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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by 고니과장 2023. 3. 16.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

1. 유니콘 vs 블록버스터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장규모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큰 데다 고령화로 인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기대감 속에 모두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끌고 나갈 유니콘을 찾기에 바쁘다. 

 

초기기업이 맨손으로 창업해 유니콘이 되는 일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유니콘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기대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대감이 손에 잡히는 실체로 바뀌지 않으면 유니콘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테마가 지속적인 동력을 얻고 세상에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기대감이 실체화돼야 한다.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블록버스터'다. 블록버스터는 신약 개발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로 연 매출 10억 달러가 넘는 의약품을 부르는 별칭이다. 키트루다처럼 연 매출이 100억 달러가 넘는 제품은 메가 블록버스터라고도 부른다. 유니콘이 어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담았다고 한다면 블록버스터는 말 그대로 그 기업의 실현하는 실체를 의미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도할 기술이나 시장을 찾는 기준이 유니콘이 돼서는 곤란하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유니콘이 아니라 블록버스터다.


2. 헬스케어 웨어러블의 실패

헬스케어 산업은 9대 이해관계자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강보험, 병원, 글로벌 대형기업은 의료 시스템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이 소개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첫째, 기존 건강보험, 병원, 글로벌 대형기업 중심의 의료 생태계에서 판을 흔들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2. 둘째, 아니면 기존 의료 시스템의 논법을 따르면서 생태계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것인가?

디지털 헬스케어는 헬스케어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했다.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주목한 것은 일반인이었다. 의료 산업은 아프거나 아픈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산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 산업에 예방과 관리의 개념을 추가하며 산업의 범위를 환자에서 일반인까지 확대하고자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일상생활의 건강 데이터들을 측정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술로 웨어러블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업으로 가장 많이 주목을 받았던 업체가 핏빗이었다. 활동량 측정기라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한 핏빗은 2015년 그 어느 업체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상장에 성공한다. 그러나 핏빗의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했던 활동량 측정기 판매량은 2016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핏빗은 2016년 4분기부터 무려 8분기 동안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판매량 하락과 함께 기업가치도 꾸준히 하락했다. 핏빗의 실적 둔화와 함께 헬스케어 웨어러블에 쌓였던 거품도 조금씩 사라져 갔다. 결국 핏빗은 2019년 11월에 구글에 인수되고 말았다.

 

핏빗의 사례를 분석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웨어러블을 넘어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지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핏빗의 판매량은 그렇게 급격하게 하락했을까? 조사기관 인데버 파트너즈는 재밌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디지털 활동량 측정계를 1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인데버 파트너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활동량 측정기와 스마트워치 사용자의 3분의 1은 6개월 후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에게 활동량 측정기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선 효용을 제공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유행이 지나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여기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헬스케어가 주목받았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디지털 헬스케어는 일상생활에서 건강 정보를 디지털화해 질병예방과 건강관리에 활용하고자 한다. 즉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관리 솔루션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1. 첫째, 어떤 데이터를 측정할 것인가?
  2. 둘째, 그 데이터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3. 셋째,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것인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표방하는 1세대 헬스케어 웨어러블이 사람들에게 재미를 넘어선 효용을 제공하지 못한 이유는 첫째와 셋째 질문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웨어러블은 일반인에게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의미 있는 생체신호와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측정하면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1. 헬스케어 웨어러블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일반인에게 의미 있는 생체지표를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생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생체지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형 당뇨 환자는 혈당,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심정지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심박수·심전도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일반인들 대부분은 생체지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 따라서 환자가 아니라 일반인까지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의미 있는 생체지표를 발굴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 헬스케어 웨어러블 제품들은 일반인에게 의미 있는 생체지표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큰 투자 없이 사업화와 제품화가 쉬운 생체지표를 측정하는 제품들이었다. 
  2. 헬스케어 웨어러블 실패의 두 번째 원인은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간단한 생체 정보라도 고객이 주기적으로 측정한 데이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현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헬스케어 웨어러블 제품들은 자체 솔루션이 강력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동기부여를 제공하지 못했고 추가 과금 모델도 수립할 수 없었다. 

3.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특징

2000년대 후반 그 유명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개인건강기록을 디지털화해 일종의 의료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하려 했다. 병원, 보험사, 글로벌 대형 헬스케어 기업 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존 의료 시스템의 주도권을 빼앗아 올 심산이었다. 그런데 구글의 서비스는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는 2019년 각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들이 추구하려고 했던 사업은 결국 데이터를 모아야 힘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데이터를 축적할 방법이 없었다. 역사를 뒤돌아볼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생각보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구현하는 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과연 사람들 생각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이 맞을까? 헬스케어 산업은 큰 시장은 맞지만, 사람들의 생각처럼 엄청나게 큰 산업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은 아프거나 아플 것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출하는 규모뿐 아니라 헬스케어 시장은 질병의 종류별로 시장이 또 잘게 쪼개진다. 심장병 환자,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충치 환자 시장이 같은 시장인가? 그 시장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하나의 시장이고 다른 헬스케어 시장과 잘 겹쳐지지 않는다.

