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나는 기복 없이 매끄럽게 연간 12%의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들쑥날쑥하더라도 연 15%의 수익 쪽을 택하겠다. 수익률은 하루나 1주일 다뉘로는 크게 진동한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같은 수준의 매끄러움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워런 버핏
5장 변동성 다스리기
5장에서는 투자에서 장기적 승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변동성 다스리기이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잔고가 출렁거리게 되어 있다. 이 파도를 이겨 내기 위해선느 변동성에 대한 통찰과 이를 맞닥뜨리는 방법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강연을 다녀 보면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전혀 상식 이하의 질문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어떻게 변동성을 겪지 않고 좋은 타이밍을 잡을 것인가와 관계있는 질문들이다. 사실 그런 것은 내 강연 내용의 핵심을 이해했으면 절대로 나오지 말아야 할 질문인데, 거의 매번 강연을 할 때마다 전문가나 비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출현한다. 아직도 시장에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폭락장은 피하고 상승장에서만 시장에 속해 있는 방법이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른바 '문지기의 꿈'은 대부분 변동성을 이기는 방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다. 물론, 변동성을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은행에 예금해서 안정된 초저수익을 누리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투자는 크든 작든 변동성을 겪으면서 과실을 얻게 되어 있다. 특히 주식 투자는 이 중에서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과 싸우면서 더 큰 수익을 누리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전설들은 기복이 없는가?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들은 매년 기복 없는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이들을 소개한 책이나 기사에서 그들의 어두운 기록들이 부각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도 벤치마크 지수보다 못한 기간을 심심찮게 경험했다. 다만, 긴 시간을 놓고 볼 때 시장 지수를 웃돌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변동성이란 요소와 온몸으로 부딪히지 않고는 장기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곳이 이 주식 시장이란 곳이다. 리스크와 변동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변동성이 좀 높아도 기하 수익이 높으면 환영할 만한 것이다.
버핏의 42년간 투자 실적에서 S&P500을 앞선 해는 28년이었으며, 14년은 S&P500보다 못했다. 42년 중 9년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이 중에서 버핏이 불편한 기분이었을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보자.
1974년은 S&P500이 26% 하락했는데 버핏은 44% 손실을 입었고, 75년은 S&P500이37%상승했는데 5%손실, 1990년은 S&P500이 3% 하락했는데 23% 손실, 1999년은 S&P500이 21% 상승했는데 20%의 손실을 입었다. 이런 해는 정말 형편없어 보였을 것이다. 급기야 1999년에는 버핏의 방식이 끝났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S&P500에 비해 압승을 거두었지만, 그는 적어도 3년에 한 번 꼴로 불편한 기분을 참아 내야 했을 것이다.
버핏은 일반적인 펀드에 비해 편입 종목 수가 작기 때문에 연도별 수익의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지만 2013년 12월 기준 버핏의 버크셔헤더웨이가 보유한 종목 수는 고작 46개다. 그는 상당한 크기의 변동성을 뚫고 시간과 싸워 이겨 큰 복리 수익을 얻은 케이스다. 그처럼 변동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시장을 크게 이기는 게임은 할 수 없다. 물론, 변동성과 리스크가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다. 기간을 길게 보면 변동성은 리스크가 아니다. 매년 일정하게 12%의 수익을 얻는 것보다 들쑥날쑥하지만 연 복리 수익 15%인 쪽을 택하겠다는 버핏의 말이 그의 철학을 정확히 표현한다.
다른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양지와 음지를 넘나들면서 장기적인 승자가 되었다. 어느 한 해를 놓고 볼 때 S&P500 지수보다 못한 수익을 낼 확률이 워런 버핏 33%, 존 네크 32%, 피터 린치 56%, 케네스 피셔 27%다. 대가들이 이런데 여러분이 매년 KOSPI 지수를 이기는 투자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성공적인 투자 뒤에는 수많은 실패가 확률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변동성과 싸운 실전 예
이론적 접근이나 모의실험을 통해서 인상적인 수익을 냈어도 실전에서는 신통찮은 경우가 많이 있다. 이 차이를 줄이는 것이 실력이다.
