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적 재앙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정치인, 경제학자, 시장분석가, 일반 시민들은 과거의 역사와 경험을 되돌아보며 지금과 유사한 사건들을 찾아보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과거에 있었던 몇 차례의 경제 대공황을 통해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이해하려 하고, 각국 정부는 그 당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요되었던 방식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공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자연스럽게 1930년대 대공황을 종식시켰던 해법들의 추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경제적 발전 정도, 인구, 노동자의 수, 인구구성, 가족구도, 여성인력 활용도, 노령인구 비중, 보건의료 시스템 등 핵심 변수들이 모두 다 다른 각국에서 똑같은 해법을 추진한다고 경제문제의 해결이라는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까?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1930년대 대공황에 빗대면서 당시의 해법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때와 지금의 커다란 차이점 하나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로 벌어졌고 가장 많은 피를 흘리게 했던 그 전쟁이 유발시킨 부의 재분배, 정부재정의 변화, 신기술, 새로운 정치체제 같은 변수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이 유발시킨 경제구조의 변화는 수렵과 채집에서 농경으로의 변화, 혹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것으로, 어쩌면 그로 인한 변화는 아직 진행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세상을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구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3의 물결이라고도 불리는 이 세 번째 변화로 인해 비즈니스와 경제의 모든 분야가 변모했다. 일하는 방식, 일하는 장소, 일하는 사람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이다. 또한 이 세 번째 변화 이후 상품을 판매하는 측과 상품을 구매하는 측의 구분이 사라졌으며, 무엇보다 경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21세기의 경제가 과연 어떤 식으로 달라져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새로이 변화된 21세기 경제의 주된 특징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진부해진 경제모델
오늘날 경제현상 중에는 산업화시대의 경제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활동에 있어 정량화하기 어려운 지식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 지식의 역할 증대
제3의 물결로 인해 새로이 변화되는 경제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식경제의 확장이다.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요소들이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유발시킨 요인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컴퓨터 및 통신 관련기술의 발달, 공장자동화 비율의 증가, 정부와 기업의 재정운용에 있어 금융비중 증대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3. 가속화와 탈동시화
민간 부문의 속도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는 반면 공공 부문의 속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이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는 탈동시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4. 증대되는 복잡성
인트릴리게이터 교수가 지목한 금융위기의 원인을 종합해보면 가속화, 탈동시화, 경제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이 느슨해졌고, 그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5. 국경의 소멸
지금 기업과 각구 정부는 경제활동의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려 하는데, 이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일정 지역 내에 머물렀을 돈이 각국의 국경을 빠르네 넘어다니고 있고 모스크바, 뉴욕, 도쿄, 서울, 뭄바이 같은 전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다섯 가지의 특성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의 경제와 현재의 경제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유발시킨 많은 요인들 가운데 주된 몇가지 요인이기도 하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불황을 넘어서 - 앨빈 토플러> 5쪽에서 1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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