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열광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데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이도 있다. 미국의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왜냐면 주식은 누가 자기 주인인 줄 모르며, 누가 자신을 사랑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피터 린치가 남긴 "주식과 사람에 빠지지 말라"는 말을 응용해서 자기식으로 해석한 것 같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입에 거품을 물고 하는 말이 있다. "아직 실현하지 않은 장부상의 수익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기업과 사랑에 빠지는 걸 반대하는 이들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내비친다. 그리고 수익이 나면 재빨리 주식을 팔아서 자기 지갑으로 돈을 꽃아놓아야 안심한다. 애초에 그런 불안한 마음이 드는 주식에 왜 투자를 결정했는지 의문이 든다. 성급하게 수익을 실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주식 계좌에 이로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우량주를 산 후 수면제를 먹고 수년간 폭자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슨 수익 실현을 잊은 이들에게 더큰 보상이 주어진다는 뜻을 내포했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 주식 투자자들을 보면 대체로 그의 말이 잘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그런데도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수면제를 먹을지 말지'는 여전히 논쟁 거리다. 짐작해보건대 주식과 사랑에 빠지길 거부하는 마음에는 '이미 만들어진 엄청난 수익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빨리 수익을 실현하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큰 투자 수익을 내면 차익 실현을 목표로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건 그리 좋지 않은 방식이다. 지난 시험에서 1등을 한 우등생이 다음번 시험 성적도 좋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장기간 보유하지 않고 빨리 팔아치워야 하는 주식은 어떤 주식일까? 큰 투자 수익을 낸 기업이 아니라 사랑이 식어버린 기업이라야 한다. 물론 투자할 기업을 향한 사랑도 중요하지만,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을 포함해 대중의 관심이 식은 기업이라면 매도해야 하는 주식 1순위다. 단기간에 관심이 사라질 기업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기업과 사랑에 빠질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혼자만의 사랑에 빠지면 위험하다. 우량주 장기 투자는 취지는 좋지만, 나 혼자만의 우량주면 곤란하다. 결혼이나 연애도 그렇지 않은가? 가족과 친구들 모두가 반대하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눈에 콩깍지가 씌였는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로 성공한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이런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주식에 투자히는 것은 '미인 대회'에서누가 우승할 것인가를 알아맞주는 것과 같다." 케인스가 말하는 미인 대회는 미스코리아대회 같은 것이 아니다. 그가 이 말을 했을 당시 영국 신문에서 유행하던 것이 있다. 미인들 사진을 신문에 게재하고, 가장 높은 득표를 한 6명의 미인을 맞추는 독자에게 상금을 주는 이벤트였다. 상금을 타기 위해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6명의 미인을 선택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할 후보를 골라야 한다. 케인스는 이런 미인 대회 이벤트에 주식 투자를 비유한 것이다.
케인스의 말에는 시사점이 있다. 주식 종목을 선택할 때 미인 대회처럼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 기업을 좋아한다고 해서 덜컥 투자를 감행하기보다는 자신이 투자하려는 기업이 대중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대중과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승산이 없다. 다시 말해 당신과도 주파수가 안 맞을수 있다. 따라서 투자할 때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선호도를 고려해서 대중과도 주파수가 잘 맞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잘못하면 자기 눈에만 사랑스러운, 자기 혼자만의 우량주를 선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 혼자만의 우량주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잣대는 무엇일까? 나의 경우 세계 시가 총액 순위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 시가 총액 최상위권 기업이라면 대중의 끌림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시가 총액 최상위권 기업 중에서 장기간 성장을 함께 도모하고 싶은 기업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와 동시대인들의 주파수에 맞는 기업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안테나를 정비해야 한다. 안테나가 불량이면 사소한 잡음에도 반응하게 된다. 안테나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애매한 기업 주식을 사게 된다. 그렇게 선택한 주식은 조금만 바람이 붙어도 내던지고 싶어진다. 안테나를 바로 세우고, 자신과 주파 수가 맞는 기업을 선택해보자. 이는 재무제표를 보는 일보다 휠씬 쉽고 편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업 선정은 당신에게 마음 편한 기다림을 선사한다.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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