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매수 타이밍이란?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 나오는 매수 타이밍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라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든다. 아래는 본문의 내용. (조금 내용이 길지만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그러나 출중한 능력과 성실성을 갖춘 최고 경영진은 즉시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는 데는 몇 주 정도만 있으면 되지만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계획의 결과가 순이익에 반영되기 시작하자 주가는 매수 시점(이 지점을 일단 A라고 부르도록 하겠다)에 도달했다. 그러나 계획 실행에 따른 효과가 손익계산서에 전부 반영되는 데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이 시점에 또다시 파업 사태가 벌어졌다. 두 번째 파업을 해결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 회사가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시험대였다. 파업 사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파업 기간이 짧고 생산 손실액도 크지 않았다고는 해도 증권가에는 이 회사의 노사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회사 측에서는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나 주가가 바닥에 머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이 시점이야말로 적절한 매수 타이밍이라는 시각에서 보자면 최고의 매수 기회다.(이 지점을 매수 지점 B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보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상을 파악하려는 투자자라면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계속 상승할 주식을 바로 이 시점에 아주 싼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수 지점 A 혹은 매수 지점 B 둘 중 어느 시점에 사도 매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두 지점에서 주가가 최저치로 떨어졌으므로 이 때 사라는 게 아니다. 사실 주가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을 때는 거래량이 기껏해야 몇 백 주 정도로 줄어든다. 만약 어떤 종목의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매수했다면 그것은 오로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내가 제시한 두 개의 매수 지점 가운데 하나는 최저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고, 또 하나는 최저가보다 몇 달러 정도 높은 지점이다. 어느 지점이나 이 정도 주가 수준에서는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져 몇 천 주 정도는 쉽게 살 수 있다. 내가 주가를 이야기할 때는 적어도 상황을 현실적으로 판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시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매수 지점 A에서의 주가는 앞서 기록한 고점으로부터 불과 몇 달 만에 24%나 떨어졌다. 이 지점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약 1년 뒤 주가 상승만으로 55~60%의 투자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파업 사태가 벌어져 주가는 20%나 도로 떨어졌고, 매수 지점 B가 만들어졌다. 이상한 것은 파업이 해결된 뒤에도 몇 주 동안이나 주가는 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때 대형 투자신탁회사에 근무하는 영리한 친구 한 명이 나에게 지금 상황은 아주 좋으며 분명히 이렇게 저렇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친구는 그러나 자신이 다니는 회자의 투자 위원회에는 이 주식을 추천하지 않았다. 투자 위원회에서는 그가 추천한 종목을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확인해볼 것이고, 그러면 단순히 추천 종목을 기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노사 관계가 형편없고 경영진의 능력도 뒤떨어지는 기업에 신경을 쓰게 했느냐고 면박을 당할 게 틀림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지음) p.138~139
위 내용에서 재미있는 점은 매수 타이밍에 대한 생각이 개인 투자자들이 하는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시중의 많은 투자자들이 바닥을 콕 집어 투자해야 한다는 환상을 품고 있으며, 시황이나 차트, 지표 등의 각종 분석을 통해 최저점을 맞출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반면 대가의 매수 타이밍은 그 기준부터가 다르다. 매수의 기준이 주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합당한 상황에서 매수를 하는 것이며 따라서 당연히 매수 이후의 주가는 오를수도 내릴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수 기준에 대해서는 필립 피셔 뿐만 아니라 다른 대가들 역시 언급하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나는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매수하고 있는지 꾸준히 의식해 볼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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