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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1장 확률의 게임

by 고니과장 2019. 9. 26.

1장 확률의 게임

 

그들의 출항은 대단한 꿈과 낙관적인 용기로 시작된다. 1개월에 10%의 수익만 꾸준히 올린다면 좀 적게 잡아도 1년이면 잔고가 두 배로 늘어나리라. 3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시작하면 5년이면 9억 6000만원이 될 것이다. 달콤하고 푸른 미래가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 중에 그 긴 항해에 필요한 장비나 기술을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얼마 뒤 형편없이 쪼그라든 자신의 계좌를 후회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낚싯대만 던지면 고기가 그냥 올라오는 줄 아는 초보 낚시꾼과 같고, 물건만 만들면 팔릴 줄 아는 초보 사업가와 같다.

시장에서 전해 내려오는 많은 이론들이 데이터로 검증해 보면 작동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실체를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작동하는 것들은 어떤 것인지 수치와 확률로 보여 주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독자들이 계량적 마인드의 중요성을 감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공부를 안 하는 투자자

평균적인 투자자는 공부를 너무 안 한다. 하더라도 핵심에서 크게 벗어난 비효율적인 공부를 한다. 입시생에게 효과가 있는 공부 방법을 오답 노트라는 것이 있다. 시험에서 틀리는 부분은 자꾸 틀리게 되는 경향이 있어 자신이 틀린 문제들을 정리하고 분석하면 향후에 더 좋은 점수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 주식 투자도 비슷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매매 역사를 기록해서 분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자신의 투자 행태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우치지 못한다.

기초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인상적인 수익을 내기 힘들고, 투자 후 편안한 잠을 청하기도 힘들다.

 

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덤비지 마라

단순히 생각해서 이 기간 중에 모든 종목을 사 놓으면 6개월마다 6.67%씩 벌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 12년간 371%의 수익을 내고 원금이 4.7배로 불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 기간에 그렇게 투자했다면 고작 64.7% 근처의 수익을 냈을 것이다. 6개월마다 2.1%씩 수익이 난 셈이다. 6.67%를 구성하는 데이터의 '변동성' 때문에 수익률이 6.67%가 아니라 2.1%가 된 것이다.

변동성이 투자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직관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기하 평균'과 관련이 있는데, 그 의미를 모르면 투자를 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장기 투자의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고 예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투자 집단은 지난 1년간의 월별 수익률을 모두 더한 다음 12로 나누어 월평균 수익률을 자랑하는데, 그 결과가 플러스라도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 간단한 원리에 무심하다. 이 책에서 지겨울 정도로 기하 평균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독자가 기하 평균의 중요성 하나만 느낄 수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극단적 계량 투자자

포커 판이나 주식 투자에서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확률과 수치적 맥락에서 인지하고, 예후에 대한 확률적이고 계량적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천지 차이가 난다. 확률적 판단을 하는 투자 주체에게는 이익을 내거나 손실을 내거나 모두 확률적 전개의 일부다. "이거 왜 이러지?", "미치겠네!", "와, 대박이다!"와 같은 얼치기 감정은 없다. 이런 감정이 개입되는 크기와 장기적 승자가 될 확률은 반비례한다.

 

상한가 15%이면 하한가는 -13%

여기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핵심적 원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술 평균의 관점은 단 하루의 투자 또는 동시 투자에 대한 관점이고, 기하 평균의 관점은 장기간 반복되는 투자에 대한 관점이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겠지만 이 둘의 차이를 모르고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돈이 많을수록 증식되는 속도가 빠르다?

증권 계좌 잔고의 100%를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데, 똑같은 종목으로 같은 시간에 매매해도, 잔고의 50%만 투자한 사람은 잔고가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것도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차이 때문이다. 위험 관리, 변동성 관리와 상관이 있는데 이는 5장에서 본격적으로 언급하게 될 것이다.

 

분산 투자란 단순히 나누어 사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라고 한다. 실제로 한 종목을 사는 것보다 여러 종목으로 나누어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 비슷한 매력을 가진 종목이 여럿 있으면 한 종목을 사는 것이나 여러 종목을 사는 것이나 산술 평균 수익의 기대치는 같다. 하지만 여러 종목으로 나누어 사면 변동성이 더 작아진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산술 평균은 같은데 변동성이 더 작으면 기하 수익(복리 수익)이 더 높아 수익이 더 커진다. 이러한 분산투자와 관련된 변동성 이외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변동성이 있는데 바로 시간에 대한 변동성이다. 분산 투자를 한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시간에 대한 변동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종목을 사더라도 하루에 다 사는 것보다 여러 날에 걸쳐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 이평선을 상상해 보라. 매일 매일의 주가보다 이평선이 훨씬 부드럽다. 이것은 1년에 한 번 주식을 사는 것보다 오랫동안 나누어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평선은 최고점에 있어서는 개별 주가보다 낮고, 최저점에 있어서는 개별 주가보다 높다. 개별 주가의 전체 평균과 이평선의 전체 평균은 거의 일치한다. 산술 평균 수익은 둘이 같은데 변동성은 이평선이 작다. 이런 성질이 복리 수익을 높여 준다.

