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원칙 1
주식도 농사라는 마음으로 임하라
주식을 산다, 주식투자를 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다. 주식투자를 농사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농부라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주식의 본질이 휠씬 더 명료하게 보인다.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줄어든다.
먼저 우리가 종목을 찾는 것은 농부가 봄에 파종할 품종을 고르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벼농사를 짓는 농부는 벌써 작년부터 올해 심을 품종을 생가한다. 작년에 냉해를 입었으면 추위에 강한 품종을 찾고 가뭄 때문에 피해를 입있으면 비교적 적은 물을 먹고도 잘 자라는 품종을 찾는다. 가장 좋은 씨앗을 찾는 일은 농부에게 멈출 수 없는 일이다. 품종이 한 해 농사의 절반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중요한 품종을 생각 없이 고르거나 못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품종을 찾는 농부는 없다.
농부가 자기 논과 지역 날씨에 맞는 좋은 품종을 고르려면 공부와 생각을 거듭해야 하듯이, 주식투자에서 종목을 고를 때도 공부하고 생각한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 자기가 뿌린 씨앗이 어면 품종인지, 어떤 병충해에 강하고 약한지 모르는 농부가 있는가. 얼치기 농부가 아닌한 품종에 대한 정보는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투자자들이 남들이 뿌린다는 이유로, 싸다는 이유로 알지도 못하는 품종의 씨앗을 뿌리곤 한다. 그래놓고는 기적같은 일이 생겨서 품질 좋은 쌀이 대량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자신이 모르는 씨앗은 벼일 수도 있고 보리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시쳇말로 '잡주', 즉 잡초의 씨앗일 수도 있다.
모내기를 해놓고 논에 가지 않는 농부를 상상할 수 있는가. 농부는 매일 물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병충해는 없는지 관찰하고 관리한다. 비가 많이 오면 물꼬를 트고 비가 그치면 물꼬를 닫는다. 가뭄이 들면 양수기를 동원해 필요한 물을 채워준다. 이때 농부가 집중하는 대상은 오로지 작물이다. 가을에는 황금들판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믿지만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주식투자자들도 파종, 즉 주식을 산 다음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경작하고 있는 기업이 잘 자라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 기업에 악재가 되는지 호재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농부는 장마철이 되면 미리 물꼬를 점검하고 도랑을 친다. 그래야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경제 상황에도 홍수는 있다. 외환위기, 9.11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9.11을 제외하고는 모두뚜렷한 징조가 있었다.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인 1995~1996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남아의 경제는 호황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외국 투자은행에서 빌려온 많은 외채가 있었다. 경기는 호황이었지만 질적인 면에서 보면 기초가 불안한 성장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대부분 단기외채였다. 단기로 들여온 외채는 단기간에 돈을 돌릴 수 있는 곳에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 시설투자나 연구 등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 쉽게 말해 다음 달에 각아야 할 돈으로 1년 뒤에 수익이 나오는 곳에 투자를 한 것이다. 단기외채와 장기투자라는 미스매치는 헤지편드 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외환위기라는 명확한 징조가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비를 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 위기불감증 때문이다. 결국 외환위기라는 전염병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쳐 1997년 11월 드디어 한국에도 상륙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2006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17회에 걸쳐 6.5%까지 올렸다. 저금리 때문에 붐이 일던 부동산이 타격을 받을 거리는 건 예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대비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았다.
미리 준비하는 농부는 홍수가 날 때 간단하게 점검만 하면 된다. 하지만 미리 도랑을 쳐놓지 않은 농부는 논두렁이 터져 나가고 난 뒤에야 후회를 한다.
초보 농부와 베테랑 농부의 결정적 차이는 절기를 아는가 모르는가 하는 것이다. 초보는 인제 파종을 해야 하는지, 8월에는 벼가 얼마나 자라야 하는지, 벼가 얼마만큼 익었을 매 추수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베테랑 농부는 작물의 생육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농시를 지은 분들은 달력보다 더 정확한 직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벼는 보통 7월 말에서 8월에 꽃이 핀다. 농부가 이 사실을 모르면 내 작물이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지, 뭔가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기업도 그렇다. 주식을 살 때 이 기업은 향후 1년 동안은 투자기간이고 2년 후쯤에는 투자의 결과가 3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시기가 빨라지면 좋은 일이지만 자꾸 늦어진다면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시기를 모르면 애꽃은 손톱이나 물어뜬으면서 불안하게 기다리거나 팔아버린다.
농부는 일시적인 날씨의 변덕으로 생장이 더디다고 논을 갈아엎지 않는다. 웃거름을 준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대처를 하면 곧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할 때도 일시적인 날씨의 변덕은 있다, 때로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가뭄이나 폭우가 내릴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경작하는 기업을 알고 그 기업이 일기의 번화를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팔지 않고 기다릴 수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수확이 남았다. 경험 많은 농부는 파종기를 잘 아는 것처럼 수확기도 잘 안다. 너무 일찍 파종하면 씨앗이 땅속에서 썩어버릴 수도 있고 너무 일찍 수확하면 벼가 덜 여물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너무 늦게 수확하면 밥맛이 떨어지고 쌀에 금이 간다. 그리고 농부는 벼를 심어놓고 사과나 팥이 나오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늘 모를 심어놓고 다음 달에 쌀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농부는 가을이 되어야, 시간이 지나야 벼가 익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식투자도 그래야 한다. 1,000원짜리 주식을 사농고 이게 금방 1만 원짜리가 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벼에서 사과가 열리는 일이 없는 것처림 순식간에 수십 배로 껑충 뛰어오르는 주식은 없다. 정말 어쩌다가 나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그걸 바라는 것은 마치 논에서 금광이 발건되는 것처럼 드문 일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파종을 하고 돌본 다음에 수확을 하기보다는 이미 꽃이 활짝 피었거나 열매가 맺힌 논을 찾으려고 한다. 이제 곧 수확기니까 금방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있고 그만큼 가격이 올라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자기 혼자 똑똑하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방금 모내기를 한 벼들은 그냥 잡초처림 생기기도 했고 언제 자라서 쌀을 수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꽃이 피고 벼가 여물기 시작하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을 나만 알아보리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다. 언론에 소개되거나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들은 만개한 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미 임자가 있고 그 임자가 금방 수확할 수 있는 논을 싼 가격에 내놓을 리는 없다. 뿌리고 가꾸는 대로 거두는 것이 농사다. 주식투자 역시 뿌리고 가꾸는대로 기둔다. 남의 논에서 배울 것은 있으나 남의 논을 기웃기려 봐야 얻는 것은 없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매사에 겸양의 정신으로 파트너를 존중하며 우호적으로 공생공영하는 길을 찾고 영속적 기업의 가치에 근거한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며 노력한 만큼의 기대 수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투자한다." 우리 회사의 창립 모토다. 꽤나 긴 창립 모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농부의 마음으로 투자하라'가 된다. 농부의 마음으로 투자히는 것, 즉 농심투자가 내 투자 철학의 핵심이다. 농부의 마음으로 투자하라, 그러면 행복한 성공 투자자가 될수있다.
- 박영옥(주식농부)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 주식농부의 농심 투자와 투자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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