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강보험 시장의 이해
이전 글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 헬스케어 산업의 끝판왕> 에서 미래에셋증권 김충현 선임연구위원께서 출연한 영상 중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과 연관된 내용을 정리했었다. 영상 내용이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 투자 아이디어를 잡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김충현 선임연구위원의 저서까지 구매했다.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 <글로벌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 투자 전략> 라는 제목처럼 의료기기, 그것도 국내 의료기기 기업에 초점을 맞춘 책이기에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미국 건강보험 시장을 다룬 내용이 있어서 해당 부분을 따로 정리해봤다.
- 미국 건강보험 시장의 이해
- 고령화와 저금리라는 초대형 악재
1. 미국 건강보험 시장의 이해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전체 헬스케어 산업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거대한 시장규모와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통해 국제적인 표준과 기술과 제도의 트렌드를 이끈다. 당연히 미국 시장의 건강보험 제도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건강보험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여섯 가지를 소개한다.
(1) 보험 시장의 구조
미국 건강보험 시장은 다음 세 개의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 공보험 시장 (메디케어+메디케이드)
- 민간보험 시장
- 기업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기업 자체 보험 시장
공보험 시장은 크게 65세 이상 은퇴자와 특정 장애, 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와 65세 미만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이드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입자수기준 민간보험과 기업 자체 보험 시장은 55%, 공보험시장은 35%, 무가입자 10% 정도로 구성된다.
(2) 기업 역할의 중요성
미국에서는 민간보험이 매우 중요하다. 공보험은 사회 약자나 고령층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직원 보험료의 70% 이상을 부담하며, 기업은 직원들의 건강보험을 공재회 형태인 자체 보험으로 운영하거나 민간보험사에 위탁한다. 미국 전체 기업의 57% 이상, 20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한 기업의 99%는 직원들에게 건강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3) 민간보험 시장
민간보험 시장의 형태에는 크게 네 가지 방식이 있다.
- 종합건강관리기구 : 네트워크 산하 병원들의 의료 서비스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반드시 주치의를 선정해야 한다.
- 특약의료기구 : 종합건강관리기구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네트워크가 아니라 병원에서도 진료할 수 있으며 주치의를 선정할 필요도 없다. 대신 보험료는 비싸다.
- 포인트오브서비스 : 종합건강관리기구와 특약의료기구의 혼합 방식으로 네크워크 병원 외 병원에서도 진료할 수 있지만 주치의는 선정해야 한다.
- 인뎀니티 : 국내 실손보험과 비슷해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가격은 제일 비싸다.
(4) 메디케어의 이해
공보험 중 하나인 메디케어는 크게 4개 파트로 구성된다.
- 파트 A : 입원치료
- 파트 B : 외래치료
- 파트 D : 전문의약품
- 파트 C(메디케어 어드밴티지) : A와 B를 모두 포함하고 D의 일부로 구성
파트 A와 파트 B는 오리지널 메디케어라고 부르며 필수로 가입해야 한다. 파트 C와 D는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민간보험사에 위탁운영을 한다. 다만, 오리지널 메디케어를 모두 가입해야 파트 C와 D에 가입할 수 있다. 즉 오리지널 메디케어가 제공하는 의료 보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파트 C와 D를 추가로 가입하는 개념이다. 오리지널 메디케어는 20%의 자기부담금이 발생한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혜택과 보장 범위가 넓고 일정 금액 이상 의료비용이 발생하면 자기부담금이 없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민간기업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 건강보험은 포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행위별 수가제가 아니라 인두제를 활용하고 있다. 가입자수에 따라 연방정부가 민간보험사에 돈을 지불하고 그 금액에서 남으면 민간보험사가 수익으로 인식하고 손해를 보면 알아서 메워야 하는 구조이다.
(5) 디덕터블 러시
디덕터블이란 보험사가 의료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하는 기준 금액이다. 의료비용이 이 금액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보험가입자가 자비로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의 매출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뚜렷한 계절성을 관찰할 수 있다. 대체로 4분기가 가장 높고 1분기가 가장 작다. 이 현상은 환자들의 겅강보험과도 관련이 깊다. 미국에서 건강보험료는 디덕터블, 고객지출한도, 자기부담금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의료비용이 지출됐다고 해서 당장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출하지 않는다. 총 의료비용이 초기에 설정한 디덕터블 금액을 넘는 순간부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이 디덕터블 금액은 연 단위로 초기화된다. 디덕터블 금액을 넘긴 순간부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다 보니 디덕터블을 넘기지 못한 사람들은 넘기기 위해 병원을 찾기 시작한다. 디덕터블을 채우기 위한 의료 수요를 디덕터블러시라고 한다. 이 때문에 1년 중 4분기 매출이 가장 높은 것이다.
