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화폐순환속도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가 만들어내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오늘날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변화의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이로 인해 경제적 상황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높아진 다양성, 크게 늘어난 인구수, 높아진 교육수준, 새로운 예술과 미디어, 첨단기술등의 요인들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변화의 가속이 경제에서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주체들 사이에서의 화폐순환속도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화폐의 순환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통화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 정통 경제학자 출신인 빌헬름 뢰프케(Wilhelm Roepke)는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관련하여 "빵 한 덩어리는 한번 먹으면 없어지지만, 돈은 돌고 도는 겁니다. …물건의 양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돈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더 빠르게 돌수록, 돈이 우리의 주머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짧을수록, 돈이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할 가능성이 커질수록 물건의 가격은 올라갑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화폐의 순환속도를 높이는 사회적인 요인들도 있다. 사회의 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해당 사회에 속해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 역시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변해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 사람들은 주택을 더욱 빈번하게 사고팔 것이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품을 중고로 처분하고 새로운 물품을 구입할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는 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임차하여 거주하는 것이 더 유행할 수도 있다.

 

  사회의 변화가 빨라질수록 사회의 구성원들은 더 자주 이사를 다닐 것이고, 지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고, 해고되었다가 재취업하는 주기도 짧아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고 재혼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속도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며, 이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상태에 머무를 때보다 변화의 시기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이혼을 하거나, 재혼을 하거나, 다른 회사에 재취업을 할 때 평소 같았으면 쓰지 않았을 돈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속도가 빠를수록 사회구성원의 변화속도 역시 빨라지고, 이는 그대로 화폐순환속도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진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더많은 액수의 화폐가 이동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결국 화폐공급량이 줄어들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다면 해당 사회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

<불황을 넘어서 - 앨빈 토플러> 82쪽에서 8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