표 14는 2009년 2월 초순부터 60개월 실전 운용 결과를 월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림 116은 누적 잔고를 KOSPI 누적 잔고와 비교하고 있다. 222%:64%로 KOSPI를 압도했지만 그 과정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60개월 중 26개월은 KOSPI보다 잘했고, 24개월은 KOSPI보다 못했다. 말이 24개월이지 5년 중에서 거의 2년이다. 이 기법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견디기에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고수익을 내면서 기복이 없는 투자 방법이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주 어렵다. 앞에서 대가들의 성적을 보아도 지수보다 못한 시간이 상당히 길다. 그런 시간 동안 그들도 숱한 비난을 받고,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을 참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열매를 가져간다. 관심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포트폴리오의 지수 대비 상대 우위는 커진다.
그림 117은 실전의 KOSPI 대비 우위를 월별로 표시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힘차게 솟은 양의 우위 막대들도 많지만 쭉 내려뻗은 음의 열세 막대들도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다. 5년의 세월을 지나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자신의 계좌를 가지고 지켜보았다면 고통을 견디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수익은 대개 이런 변동성을 견디면서 거두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참아내지 못하고 위탁한 지 불과 1개월만에 혹은 6개월여 만에 해지한 계좌도 있었다. 하나 예를 들면, 2011년 8월과 9월에 금융 위기로 시장이 불안해하면서 KOSPI가 11.9%, 5.9% 빠졌다. 우리 위탁 계좌들도 평균 12.3%, 10.5% 빠져 KOSPI보다 더 빠졌다. 실전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월간 손실이었다. 2000년부터의 모의실험에서는 월간 10% 이상 빠진 것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는 큰 충격이었다. 이런 경우를 전혀 당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헤징을 하면 이런 경우의 피해를 줄일 수는 잇지만 수익의 상한도 끌어내린다. 우리 포트폴리오 전략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헤징을 하지 않는 편이 최종 수익이 훨씬 높기 때문에 헤징을 하지 않는데 따르는 변동성은 감수한다. 대부분의 위탁 계좌가 이 시기를 잘 참아냈으나 한 투자자가 계좌 두 개를 해지했다. 개설한 지 각각 5개월, 1개월 된 계좌였다. 5개월 계좌는 개설 이후 KOSPI 대비 10.3% 포인트 잘하고 있는 상태였고, 1개월 계좌는 2.2% 포인트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후 1년이 지난 2012년 9월 말, KOSPI는 13% 반등해서 그 2개월 동안의 손실을 만회하지 못했지만, 우리 위탁 계좌들은 평균 35% 올라 손실을 다 만회하고 초과 수익을 냈다.
투자를 하다 보면 괴로운 손실의 기간도 '반드시' 발생한다. 이런 것을 참아내지 못하면 안정적인 2-3% 남짓의 은행권 이자에 의존하고 살면 된다. 워런 버핏의 말을 다시 상기하자. "기복 없이 매끄럽게 연간 12%의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들쑥날쑥하더라도 연 15% 수익쪽을 택하겠다. 수익률은 하루나 1주일 단위로는 크게 진동한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같은 수준의 매끄러움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 계좌가 중간에 해지를 할 수 없는 청산 기간 3년짜리 펀드였다면 '할 수 없이' 높은 수익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이다.
돈이 많을수록 잔고 증가 속도가 빠르다?
증권 계좌 잔고로 100% 주식을 사 놓는 사람은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데 똑같은 종목으로 같은 시간에 매매해도 잔고의 50%만 투자한 사람은 잔고가 늘어나는 일이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것은 앞에서도 누차 강조한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차이 때문이고 리스크 관리와 상관이 있다.
이처럼 자산에서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방법에 따라서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는 속도가 달라진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충분한 기간 동안 자신의 투자 전략이 기록하는 역사적 수익률과 변동성에 관한 데이터가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현금 보유 비중을 결정할 수 있다.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
4장에서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차이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반추하자. 어떤 시기의 모든 주식을 10여년간 분석해 보면 6개월 후 평균 6.7% 상승했다. 그렇다고 6개월마다 6.7%의 복리 수익을 얻는다는 말은 아니다. 이 산술 평균을 기본으로 변동성이 클수록 반복 투자 수익률, 즉 기하 평균이 떨어진다.
변동성과 장기 수익률
어떤 사람이 1억을 3년간 투자해서 월별 수익률을 통계해 보니 산술 평균이 +5%라고 하자. 이 사람은 이익을 냈을까?