(6) 미국 의약품 유통 구조와 보험약제 관리기업의 역할
미국은 정부가 직접 약가를 통제하는 우리나라나 유럽과는 달리 약가를 시장 논리에 맡긴다. 미국의 약가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하는 보험약제 관리기업(PBM, Pharmacy Benefit Manager)의 역할과 리베이트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약제 관리기업은 미국에 존재하는 독특한 중간관리상(Middle Man)으로 주로 약국에서 판매가 가능하고, 환자 스스로 복용이 가능한 전문의약품을 관리한다. 보험약제 관리기업의 대표적인 기능은 보험사를 대신해 의약품 제조사와 약가와 리베이트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건강보험사에게 의약품 처방권장 리스트(Formulary)를 제공하며, 전문의약품의 청구처리 및 지불을 담당하는 것이다. 의약품 처방권장 리스트에 우선순위로 등재될수록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낮아지기 때문에 의사들의 처방을 유도하는 데 유리하다. 보험약제 관리기업은 건강보험사에는 협상의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제약사에게는 의약품 처방권장 리스트 우선수위에 등재외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다. 이처럼 보험약제 관리기업은 미국 의약품 유통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보험약제 관리기업을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민간 건강보험사와 관계이다. 미국은 3개의보험약제 관리기업(옵텀, CVS 헬스, 익스프레스스크립츠)이 시장의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데 모두 건강보험사와 연관이 있다. 옵텀은 미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에 인수됐고 익스프레스스크립츠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장 보험사인 시그나에 인수됐다. CVS 케어마크는 건강보험사인 애트나와 같은 CVS 헬스그룹사 소속이다.
2. 고령화와 저금리라는 초대형 악재
(1) 건강보험의 권한과 역할
가격책정 권한과 비용지급 권한을 가진 건강보험, 특히 미국은 건강보험사가 자신의 네트워크 병원에서만 보험 급여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방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비용 대비 효과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보험사가 비용 대비 효과성을 중하게 여기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어떤 고민이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2) 고령화와 저금리라는 초대형 악재
일반적으로 고령화는 헬스케어 산업을 발전시키는 촉매로 여겨지지만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산업의 발전을 생각할 때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익숙하다. 그런데 건강보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다. 고객으로 수취하는 보험료를 자주 갱신할 수 없으므로 급격한 의료 수요 증가는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는 지표가 손해율로, 손해율이 높아질수록 보험사에 좋지 않다.
손해율 = (보험금+기타비용) ÷ (보험료-세금 및 수수료)
고령화로 손해율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저금리다.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금융업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로부터 수취한 보험료를 잘 관리해 보험 사건에 대해 충분히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순자산 가치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저금리가 지속되면 건강보험사의 순자산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와 저금리는 건강보험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만한 변화들이다. 고령화는 손해율을 악화하고 저금리는 보험사의 순자산가치를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사는 새로운 의료기기 제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할 때 더욱 비용 대비 효과성을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게 된다.
(3) 총비용 절감이라는 대안책
고령화와 저금리로 건강보험사의 순자산가치가 낮아지게 되면서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총비용 절감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의료 수요 증가로 발생하는 총비용을 절감해보자는 것이다.
총비용 절감이 가능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테마 중 하나인 원격의료다. 원격의료의 목적은 국가별로 다르겠지만 미국에서는 비용 절감 목적이 매우 크다. 미국 헬스케어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개인파산 원인 1위가 높은 의료비 때문이라는 통계가 존재할 정도로 국가적인 문제다. 미국은 높은 의료비로 국내총생산의 17% 수준(OECD 평균 9%)인 연간 3조 4,921억 달러가 헬스케어 산업에 지출되고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은 78.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0.8세보다 낮아 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원격의료는 미국의 높은 의료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응급실은 우리나라와 달리 매우 비싸다. 대략적인 초진료는 응급의료시설에 따라 100~400달러 정도 한다. 그런데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 통계를 조사해보니 대부분 매우 경미한 치료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의사와의 대변진료가 불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원격의료 업체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대면진료까지 불필요한 경증환자들이 40~50달러의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격의료는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효용이 있다.
건강보험 1위 기업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
위 내용을 통해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이 영위하는 건강보험 산업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령화 수혜주는 헬스케어주'라는 단순한 명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시장이라는 것.
-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미국 건강보험 시장
-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
두 가지 특성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보험사들의 전망이 우려스럽다. 반면 업계 1위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의 경우 '그룹'의 장점을 살려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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