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팔아야 의미가 있다?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트레이딩을 하다 멈춘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트레이딩은 원칙에 따라 반복적 폴레이를 하는, 일명 돈을 만들어내는 기계 앞에서 꾸준히 조작만 하면 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도중에 포기한다. 자금의 한계, 매일 시장을 체크하고 장중 모니터를 봐야 하는 번거로움, 매매하지 않으면 수익도 손실도 없디는 심리적 싸움 등의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감정을 빼고 기계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행위의 본질적 의미를 중시한다. 그런 나에게 트레이딩은 맞지 않았다. 나와는 반대로 주식은 팔아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탄생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주장과는 다른 의미를 찾을수 있을지 모른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1602년 설립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였다. 17세기 동인도회사는 아시아 지역의 독점 무역으로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잠시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 선장 : 지난주 갑자기 닥친 태풍으로 선원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었어. 배도 폐기해야 할 지경이야. 이를 어쩌나.
- 선원 : (밖에서 달려오며) 큰일났습니다! 애든버러호가 해적을 만났다고 합니다.
- 선장 : 맙소사! 올해는 꼭 새 항로를 개척해야 할 텐데. 배도 더 건조해야 하는데 큰일이군.
이처럼 동인도회사는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손실이 막대했다. 또한 꾸준한 투자도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손실을 피하고 자본을 충당할 목적으로 '증권(주식)'을 만들었다. 회사는 이 증권을 투자자들에게 팔면서 무역 이익에서 나온 수익을 분배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자들은 이익 분배를 해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증권을 샀다. 이것이 최초의 주식 투자다.
동인도회사 증권 투자자 중에서 갑자기 금전이 필요해서 증권을 필아아 하는 사람들이 있였다. 또 '외부 정보'를 입수해서 증권을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동인도회사의 미래를 유망하게 보고 증권을 사려는 시람도 있었다. 사람들의 거래를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동인도회사는 암스테르담에 증권 거래소를 설립했다. 최초의 주식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동인도회사는 손실을 줄이면서 자본금을 충당할 수 있었고, 투자자는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사가 늘 순조롭지만은 않듯, 때때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하루는 인터셉터호가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널리 퍼저 나갔고 중권을 보유한 투자지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조금 싸게 팔더라도 당장 팔아서 돈을 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시에 주식을 내던졌다. 그러나 누구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증권 가격은 10분의 1로 폭릭했다. 초기 투자자들은 울화통이 치밀었다. 물른 이때다 하고 폭락한 증권을 쓸이 담은 투자자들도 있었다.
"인터셉터호가 돌아왔다!" 얼마 뒤 증권시장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증권을 헐값에 내던진 투자자들은 애써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인터셉터호는 돌아왔다. 그것도 '오리엔탈 특산품'을 가득 신고서 말이다. 초기 투자자들은 분노에 휩싸였고 폭락장 투자자들은 단숨에 큰돈을 벌었다. 이것이 최초 시세 탄생의 배경이다.
이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동인도주식회사에서 발행한 증권을 산 것은 태초의 주식 투자다. 주식 투자의 애초 목적은 동인도회사의 이익을 함께 누리기 위함이었다.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의 행위는 원래의 목적에서 파생된 것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트레이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주식 투자가 탄생한 본래의 의미를 잊게 된다. 트레이딩은 투자의 곁가지라고 할
수있다. 물론 주식 투자 탄생의 의미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수백 년 전의 일이니 말이다.
다만 나는 주식 투자가 탄생한 초기 의미에 부합하는 투자를 지향한다. 내가 생각하는 주식 투자는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는 행위다. 이를 통해 '기업의 이익 분배금'을 누리는 것이 내 투자의 의도다. 기업의 이익 분배 형태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물론 지금 당장 이익 분배가 없는 기업이라도 괜찮다. 훗날 배에 특산품을 가득 싣고 와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 말이다.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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