이것이 월평균 5%의 복리 수익(기하 수익)을 낸다는 뜻이 아님은 앞에서 누차 말했다. 이처럼 산술 평균은 착시를 일으킨다. 장기 수익률은 반드시 기하 평균을 사용해야 한다. 수익의 편차가 작을수록 기하 평균은 높아진다.
기하 평균의 이런 성질을 잘 활용하면 똑같은 조건에서도 수익을 높일 수 있다. 40% 수익과 30%의 손실이 교차된 사례를 다시 보자. 원금 1억을 모두 투자하면 손실이 나지만, 항상 전체의 40%만 투자한 상태로 유지하면 이익이 나고 잔고는 3년 뒤 1억 4500만원으로 늘어난다. 투자 비중이 줄면서 40$의 수익과 30%의 손실이 교차되는 게임에서 총 잔고 대비 16%의 수익과 12%의 손실이 교차되는 게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익과 손실의 크기가 모두 감소했고 이들 간의 편차도 줄어 결과적으로 기하 평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좀 더 엄밀하게 계산하면 전체 금액의 41.5%를 투자할 때 수익률은 최대가 된다. 산술 평균을 떨어뜨린 대신 변동성을 줄여 기하 평균을 올린 것이다.
이처럼 기하 평균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는 변동성 관리가 암묵적으로 포함된다. 이는 또한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것 같은 여분의 현금이 변동성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 수익률은 높인다.
장기 투자의 최종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기하 평균이다. 워런 버핏은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산술 평균을 '대단히' 높인 덕분에 기하 평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흔한 예는 아니다. 보통 산술 평균을 떨어뜨리면서 변동성을 감소시켜 기하 평균을 높이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기하 평균을 모르고 변동성을 다스릴 수 없고 위험을 관리할 수도 없다.
켈리 베팅
프로 도박사들은 원금의 상당 부분을 날리는 치명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개 켈리 베팅의 반 정도를 투자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이를 하프 켈리 베팅이라 한다.
내가 운영하는 포트폴리오에서는 켈리 비율을 구해 보면 450% 정도의 레버리지를 쓰는 것이 최적이라고 나온다. 즉, 350%를 차용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계산하는 이면에는 극단적 손실에 대한 설정이 앞선다. 일반적인 로그 정규 분포라면 '평균 -3σ' 정도면 합리적이다. 이 정도면 극단적인 경우는 1000번에 1.5회 발생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조사해 본 결과 현실에서는 이보다 훨씬 자주 나타난다. 우리 증시의 전 종목에 대해 일주일 수익률을 조사해 본 결과 심지어 최대 -12σ까지 나타난다. -6σ만 해도 2000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것인데 이런 일이 11년간 무수히 일어난다. 적어도 수익률 분포의 양쪽 끝 영역에서는 전혀 정규분포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운용 전략에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이런 위험을 줄이는 장치가 여러 겹 포함되어 있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LTCM이 극단적 데이터의 분포에 좀 더 민감하고 수익 증가 속도를 조금 희생하면서 그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살아 있는 신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적 레버리지와 동적 레버리지의 차이
이렇게 레버리지 450%가 나온다고 해서 그대로 과감하게 실행해서는 안 된다. 시장은 확률적으로 아주 작은 리스크도 이론적 분포보다는 훨씬 자주 일어난다. 일주일 수익률의 로그 정규 분포를 보면(실제로는 정규 분포가 아니지만 근접하다고 본다.) 이론상으로는 2000년에 한 번 일어나야 할 일이 평균적인 종목에서 8년에 한 번씩 일어나고, 우리나라 시장 전체로는 2000만년에 한 번 일어나야 할 일이 11년 동안에 자주 일어났다. 분산 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줄이기는 하지만 너무 과감한 레버리지를 사용했다가 통계적 예외 상황으로 1년 만에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망하지 않으려면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줄이는 방향으로 보수적 레버리지를 구사하는 것이 좋다.
