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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투자 마인드 (4) 경기 예측, (5) 예측과 대응, (6) 분산투자

by 고니과장 2023. 3. 31.

<돈의 속성>에서 배우는 투자 마인드

4. 경제 전문가는 경기를 정말 예측할 수 있나?

없다. 아무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물론 단기간의 특정 구간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경기를 예측해 맞추는 사람은 없다. 특히 몇 달 후, 몇 년 후의 경기를 학자 혹은 전문가의 타이틀로 예측한다 해도 그들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들의 말보다 무서운 건 이들 의견에 무게를 두고 모든 재산을 거는 사람들이다. 어느 누구도 특정 주식이 내일 오를지 내릴지 모른다. 경영자인 나도 내 회사의 내년을 알 수 없다. 전문가라는 명성을 갖고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 내린다, 주가가 오른다 내린다 하는 말은 그저 그 사람의 의견일 뿐, 다른 누군가의 의견보다 비중이 큰 건 아니다. 그래서 현명한 투자자나 전문가는 사람들에게 '이 주식이 오를까요?', '앞으로 채권 시장이 어떻게 될까요?', '지금부터 반등을 할까요? 아니면 더 떨어질까요?' 같은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모릅니다.'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는 "세상에는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것을 모르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환율이나 주가 동향, 원자재 가격 등 경제 전반을 예측하는 사람이 왜 책을 팔러 다니고 돈을 받고 강연을 하며 유튜브에 광고를 해가며 근사한 전문 해설과 예측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은 예측을 하고 예측에 기대어 투자를 한다. 예측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예측이 맞지 않을 경우도 있다는 것이 진리다.

 

인류에게 주식 거래소가 생긴 지 4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예측이 가능한 이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투자 세계에는 불변의 진리가 몇 가지 있다. 경제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확신은 가장 무거운 벌로 응징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현대 경제 구조 안에서 이 규칙은 불변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때 오히려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모를 때가 아니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렸을 때가 위험하다. 심지어 그런 사람은 자신의 예측이 틀린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운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르면, 모른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조심하고 경계하며 만약을 준비하게 된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개별 투자 자산이나 회사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정보를 모을 수 있다. 또한 그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사람들이 아직 보지 못한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이 다른 곳으로 갈 때 반대로 갈 용기를 가진 사람만 이 시장보다 성공할 수 있다.


5.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2020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미국 다우지수는 3만 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폭락해 1만 8,000대로 떨어져버렸다. 온갖 경제 전문가들은 대공황 및 여러 폭락시기와의 연관성을 찾아 공포를 부추기고 대부분의 주식은 회사의 자산 가치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모든 기업과 사람들은 현금을 확보하려 했다. 주식을 산다는 건 무모해 보였다. 공포는 공포를 낳아 모두가 시장에 주식을 던져버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세계 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심지어 가치 투자와 장기 투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조차 추가 구매했던 항공사 주식을 한 달도 안 돼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고 팔아버렸다. 비관적인 전무낙들은 이 공황은 절대 V자 반등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W라느니, L 혹은 U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 나는 사실만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희망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3월 중순, 공포가 가장 극에 달했을 때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내가 이 공포 속에서 희망을 본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총 누적 숫자가 아닌 발생 비율과 발생 기간이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발생 초기에 방심하다가 발생이 증가하고 공포가 가장 극심해질 무렵부터 한 달이면 안정화되기 시작하는 패턴을 보였다. 나는 발생 건수가 아닌 발생 비율에 주목했다. 발생 비율을 기준으로 삼으면 최고 지점을 막 지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시장은 지금 현재 상황보다 이 상황의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 주식시장의 미래가 현재에 있지 않은 이유다.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 가리키는 미래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투자가 성공했는지는 수년이 지난 후에 알게 되겠지만 아주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2만 9,000대에서 3만을 앞두고 아무 걱정 없이 호황을 누리던 시간에 사실은 가장 리스크가 컸고, 거의 모든 사람이 거대한 공포에 떨고 투매가 이루어진 시점에 가장 리스크가 작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는 이렇게 극적인 V자 반등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예측을 하고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와도 대응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단숨에 얻었을 뿐이다.

 

예측에 따라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예측이 틀리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언제나 대응인 것이다.


6.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투자 격언 중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격언이다.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 하면 서로의 리스크를 상쇄하며 위험도를 낮추게 되는데 이를 포트폴리오 효과라고 한다. 헤지펀드의 대가 레이 달리오도 "투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전략적 자산배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분산과 자산배분을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바구니 전체를 한 선반에 올려놓는 일이다. 투자라는 개념에서 여러 주식을 나눠 구매하는 것은 바구니만 여러 개일뿐, 같은 선반에 올려져 있는 것과 같다. 선반이 쓰러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부동산 투자를 주식 투자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만약 그가 부동산에만 투자하면서 아파트, 땅, 사무실, 상업용 임대건물에 각각 전 재산을 투자해 놓았다면 이건 분산투자라 할 수 없다. 선반이 무너지면 아파트도 땅도 사무실도 임대건물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투자에는 예금, 적금, 부동산, 주식, 채권, 현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한 시장 안에서 이런저런 상품을 사놓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격언에 따랐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좋은 포트폴리오는 투자자에게 '평상심'을 유지하게 해 준다.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투자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채권과 주식에 50대 50으로 분산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메어 스탯먼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열 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돌발성 위험의 84%를 제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너무 많은 분산은 이익도 분산시켜 버리기에 각 시장 안에서 개별적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자산을 모을 때는 집중투자를 하고 자산이 자산을 만들어낼 때는 분산투자를 지킨다. 이 자산이 반드시 지켜야 할 자산이라면 몽땅 선반 위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 잃지 않고 천천히 차곡차곡 버는 것이 가장 빨리 많이 버는 방법이다. 


- 김승호 <돈의 속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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