 

외국인의 봉에서 벗어나라

시장은 데이터로 넘치지만 의사 결정의 주된 프로세스는 65년 전에 케인스가 동물적 기상이라고 했던 방식의 틀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한 상태다. 주식 시장의 데이터를 계량적으로 관조할 수 있으면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보편적 어리석음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 전개되는 확률적 움직임의 본질을 많이 알면 알수록 투자 호흡은 길어지고, 정신적으로 안정된 투자를 할 수 있다.

 

과학자의 고뇌: 세상이 온통 어림셈이라고?

이것이 노이즈를 제공하고 투기를 부른다. 이런 확률적 불안함으로 인해 생기는 노이즈,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불합리성이 초과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식 투자에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은 '운 좋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운 좋게'라는 것이 '우연히'라는 의미는 아다. '운 높게'라고 표현하면 될까? 제대로만 하면 운의 크기를 자신이 미리 결정할 수 있다.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이 이 부분에 있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을 궁리해야 한다.

 

인간의 한계

나는 이 현상을 인간의 약점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되며, 인덱스 펀드의 필요성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기계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말하는 데이터라고 본다.

초보든 전문가든 감정은 투자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이다. 기계화된 투자 수단이 없으면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자신이 세운 철학과 규칙에 따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간의 두뇌라는 것은 주관적이어서, 여러 현상을 경험했어도 자신이 가장 기뻤던 상황이나 가장 깊은 공포를 경험했던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가중치를 주게된다. 케인스는 동물적 낙관주의에 근거한 비합리적인 행동이 경기 순환의 주된 요인이라고 보았다. 즉, 사람의 판단이라는 것이 기껏 동물적 느낌에 의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인간의 머릿속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 거기다가 감정적인 가중치까지 더해지니 감정 없이 투자하는 기계에 비해 많이 불리하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좋은 수익으 내려면 감정적 가중치에 의해 결론이 왜곡되기 힘들 정도로 단순한 모델을 고수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주 단순한 모델로 시간의 횡포를 견디며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시장 수익률을 이길 수 있는 현명한 길이다. 복잡한 모델로 승부하려면 방대한 탐색 능력을 가진 컴퓨터 알고리즘을 당해 낼 수 없으니 단순하게 가는 것이 좋다.

 

단기적으로 우매한 대중 행동의 장기적 합은 합리적이다

대부분의 대중은 시장의 장기적 안정이나 합리성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움직임에 더 관심이 많다. 주식 시장의 단기적 움직임에 관해 공부를 한 사람이면 다 느낄 것인데, 대중은 비합리적이고 싶어서 못 견디는 사람들 같이 움직인다. 우습게도 주식 시장의 장기적 합리성은 대중의 이런 단기적 비합리적 행동들이 중첩된 결과로 나온다. 이런 면에서 주식 시장은 '창발적'이다. 창발성이란, 하위의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지는 상위의 산출물에 하위 요소들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이 생기는 현상을 총칭한다. 또한 창발성은 '복잡계'를 대표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주식 시장의 단기적 움직임은 예측하기가 힘든 반면, 장기적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장기적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도 데이터가 너무 방대하고 노이즈가 산재해 있어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데이터 처리 능력이 제한된 개인이 이런 일을 하려면 인자의 수를 대폭 줄이고 모델을 최대한 간명하게 하면 장기적으로 유의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정말 개인 투자자가 이런 방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사실, 90%는 못 얻는다. 안 되기 때문이 아니고, 못 기다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년 동안 온갖 일이 다 일어난다.  장기적 움직임에 대한 지식과 확신, 훈련된 행동 양식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좋은 선택을 해 놓고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단기적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다. 하락하면 불안해서 처분하고, 상승하면 도로 돌아갈까 봐 처분한다.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것도 현명한 짓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식을 적정한 기간보다 훨씬 짧게 보유한다.

시장은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장기적 합리성에 기대는 편이 현명한 투자자의 길이지만 사람이 감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다.

 

운영 전략의 중요성

그러나 이런 패턴을 기다려 투자를 한다고 해도 운용 전략이라는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 같은 패턴으로 해도 어떤 운용 전략은 6개월당 18%의 복리 수익이 나고, 어떤 전략은 25%의 복리 수익이 난다.

섀넌은 동전을 던져서 2배를 받거나 반을 돌려받는 게임에서의 배팅 금액을 결정하는 균형 복원 포트폴리오라는 간단한 운용 전략이 수백 회 반복되면 잔고가 수백만 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이 전략의 핵심을 간파하고 이를 일반화한 것이 같은 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켈리인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켈리 베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궁금적으로 기하 평균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기하 평균은 대략 '장기 복리 수익'과 비슷한 의미라 생각하면 된다.

 

-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문병로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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