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사면 그 수익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까요?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간혹 투자나 사업을 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사람을 보게 된다. 빚더미에 올라 파산 신청을 할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지, 한강에 갈지, 그들에게는 사방이 낭떠러지다, 애초에 자신을 이런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미 옆질러진 상황에서 자책해봐야 소용없다. 이때는 어느 길이라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제가 빚을 값아야 합니다. 00주식을 사면 그 수익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까요?"
이런 메일이 받은 적이 있다.나는 이 질문자에게 우선순위를 먼저 일깨워줘야 했다.
"빚을 갚는 것이 우선이라면, 주식을 살 돈으로 빚을 먼저 갚는 편이 맞습니다."
빚을 전략적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면 질문자가 원하는 주식을 살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를 가능성이 더 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질문자는 '투자로 수익을 내서 빚을 깊는 것을 원한다'는 희망 사항을 내비치고 있었다.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서 빛을 깊는다는 것은 현실 세게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자신을 조금씩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는 행위다.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다 보면 한방을 노리는 투자로 가기 십상이다. 사람은 발 디딜 곳 없는 수세에 몰렸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앞서 말한 바 있지만, '배수진을 치고 투자하겠다'라는 건 몹시 위험한 발상이다.
영화 <300>에는 맨몸으로 페르시안 100만 군대와 대적하는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이 나온다,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페르시아의 침략에 대적해 싸웠다. 페르시안 100만 군대가 침공한 상태에서 스파르타인들은 막다른 골목에 서 있었다. 항복해서 자신과 가족들이 모두 노예가 되든지, 전장에 나가서 죽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둘 다 비극이다. 확실히 노예가 되는 것보다 전쟁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단 0.1퍼센트라도 승리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처럼 자신이 쥐고 있는 패가 좋지 않을 경우 사람은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쉽다. 게임 하나를 준비했다.
A : 당신은 '슬렁슬렁' 자산 1억을 모았다.
B: 당신은 '힘들게' 자산 4억을 모았다.
먼저 A, B 둘 중 한 명의 삶을 선택하자. 선택했는가? 그렇다면 이제 게임 규칙을 설명하겠다. 당신은 '현재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걸고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 이미 발을 들인 이상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겠다.
1번 : 도박한다. 1억을 딸 확률 50%, 4억을 딸 확률 50%다.
2번 : 무조건 2억을 받는다.
1번과 2번 중 하나를 선택하라. 전 재산을 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이었는가? A? 아니면 B? 이 게임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투자자에게 인지시키고 좀 더 건전하고 신중하게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하길 바리는 마음에서 준비한 것이다. 이제 게임의 결과를 살퍼보자.
A를 선택한 당신은 전 재산 1억을 내놓더라도 1번이든 2번이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익이다. 그래도 한쪽을 선택해야 했으니, A인 당신은 아마 2번을 택했을 것이다. 한편 B를 선택한 당신은 상황이 다르다. 전 재산 4억을 내놓는 상황에서는 1번도 2번도 손해다. B에게는 둘 다 나쁜 선택지다. 하지만 이 게임의 규칙은 전 재산을 거는 거였던 민큼 선택도 헤야 한다. B를 선택한 당신은 1번, '도박'을 선택했을 것이다. 무조건 받는 2번을 선택하면 재산의 절반을 잃게 되지만, 도박을 선택한다면 이겼을 경우 그나마 자기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A와 B는 이처럼 각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 명은 확실한 이익을 선택하고, 다른 한 명은 도박을 선택한다. 2번을 선택하면 무조건 2억을 받는다는 결과값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 값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 이유는 A와 B의 기준이 되는 '준거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A는 이익을 생각하고, B는 손실을 생각한다. 즉 두 사람이 맞닥뜨린 선택은 같지만, 그들의 심리 척도는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좋지 않은 선택만 남겨진 사람은 왜 파멸적인 선택에 손을 뻗는가? 심리학에서는 이를 '베르누이 오류'라고 부른다. 베르누이 이전의 수학자들은 도박이 기댓값으로 평가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르누이는 심리학적 혜안으로 부의 효율을 들여다봤다. 즉 사람들의 선택은 금액 가치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심리적 가치라고 생각했다.
S전자에 근무했던 당시 직장 동료였던 C는 말했다. "이미 부동산 빚이 5억인데, 3000만 원 더 손해 본다고 뭐 달라질 것 있어? 5억이나 5억 3000만 원이나 그게 그거지 뭐." 당시 C는 소위 말하는 '잡주'에 8000만 원정도 투자해서 마이너스 3000만 원인 상황이었다. '3000만 원 손해'라는 것만 놓고 보면, 정말 큰돈이다. 이 정도면 누군가의 연봉이다. 그러나 '빚이 5억에서 5억 3000만 원이 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그의 말에는 묘하게 설득됐다. '같은 돈 다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실감했다.
이는 ' 준거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1억이나 1억 300만 원이나 그게 그거 같다. 준거점이 1억 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00만 원을 뚝 떼놓고 생각하면, 꽤 큰돈이다. 이는 누군가의 한 달 월급, 즉 한 달간 수고한 귀한 시간의 대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무한도전>은 종영한 지 오래되었지만, 박명수의 이 말은 아직도 종종 회자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었는지 아닌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겠지만,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맞다. 늦었더라도 방향키가 아직 내 손에 있다면 최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빚이 5억이는 5억 3000만 원이든 그게 그거라고 해서 3000만 원을 내던지듯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주어질 점점 더 힘든 선택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과감한 배팅을 하는 이면에는 복잡한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그 상황에 부딪혀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절박함 같은 것이 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절박한 심정으로 극단의 확률에 배팅하려고 한다면 부디 멈춰서길 바란다. 옥죄어오는 빚이 페르시안 100만 군대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빚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지만 바로 앞이 낭떠러지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이 낭떠러지라면, 뛰어내리기 전에 낭떠러지를 찬찬히 살펴보자, 이찌면 그 낭떠러지에는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계단이 너무 길어서 내려가다 지쳐 떨어질 것 같아도, 차분하게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내러가자. 빚은 그렇게 갚으면 된다. 끝이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막막해도 그렇다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마지막 계단이 보일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저 높은 고지까지 단박에 날아갈 방법 같은 건 없다. 있다 해도 그것은 분명 단번에 날아오른 만큼 단번에 추락하는 방법일 수 있다. '한 방'을 노리는 투자는 위험하다. 높은 고지를 향해 올라가려면 먼저 주위를 둘러보자. 계단이든 에스컬레이터든 엘리베이터든 보일 것이다. 그것을 타고 차근차근 올라가 보자. 그러다 보면 때때로 주식시장에서 불이오는 순풍이 당신을 밀어 올려주기도 할것이다.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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