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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지방부동산, 인구 수가 아닌 '접근 가능성'과 '인구 확장성'

by 고니과장 2023. 3. 24.

인구 3만엔 스타벅스가 있고, 인구 10만엔 없는 이유

스타벅스 매장이 인구 수에 따라 결정될까? 인구 3만 7,183명이 사는 충북 증평군에는 스타벅스가 있고, 인구 10만 3,818명이 사는 경북 영주시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인구 10만 명은 절대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규모다. 영주시가 증평군보다 인구는 3배 가까이 많은데 어쩐지 처지가 뒤바뀐 듯하기까지 하다. 인구로는 설명이 안 된다. 증평군은 최근 5년 동안 인구가 제자리걸음하듯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영주시는 같은 기간에 인구가 감소했다.

 

'접근 가능성'과 '인구 확장성'

두 지역을 둘러싼 지리적 환경부터 살펴보자.

 

충북 증평군은 같은 도내 청주시·괴산군·음성군·진천군과 시의 경계를 맞댄다. 이들 5개 행정구역의 합산 인구 수는 112만 3,851명이다. 스타벅스 매장당 인구 수를 대입하면, 약 26개를 유치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실재하는 매장은 21개다. 산술적으로는 아직도 '4개 매장'이 목마른 셈이다. 실례로 인구가 비슷한 울산은 매장 29개가 위치해 있다.

 

영주시는 증평군과 대비된다. 영주시는 경북 안동시·봉화군·예천군과 충북 단양군, 강원 영월군 등 5개 지역과 면해 있다.이들 6개 지역 인구 수는 41만 815명이다. 인접 지역은 증평군보다 많은데 합산 인구는 적다. 그래도 대구 수성구민 수와 맞먹는 상당한 규모다. 스타벅스 매장당 인구 수를 대입하면, 13개 정도를 유치할 수 있다. 실재하는 매장은 안동에만 4개뿐이다. 산술적으로 9개 매장을 더 넣을 수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들어가질 않는다.

 

두 지역의 차이는 '접근 가능성'과 '인구 확장성', 이렇게 2가지 측면에서 풀어볼 만하다.

  1. 접근 가능성은 지리적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증평군과 주변 4개 지역은 남북으로 중부고속도로가, 동서로는 충북제천고속도로가 지나며 '십자가'를 그린다.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리해 왕래가 비교적 자유롭다. 증평군은 비교적 완만하 지대까지 더해 사통팔달에 놓여 있다. 반면에 영주시 일대 6개 지역을 지나는 고속국도는 남북을 지나는 중앙고속도로 하나 정도다. 영주시는 북서쪽 소백산맥과 남동쪽 박달산을 낀 분지다.
  2. 인구 확장성은 인구가 증감하는 추세에서 읽을 수 있다. 증평군 등 5개 지역 합산 인구는 최근 5년 전부터 2020년까지 매해 증가했다. 진천군과 음성군에 걸친 충북혁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정주 및 유동인구를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 청주시는 SK하이닉스 공장과 국제공항을 낀 인구 85만여 명의 광역시급 도시다. 반면에 영주시 등 6개 지역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인구가 감소했다. 주축 도시인 안동시의 인구 감소 영향이 컸다.

 

두 지역을 열심히 비교한 이유는, 어느 지역이 낫고 못났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게 아니다. 인구 수라는 함정에 빠지는 걸 피하고자 한 것이다. 인구가 많을수록 매장이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것은 큰 맥락에서는 맞다. 이대로면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으로만 매장이 뻗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지방 매장은 있기 마련이다. 디테일하게 접근하고 주변 환경을 따지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증평군과 영주시는 이걸 정확하게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다. 

 

자세히 보면 지방에 스타벅스 매장이 몰린다

지방 출점은 드라이브스루(DT)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DT는 넉넉한 공간에 지어야 한다. 공간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 면적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자동차 통행을 고려하지 않고 지은 건물은 DT 매장으로 쓸 수 없다. 그래서 상당수 매장은 DT 영업에 최적화한 맞춤형 건물을 별도로 짓는다.

 

도심에 이런 건물을 올리기엔 제약이 따른다. 땅값이 비싼 데다 일부는 교통 체증을 유발해 부담이 된다. 한마디로 서울에는 DT를 짓기가 여의치 않다. 실제로 현재 DT 매장 338개 가운데 서울 매장은 18개에 불과하다. 전체 DT 매장 가운데 5%에 불과하다. 서울이 전국 매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34%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DT를 서울에 짓지 못할 뿐이지, 대세 매장이다. 포화한 도심 상권에 매장을 들이대기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해답이 바로 DT다. 

 

매장을 오랜 기간 운영하기 적합한 점도 DT의 매력을 키운다. 사실상 DT 건물은 '맞춤형'이라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가 여의찮은 측면이 있다. 공간 효율을 떨어뜨리므로 건물 가치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아울러 같은 용도로 쓸 다른 이를 들이기도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외곽까지 고객을 제발로 불러들일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임대인은 스타벅스가 아니면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스타벅스가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실제로 DT 전세기간은 평균 12년으로, 전체 평균 8.9년보다 3년 더 길었다.

 

DT는 평균 임대 보증금이 2억 9,800만 원으로 전체 매장 평균 임대 보증금보다 5,000만 원 가까이 비쌌다. 보증금을 평당으로 환산하면 DT는 229만 3,759원, 전체는 237만 7,621원이다. DT 평균 면적은 429.48㎡로 전체 평균 333.69㎡보다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 때문에 평단가가 내려간 측면이 있다. 우호적인 임대인과 저렴한 임대 보증금으로 오래 영업할 수 있는 DT가 지방 출점 공식으로 굳어질지 주목할 여지가 있다.


- 전재욱, 김무연 <나의 꿈 스타벅스 건물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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