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 박영옥(주식농부)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 주식농부의 농심 투자와 투자 인생 이야기>
주가의 상승은 기업가치의 상승 결과다. 그 외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에 의한 오르내림은 있지만 결국이는 제 가치를 찾아간다. 단순하게 보면 미래 가치에서 현재 가치를 빼면 주가 상승 여력이 나온다는 것이다. 주가라는 것이 이처럼 단순하게 결정되지는 않지만 이것이 핵심이자 기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소유한 부동산의 값이 오를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사를 잘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 조직이고 장사를 잘해야 가치가 올라가고 주가도 올라간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문제는 어떻게 장사를 잘할 기업을 찾아내느냐는 것이다. 이 역시 기본 원리는 단순하다. 우선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사용할 물건을 파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이문이 많이 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자들보다 품질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종합하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물건을 해당 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은 사업 모텔이다. 우선은 이 단순한 원리부터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단순한 것이 지반을 단단하게 받쳐주어야 복잡한 것들을 올릴 수 있는 법이다.
먼저 내가 2006년 9월에 사서 2007년 말에 매도한 삼광유리를 예로 들어보자. 삼광유리는 유리병과 맥주 캔을 만드는 업체였다. 유리병과 맥주 캔을 만드는 데는 독자적이고 특출한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또 직접 소비자들을 상대히는 게 아니고 납품을 하는 업체다. 이 기업에서 성장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2000~2005년까지 삼광유리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500억 원과 50억 원 내외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기업이었던 것이다. 주가 역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5,000원 전후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사업 모델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변화가 찾아왔고 삼광유리는 변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2005년 무럽, 1인당 GDP 2만 달러가 예상되는 가운데, 웰빙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렴한 제품보다는 가격이 좀 있더라도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찾았다. 때마침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환경호르몬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유리 용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삼광유리는 적절한 시기에 '글라스락'이라는 제품을 선보였고 이른바 대박제품이 되었다. 글라스락은 국내를 넘어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삼광유리의 매출은 2005년 1, 542억 원이던 것이 이듬해에는 1,781억 원을 기록, 창사 이래 처음으로 1, 7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했다. 주가의 상승은 당연한 것이었다. 내내 5,000원대에 있던 주가가 2005년 11월에 1만 원을 돌파했다.
그때까지 관심을 두고 있었을 뿐 매수는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매수를 서두르지 않고 먼저 공부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꽤나 탄탄한 기업이었다. OCI그룹의 계열회사로 재무구조가 매우 안정적이었다. 또 이테크건설, 오텍, 군장에너지 등의 우량 자회사와 하이트맥주 등 짱짱한 유가증권도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다 부동산 가치가 있는 인천공장 부지도 긍정적 평가의 이유가 되었다. 수익성 면에서나 보유 자산 면에서나 매우 저평가되어 있는 회사로 판단이 되었다.
내가 매수를 시작한 2006년 9월 즈음의 단가는 1만 5,000원이었다. 단기간에 거의 세 배까지 올랐지만 나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웰빙은 단기적인 열풍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이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재무구조 등도 탄탄하다면 얼마든지 더 성장하리라고 생각했다. 매수를 한 지 1여년 후 4만 5,000원 대에서 전량 매도했다. 이후에도 삼광유리는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2009년에는 매출액이 2,425억 원까지 확대되었으며, 영업이익도 2005년 65억 원에서 2009년 270억 원으로 4.2배가 커졌다.
삼광유리가 장사를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쇠락하는 시장 혹은 경쟁자들이 들끓는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시장이 크고 경쟁자도 적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핵심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 장사를 잘 할 기능성이 높다. 그런 업체들 중 LG화학은 개인적으로 참 아쉬움이 많은 기업이다. 내가 LG화학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10여 년 전이다. 당시에도 2차전지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투지를 하고 싶있는데 여력이 없었다. 늘 거의 전재산을 투자하고 있으니 자금을 마런하러면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할 만큼의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2016년에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견을 들었고, 동의도 되었지만 그때는 자금을 융통할 여력이 없었다. 뻔히 성장할 줄 알면서 투자를 하지 못했다. LG화학은 전기차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에 납품을 하고 있고 GM과 공동으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0년에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10여 년 전 5만 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2021년 2월 10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이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석유를 먹고 달리는 차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성장 여력은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때로는 왠지 한물 간 것 같은 사업이 의외로 알짜일 때가 있다. 세밀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선입견에 따라 판단하기 쉽다. 국보디자인은 인테리어 업체다. 모르고 보면 사양산업인 것 같다. 예전처럼 자고 일어나면 건물이 올라가던 때도 아니다. 이미 저성장 시기에 진입한 마당에 일거리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 사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사업이 잘 되는 특성이 있다. 건물이나 점포의 주인이 자주 바뀌니까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넓은 건물에 대한 리모텔링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좋은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 찾기는 일부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경우도 있으나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삼광유리의 글라스락이 히트를 친 것은 웰빙 열풍 때문이다. 우리 중 웰빙 열풍을 몰랐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것을 주식투자와 연결 짓지 못했을 뿐이다. LG화학의 장사가 잘 될 거라는 것도 시기의 문제일 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모두가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좋은 사업 모텔을 가진 기업에 대한 힌트는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단순한 원리'로 무장을 하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사업 모델이 보인다. 그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 중 1위 기업을 찾아 깊이 공부하면 기막힌 투자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박영옥(주식농부)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 주식농부의 농심 투자와 투자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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