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이 책에서 추구하는 목적
나는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이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도 없고 이런 기법(이전 글 참조)을 권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이 책에서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독자들이 실패하기 쉬운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잘 맞는 건전한 투자 전략을 수립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적절한 투자 기질
우리는 투자 심리에 대해서 많이 논의할 것이다. 실제로 투자자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 동안 방어적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야 했으며, 그래서 좋든 싫든 주식시장으로부터 자극과 유혹을 받게 되었다. 나는 주장, 사례, 권고를 통해서 독자들이 투자에 대해 적절한 인식과 태도를 확립하도록 안내할 것이다.
적절한 투자 기질을 갖추는 편이 재무, 회계, 주식시장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자 기질을 갖춘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훨씬 더 벌고 유지한 사례가 많다.
정량화하는 습관
: 내가 지불하는 가격과 내가 받는 가치를 비교하는 습관
또한 나는 독자들이 정량화하는 습관을 갖추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주식 중 99%는 어떤 가격에서는 매우 싸서 사야 하고, 어떤 가격에서는 매우 비싸서 팔아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불하는 가격과 내가 받는 가치를 비교하는 습관은 투자에 더없이 유용한 특성이다. 나는 여러 해 전 여성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향수가 아니라 식료품을 사듯이 주식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말로 끔찍한 손실은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산 주식에서 발생했다.
1970년 6월에는 "가격이 적절한가?"에 대한 답을 9.4%라는 숫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 9.4%는 새로 발행되는 우량등급 공익기업 채권 수익률이었다. 이제는 이런 채권의 수익률이 약 7.3%로 하락했지만, 그래도 이만한 답이 또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물론 다른 답을 찾을 수도 있지만,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예컨대 1973~1977년에는 시장 환경이 매우 달라질 수도 있으므로,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짜릿한 모험보다는 방어적 투자 전략
따라서 방어적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의 주식투자에 적합한 적극적 기법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주가가 유형자산가치보다 훨씬 높은 종목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기 바란다. 이렇게 진부한 조언을 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심리적인 이유도 있다. 성장주 중에는 순자산가치의 몇 곱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좋은 주식도 많지만, 경험을 돌아보면 이런 주식을 산 사람들은 주식시장의 변덕과 기복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 반면 순자산가치와 비슷한 가격에 공익기업(수도, 전기, 가스회사) 주식을 산 사람은, 주식시장이 변덕스럽게 오르내리더라도, 자신이 건전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소유 주라고 항상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화려하고 위험스러운 성장주를 사는 짜릿한 모험보다는 방어적 투자 전략을 선택할 때 더 좋은 실적을 거두기 쉽다.
화려하진 않아도 확실한 실적
투자에는 흔히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확실한 실적'은 초보 투자자가 조금만 노력해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실적을 얻으려면 훨씬 많은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실적을 조금 더 개선하려고 지식과 지혜를 조금만 더 보태면, 실적은 오히려 틀림없이 나빠질 것이다.
대표적인 종목들을 사서 보유하기만 하면 누구나 시장 평균 실적을 달선할 수 있으므로, '평균 초과 실적'을 달성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
다. 그러나 사실은 똑똑한 사람들 중에도 초과 실적을 추구하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심지어 노련한 편드매니지들 대부분의 실적도 시장 평균 실적에 못 미쳤다. 증권사들이 발표한 시장 예측 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의 예측이 적중한 비율은 동전 던지기 확률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모험을 감행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투자 과정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독지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강조하건대 포트폴리오 전략은 단순해야 좋다. 우량등급 채권과 다양한 우량주를 함께 보유하는 단순한 전략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면 누구나 실행할 수 있다. 이렇게 안전하고 건전한 전략을 벗어나 위험을 무릅쓰려면, 반드시 적정 기질을 갖춰야 하며 수많은 난제를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모험을 감행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특히 자신이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지,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안전마진 원칙에 바탕을 둔 건전한 투자 기법을 유지하면, 매력적인 실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방어적 투자가 주는 확실한 실적보다 더 높은 실적을 얻으려 한다면, 반드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장래를 확신하기보다는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끝으로 과기 이야기를 덧붙인다. 젊은 시절 내가 월스트리트에 진출하던 1914년 6월, 시장에서 반세기 앞을 어렴풋이나마 내다본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주식시장은 전혀 짐작도 못했는데, 2개월 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이나 뉴욕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았다.) 이제 1972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한 나라가 되었지만, 우리는 온갖 문제에 시달리면서 장래를 확신하기보다는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에서 지난 57년을 돌아보면, 어느 정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예상 못한 커다란 피해도 보았지만, 건전한 투자 원칙을 지키면 대개 건전한 실적을 얻었다. 우리는 향후에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서문 18
'가치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도 혹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고 싶을 때 (0) | 2023.08.18 |
---|---|
인플레이션과 기업의 이익 (0) | 2023.08.10 |
투자에 성공하려면 먼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을 선택하고 나서, 그 산업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을 찾아내야 한다 (0) | 2023.08.10 |
주식 트레이더에 대한 평가 (0) | 2023.08.10 |
쉽고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 (0) | 2023.08.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