프로 도박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베팅 비율이 하프 켈리 베팅, 즉, 기하 수익률을 최고로 높이는 베팅 비율의 반만 베팅하는 것이다. 프로 도박사란 한 탕에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도박으로 잔고 운용을 잘하면서 가족들을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즉, 오랫동안 파산하지 않고 운용할 수 있는 수리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갖고도 나는 아직까지 실전에서 레버리지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배포가 큰 사업가가 아닌 나로서는 우리 회사의 자산 거의 전부로 레버리지를 구사하려니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주주들의 자금으로 설립된 회사이니 만큼 이론상으로 2000만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예외 상황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나 레버리지는 조심해야 한다. 최적 베팅 470% 근처에서 최고 수익이 나오는데 이를 더 키운다고 수익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레버리지 700%로 키우면 수익률은 296%로 떨어진다. 만일 최적 베팅의 두배(940%)로 레버리지를 키우면 2011년 8월에 파산한다. 2년 반만에 망한다. 파산 직전 월인 7월 말의 잔고는 무려 원금의 53배까지 간다.(수익률 5320%! 환상적이지만 지나친 레버리지로 얻은 수익은 언젠가는 다 잃게 되어 있다.) 단 한 번 크게 잃는 것으로 망한다. 평균 3000%의 레버리지를 구사하면서 고수익을 내다 단 한 번 크게 잃은 것으로 망한 LTCM을 연상하게 한다.
이것은 KOSPI 포트폴리오가 변동성에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더 약해서 그렇다. KOSPI 포트폴리오에도 940% 레버리지를 구사해 보면 역시 2011년 8월에 파산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고수익을 얻는 한 가지 방법: 산술 평균을 기하 평균화하라
연속적(순차적)으로 베팅이 이루어지는 경우의 평균 수익률 계산은 기하 평균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특징을 교모히 이용하여 두 셈법의 유리한 점만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산술 평균의 단점은 기하 평균에 비해 수치가 높게 나오지만 단판 승부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면 기하 평균은 연속적인 승부에 사용하지만 산술 평균에 비해 수치가 낮게 나온다.
이것은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한 철학을 하나 포함하고 있다. 바로 '분산 투자'다. 아무리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주식이라도 한곳에 올인(속칭 '몰빵')하는 것은 위험하다.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데도 하락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유 기간이 짧을수록 이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므로 보유 주식의 수가 작으면 이런 경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한 종목만 투자하여 운 좋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으나 반대로 쪽박도 찰 수도 있다. 많은 종목에 분산해서 투자를 하는 것은 애초에 예기치 않은 대박이나 쪽박은 피하고, 그 선택의 품질에 어울리는 정도의 수익을 얻자는 전략이다.
흔히들 여러 개를 사면 어떤 한 종목에 특별한 행운이 왔을 때, 그것이 희석되어 버린다고 생각해서 보유 종목 수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투자는 어떤 한 종목에 특별한 불운이 왔을 때 그것을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이런 양면의 극단적 확률이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이상해서, 피해를 보는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면 초기에 정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후보 종목들의 기대 수익이 많이 차이난다면 소수 종목 보유가 정당화 될 수 있다. 만일, 어떤 한 종목에 대한 기대 수익이 다른 것들에 비해 예외적으로 높다면 단일 종목 보유도 논리적으로 정당하다. 단, 시간을 충분히 길게 잡아야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이 이런 방식이다. 지나치게 강한 확신을 갖고 있으면 굳이 분사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은 일반적으로 권할 만한 방법이 못되고 아주 오랜 시간을(예를 들면, 5년 정도) 기다릴 가오가 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워런 버핏은 10년을 기다릴 각오를 하고 산다. 그렇지만 비슷한 기대 수익을 갖는 종목이 여러 개 있다면 한개 사는 것보다는 많이 사는 것이 장기 수익을 높인다.
분산 투자란 결국, 소수의 종목으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꿈을 처음부터 접고, 종목 수가 작아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피하면서 좀 더 안정된 통계적 수익을 추구함으로써 장기 수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종적 변동성과 횡적 변동성
한 종목을 사는 것보다 여러 종목을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아 산술 평균은 동일하지만 기하 수익은 더 커진다고 했다. 이것이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횡적' 분산 투자라 하자. 반면에 '종적' 분산 투자도 있는데, 시간에 따라 나누어 사는 것을 말한다. 한 종목을 사더라도 하루에 다 사는 것보다 여러 날에 걸쳐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 이동 평균선을 상상해 보라. 매일 매일의 주가보다 이동 평균선이 훨씬 부드럽다. 이것은 한 번에 주식을 사는 것보다 여러 날에 나누어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동 평균선은 최고점에 있어서는 개별 주가보다 낮고, 최저점에 있어서는 개별 주가보다 높다. 산술 평균은 거의 일치한다. 무엇을 말하는가? 산술 평균 수익은 같은데 변동성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기하 평균 수익을 높이게 된다.