 

헬스케어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규모보다는 가격민감도가 낮다는 것이다. 내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에, 즉 생명 유지와 관계가 깊을수록 가격민감도가 낮아진다. 목숨이 달려있으므로 웬만하면 유명한 제품을 쓰고 싶어 한다. 또한 의사들은 새로운 제품보단 검증받은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진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진입하고 나면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생각보다 치열하지 않다.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예방 영역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예방을 잘 안 하려고 한다. 헬스케어 산업의 낮은 가격민감도는 생명 유지와 관련해 발생하는데 예방은 아직 생명과 관련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 영역은 헬스케어 고유의 특징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헬스케어 산업보다는 소비재 산업에 가까워진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은 쉽게 다른 제품으로 이탈한다. 차별화는 어렵고 경제적 해자는 낮아진다. 예방 영역으로 들어가려면 사람들이 예방이 내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추구하려는 업체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내가 만든 제품이 정말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인가? 그리고 돈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게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어떤 제품이 내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격민감도가 낮아지며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에 더 가까워진다.


4.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 블록버스터는 존재하고 있다

재미있는 일은 많은 사람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유니콘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도 블록버스터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기존 건강보험, 병원, 글로벌 대형기업 중심의 의료 생태계에서 판을 흔들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기존 의료 시스템의 논법을 따르면서 생태계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것인가?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첫째 전략인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블록버스터 업체들은 둘째 전략에서 탄생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1형 당뇨 환자를 위한 연속혈당측정기를 만드는 덱스컴이다. 고객을 당뇨 환자로 설정하고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덱스컴은 2019년 매출이 약 1조 7,000억 원을 초과했다. 이미 디지털 헬스케어 블록버스터는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도대체 디지털 헬스케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디지털 헬스케어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정의하기 참 어려운 구석이 있다. 현존하는 헬스케어 기업 중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업체가 몇이나 될 것인가? 실제로 세계 10대 의료기기 회사들은 모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고 몇몇 제품과 서비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고 사실상 구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최근 국제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표현보다는 디지털 프랜스포메이션 인 헬스(Digital Transformation in Health)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새로운 헬스케어 시장으로 보는 관점이다. 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헬스케어 전 영역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는 트랜드로 접근하는 광의적인 관점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접근하는 시각을 후자에 가깝게 가져가는 편이 현실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관점이 넓어진다면 블록버스터가 등장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기존 헬스케어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침투뿐 아니라 그들을 활용한 기술이전, 파트너십, 인수합병 등의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 때보다 기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경우의 수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아직까지 증명된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공 열쇠는 헬스케어 산업의 일반적인 성공 열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 기술 그 자체보다 '디지털 기술이 헬스케어 산업의 성공방정식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관점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를 만든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블록버스터 찾기는 이러한 관점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5. 블록버스터에 등극한 원격의료, 다음은 플랫폼 전쟁

(1) 블록버스터로 진화한 원격의료

2020년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상당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상당히 많은 디지털 헬스 기업들이 높은 매출 성장과 더불어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원격의료다. 미국 원격의료 업체인 텔라닥과 중국 원격의료 업체인 평안굿닥터의 2020년 예상 매출은 각각 1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두 원격의료 업체의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블록버스터로 진화한 원격의료 업체들은 현재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동안 응급진료와 경증질환 진료 중심이었던 원격의료 업체들에게 앞으로 정신질환과 만성질환 진료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만성질환의 원격진료 역량을 확보학 위해 산업 내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2) 플랫폼 간의 대결

원격의료 업체의 진료 범위 확장과 더불어 또 하나 예상되는 큰 변화는 바로 플랫폼 간의 힘겨루기다. 원격의료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고용주나 건강보험사 등 의료비용 지불자를 고객으로 하는 지불자 모델(Payer Model)이다. 의료비용 지불자들에게 월간 구독료를 청구하고, 그들의 고용자나 가입자들이 원격진료 수요가 발생하면 원격의료 플랫폼에서 의사들을 매칭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모델을 활용한 글로벌 원격의료 사업이 블록버스터가 등장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가치사슬 내외에 존재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원격의료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들은 가치사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원격의료 산업에 진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불자 모델에 대항하는 3가지 플랫폼이 탄생했다.

  1. 첫째, 병원과 의사 등 의료 공급자를 중심으로 지불자 모델이 제공하기 힘든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장점으로 내세운 의료공급자 모델(Provider Model)이다.
  2. 둘째, 민간 건강보험이 주도하는 모델(Health Plan Model)이다. 건강보험사는 지불자 모델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으나 전체 고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역으로 민간건강보험사가 원격의료 업체나 의료기관 인수를 시도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3. 셋째, 온라인 의약품 배송 모델(Online Pharmacy model)이다. 주로 헬스케어 산업의 가치사슬 밖에 존재하는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시도하는 모델이다. 본인들의 기존 강점인 강력한 고객 트래픽을 활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배송으로 시작해서 점차 처방의약품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그다음 원격의료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격의료 시장이 확대되면서 원격의료 시장의 경쟁 구도가 지불자 모델에 대항하는 3가지 플랫폼 간의 대결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3가지 플랫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3) 3가지 플랫폼

