험을 평가할 때 순수하게 베타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그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무엇이고, 경쟁자들의 동태가 어떠하며, 차입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전혀 무관심합니다. 심지어 회사 이름조차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과거 주가 움직임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과거 주가가 없어도 전혀 상관치 않습니다. 대신 회사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정보라면 어떤 정보라도 탐색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식을 산 다음 시장이 1~2년 문을 닫아도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분을 100% 보유한 씨즈캔디나 H H 브라운의 일일 호가가 나오지 않더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하물며 지분이 7%에 불과한 코카콜라의 호가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투자자가 진정한 위험을 측정하려면 '투자로부터 회수하는 세후 원리금 합계'가 '투자 원금의 구매력에 적정 이자를 더한 금액' 이상인지 계산해보아야 합니다. 이 위험을 아주 정밀하게 계산할 수는 없곘지만, 대개 유용한 수준으로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평가와 관련된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업의 장기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확신
  2. 경영진이 기업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고 현금흐름을 현명하게 활용할 능력이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확신
  3. 경영진이 이익을 자신이 챙기지 않고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확신
  4. 매입 가격
  5. 세금과 인플레이션 수준. 구매력 기준으로 투자 실적을 평가해야 하므로.

이런 요소들은 어떤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뽑아낼 수가 없으므로 분석가들은 지극히 모호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계량화하기 어렵다고 해서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극복할 수 없는 문제도 아닙니다. 대법원 판사 스튜어트가 외설의 기준을 공식화하지 못하면서도 "보면 안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투자자들도 복잡한 수식이나 과거 가격 흐름을 알지 못하더라도 투자에 내재하는 위험을 알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장기 사업 위험이 예컨대 컴퓨터회사나 소매회사보다 훨씬 낮다고 판단하기가 그토록 어려운가요? 코카콜라는 세계 청량음료시장 점유율이 약 44%이고, 질레트는 세계 면도기시장 점유율이 금액 기준으로 60%가 넘습니다. 리글리가 지배하는 껌시장을 제외하면 나는 선도기업이 이렇게 오랜 기간 세계 시장을 지배한 예를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최근 코카콜라오 질레트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더 높였습니다. 막강한 브랜드, 뛰어난 제품 특성, 강력한 유통 시스템을 갖춘 이들은 경쟁력이 엄청나며, 견고한 성채 둘레에 해자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에 일반 기업들은 아무 보호 수단도 없이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피터 린치가 말하듯이, 차별화가 안 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주식에는 "경쟁 때문에 위험할지도 모릅니다"라고 경고 딱지라도 붙여야 할 것입니다.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경쟁력은 아마추어의 눈에도 뚜렷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베타는 경쟁력이 거의 없는 평범한 기업들의 베타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베타가 비슷하다고 해서 사업 위험을 평가할 때 코카콜라와 질레트의 경쟁력을 무시해야 할까요?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위험은 사업에 내재하는 장기 위험과 전혀 다르다고 판단해야 할까요? 우리는 둘 다 잘못이라고 보며, 베타와 투자 위험을 동일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론가가 만들어낸 베타로는 예컨대 애완용 돌이나 훌라후프 한 제품만 판매하는 완구회사가 더 위험한지, 아니면 모노폴리나 바비 인형 한 제품만 판매하는 완구회사가 더 위험한지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도 소비자 행동과 장기 경쟁력 요소들을 이해하면 어느 회사가 더 위험한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러나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몇몇 사례에 집중할 경우, 어느 정도 현명하고 지식이 있으며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투자 위험을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찰리와 나도 그 회사 제품이 애완용 돌인지 바비 인형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산업도 많습니다. 이런 산업은 우리가 몇 년씩 집중적으로 연구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산업의 특성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장기 경제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 자체가 부적합할 것입니다. 우리가 30년 전에 텔레비전 제조나 컴퓨터 산업이 어떻게 될지 내다보았습니까? 물론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찰리와 나는 왜 빠르게 발전하는 다른 기업들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우리는 이해하기 쉬운 분야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바늘이 보이는데 굳이 건초더미를 뒤질 필요가 있나요?

 

폭넓게 분산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별 기업의 경제성은 모르지만 어떤 산업에 장기 투자하면 유리하다고 확신할 때입니다. 이 투자자는 여러 시점에 걸쳐 많은 종목을 사야 합니다.

 

반면에 어느 정도 아는 투자자라서 사업의 경제성을 이해할 수 있고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장기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 5~10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전통적인 분산 투자는 맞지 않습니다. 흔히 실적은 감소하고 위험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투자자라면 선호도 20위 종목에 자금을 배분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위험이 낮으며 이익 잠재력이 큰 선호도 1위 종목에 자금을 보태야 합니다.


내가 사업 영역을 한정해서, 예컨대 오마하 소재 비상장기업에만 투자한다면 첫째, 각 기업의 장기 경제성을 평가하고, 둘째, 경영자들의 자질을 평가하며, 셋째, 가장 잘 운영되는 몇몇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일 것입니다. 나는 오마하의 모든 기업을 똑같은 분량으로 보유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상장기업이라고 해서 버크셔가 다른 방법을 써야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우수한 기업과 탁월한 경영자를 찾아내기가 그렇게 어려운데, 왜 입증된 종목(진짜배기)을 버려야 합니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4년 8월 15일 사업 동료 스콧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자신이 잘 알고 경영진을 철두철미하게 믿을 수 있는 회사에 거액을 집어넣는 것이 올바른 투자 방법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된다네. 아는 것도 없고 특별히 믿을 이유도 없는 기업에 널리 분산 투자하고서 위험이 감소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야. 사람의 지식과 경험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서, 나는 완전히 믿음이 가는 기업을 한 시점에 3~4개 이상 본 적이 없어."


- 워런 퍼빗 원저, 로렌스 커닝햄 편저, 이건 편역 <워런 버릿의 주주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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