이것은 주식을 사는 또 한 가지의 핵심적인 요령을 말해 준다. 여러 주식에 분산 투자하고 아울러 여러 날에 분산 투자하면 두 단계로 변동성을 줄여 두 단계로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런 전략으로 몇 달 만에 결실을 보려하면 별로 기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여러 해를 시행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이런 관리 기술이 수익률을 조금씩 더 높여 주는 것이다.
정규 분포 사용을 조심하라
투자 세계의 통상적인 데이터는 정규 분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가공 방법이 있지만, 극한값들은 정규 분포의 성질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 이 부분을 아주 조심해야 한다.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정규 분포의 가장자리 분포를 믿어서는 안 된다. 항상 더 보수적으로 위험을 가정해야 한다. 로그 정규 분포를 가정하고, 레버리지로 인해 전체 자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이 100만분의 1 정도 있다고 나와도 실제 분포의 극단은 전혀 로그 정규 분포가 아니므로 과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 극단값의 분포는 너무 극적이어서 어떤 이론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주식 시장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극한값은 드물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런 것 대문에 어떤 투자자들은 헤징 등을 통해 리스크를 회피하는 대신 수익률의 상한을 제한하는 금융 상품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반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냥 대책 없이 당한다. 나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는 현명하지만 다소 소극적이고, 후자는 무모하다. 이런 양쪽의 투자자들로 인해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여분의 기회가 생긴다.
그림 132는 우리나라 모든 상장 종목들에 대해 임의의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4년(총 8년, 416주)간의 일주일 수익률을 모은 다음, 가장 많이 하락한 주일의 손실 폭이 (로그) 평균에서 (로그) 표준 편차의 몇 배나 아래인지를 본 것이다. 전체 종목의 평균은 -4.27σ이다. 만일 로그 정규 분포라면 이 수치는 평균 2000년에 한 번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주식들에서 8년의 기간에 일어난다. 가장 많이 하락한 경우는 -12.02σ에 이른다. -12.02σ는 영겁의 세월이 지나면 한 번 일어날 정도로 희소한 수치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 주식 시장 전체에서 11년의 기간 동안 발생했다. -6σ만 되어도 2000만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인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혀 드물지 않다.
타이밍의 어려움
꿈을 꾼다. 주식을 사고파는 최적의 타이밍이 있으리라, 어떤 기막힌 수식이나 로직이 있어서 그에 맞게 들어가고 나오는 타이밍이 있으리라. 아마도 모든 투자자가 그리는 꿈일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충분히 올랐을 때 처분하고 내리길 기다려 바닥 근처 또는 흔히들 말하는 무릎 근처에서 사면 되지 않겠는가?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들과의 인터뷰를 보면 주식을 사서 내는 수익의 결정적인 부분은 2-7%의 짧은 기간에 난다고들 한다. 여기서 '결정적'이라는 말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많은 대가들의 경험을 개략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보면 된다. "80%의 수익은 5% 남짓한 기간에 난다."는 정도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수익은 지키고 손실은 최소화할 목적으로 시장에 들어갔다 나갓다 하다 보면 결정적인 수익이 나는 시기에 시장에서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계량적 주식 투자에 대해 강연을 하고 나면 전문가 중에서도 십중팔구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 같은 사건으로 인한 폭락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감지를 하는 로직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대답한다. "그런 일을 당하면 우리도 손해를 봅니다. 우리는 항상 시장에 있습니다. 그런 타이밍을 맞출 수는 없고, 그런 시도를 하다 보면 결정적인 수익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2-3년의 윈도우로 시장을 보면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하락은 충분히 견딜 만합니다. 다만 수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 하는 데 유리한 특징을 가진 종목의 집합으로 바꾸어 가면서 현명한 운용 전략과 함께 견디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대체로 기업의 장부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상승한다. 그 사이에 대중들의 합의가 보이는 확률적 불합리성을 잘 이용한다면 시장의 장기 상승률보다 더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종합지수보다 몇 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지금까지 존재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앞으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지속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에 비해 훨신 크다. 아울러 이런 확률을 믿고 지나치게 레버리지를 키우면 단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단순한 가격이나 거래량의 흐름만으로 타이밍 투자를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으니 다른 문맥에서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문병로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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