① 의료공급자 모델 (텔레닥)

  • 의료공급자 모델은 원격의료 업체가 의료공급자들에게 원격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의료공급자들로부터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다. 대신 지불자 모델처럼 원격진료가 발생할 때마다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 의료공급자 모델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불자 모델의 한계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 지불자 모델은 마치 우버나 카카오택시처럼 그때그때 시간이 맞는 의사와 환자가 매칭되는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의사를 꾸준하게 만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원격의료가 편리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되는지 우려하고 있고 자기가 원하는 의사와 꾸준히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 그래서 지불자 모델은 주로 응급진료나 경증질환과 같은 1회성 진료가 주된 진료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 의료공급자 모델은 지불자 모델이 줄 수 없는 혜택을 줄 수 있다. 의료공급자모델은의료 서비스의 제공자인 병원들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 그럼으로써 지불자 모델보다 신속성을 떨어지지만 대면진료 대비 월등히 빠른 속도로 예약을 통해 원하는 의사와 주기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 결론적으로 지불자 모델은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일회성 진료에 적합하고 회원수를 빠르게 모을 수 있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의료공급자 모델은 환자가 원하는 의사와 주기적인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1차 진료와 만성질환에 강점이 있다. 텔레닥은 가상주치의 서비스, 리봉고 인수를 통한 만성질환 역량 강화, 인터치 인수로 의사-의사 원격진료 역량 강화 등 의료공급자 모델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반대로 아메리칸 웰은 민간 건강보험사인 앤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불자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② 건강보험 주도 모델 (평안굿닥터&평안보험)

  • 두 번째 모델은 지불자 모델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인 건강보험사가 오히려 원격의료를 주도하는 모델이다.
  • 텔라닥의 원격진료 통계를 살펴보면 텔라닥에 구독료를 내지 않는 회원이 늘어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구독료를 내지 않는 대신 진료당 원격의료비를 더 비싸게 낸다. 구독료를 내지 않는 회원수는 2017년 말 기준 360만 명으로 전체 회원의 16%였다. 그런데 2020년 3분기 기준 2,180만 명으로 늘어났고 동시에 전체 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로 증가했다. 더 재미있는 현상은 매출 기여도이다. 2017년 구독료가 없는 회원이 원격진료비 매출 비중은 2%에 불과했는데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 비중은 31%로 증가했다.
  • 구독료를 내지않는 회원이 증가하고 원격진료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건 민간 건강보험사가 텔레닥의 회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민간 건강보험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원격의료 업체에 구독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구독료가 없는 모델은 이용률 2%만 되어도 대면진료 대비 경제성이 높다. 하지만 구독료를 내는 경우 이용률이 14%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대면진료 대비 경제성이 높아진다. 민간 건강보험사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원격의료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 여기서 생각을 조금 더 확장해보면 자연스럽게 민간 건강보험사가 원격의료 사업을 직접 할 가능성이 크다. 원격의료 업체를 인수해 원격의료를 수직계열화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보험사와 병원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특별한 일도 아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그런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중국의 최대 원격의료 업체인 평안굿닥터다. 이 기업의 모기업이 바로 평안보험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일단 기존 고객을 활용할 수 있고 병원과의 네트워크도 훌륭하다. 게다가 원격의료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원격의료 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 민간 건강보험 주도 모델은 생각보다 경쟁력이 높은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③ 온라인 의약품 배송 모델 (알리헬스&알리바바, 필팩&아마존)

  • 마지막으로 살펴볼 모델은 온라인 의약품 배송 모델이다. 주로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시도하는 모델이다. 본인들의 강점인 강력한 고객 트래픽을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배송으로 시작해서 점차 처방의약품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원격의료 사업까지 진출하는 모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의 알리헬스이다. 중국 최대 쇼핑몰인 알리바바를 활용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징동닷컴의 징동헬스와 텐센트의 위닥터가 상장 준비 중이다.
  • 온라인 의약품 배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파마시와 필팩을 통해 온라인 의약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온라인 의약품 배송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파마시를 통해 전체 인구의 10% 이상 되는 무보험자를 타깃으로 하고 건강보험 가입자 수준의 가격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을 활용해 기존 강점인 배송 역량을 활용할 것이다. 덧붙여 필팩은 만성질환자들이 복용하는 여러 개 약을 소분해서 배송해 약물 위해 사례를 최소화하는 효용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 아마존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된다. 온라인 의약품 배송시장에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본격적인 진료 시장 진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아마존은 아마존 파마시와 필팩 이외에도 버크셔 해서웨이와 JP 모건과 함께 헤이븐이라는 비영리 헬스케어 법인을 만들었다. 헤이븐은 3개사 직원들의 의료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헤이븐에 대한 기업 정보가 많지 않지만 아마 직원들 대상으로 자체 보험기금을 운용하는 보험약제관리 기업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의 향후 행보는 헤이븐과 중국 온라인 의약품 배송업체들의 행보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약이 가능하다. 아마존은 원격의료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앞으로 원격의료 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독자적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플랫폼 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


- 김충현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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