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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나는 오를 땅만 산다 - 김종율(옥탑방보보스)

by 고니과장 2021. 1. 16.

올라도 못 사고 오르지 않아도 못 사고

 가끔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에게 토지 물건을 권할 때가 있다. 똑같이 권유했음에도 수강생 중에 누군가는 물건을 사고 누군가는 포기한다. 기회가 왔음에도 번번이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는 수강생들의 답변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선생님, 오르면 올라서 못 사고, 안 오르면 안 올라서 못 사겠어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세 명의 수강생에게 투자를 권한 토지는 지하철 착공 예정 지역에 있는 농지였다. 당시 농지 가격은 3.3㎡당 50만 원이었다. 수강생 A는 50만 원에 농지를 매입했다. 수강생 B와 C는 결정을 미뤘다.

 그리고 1년쯤 지나 정말 지하철이 착공됐다. 그러고 나닌 해당 농지는 단번에 3.3㎡당 70만 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B와 C는 어떻게 했을까.

 수강생 B는 70만 원의 오른 가격으로 농지를 구입했다. 나는 착공 이전 농지 가격이 50만 원, 착공 시점에 70만 원이라면 공사가 완료될 즈음엔 150만 원까지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하철이 개통할 즈음에는 역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는 나의 예측을 믿고 투자했다.

 그런데 C는 이번에도 결정을 미뤘다. 50만 원이던 땅을 1년 만에 70만 원을 주고 사려니 아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사에게 작년 가격으로 맞춰달라고 했지만 들을 리 만무하다. 어느 누가 시세보다 싸게 땅을 내놓겠는가. 물건에 문제가 있거나 급히 재산을 처분해야만 하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누구든 제값을 받고 싶어 한다.

 결국 C는 가격 조정이 되지 않아 투자를 미뤘다. 토지투자를 하다 보니 C와 같은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올해에 작년 가격'으로 사려고 덤비기 때문에 투자를 잘하지 못한다.

 경매가 아닌 이상 한참 가치가 오르는 지역에서 '작년 가격으로 올해에 물건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C처럼 별 소용도 없는 말을 부동산중개사에게 건네곤 한다.

 "혹시 급매로 평당 50만 원(작년 착공 전의 가격)으로 나온 매물이 있으면 연락 좀 주세요."

 과연 연락이 올까. 오지 않는다. 그런 매물이 있지도 않거니와, 있다 해도 당신에게 돌아갈 행운은 없다고 봐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보자. 일정 시점이 지나도 땅값에 변화가 없다면 어떨까. 투자를 못 하는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투자를 접어버리기 일쑤다. 앞으로도 가격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 때문이다. "가격이 올라도 못 사고 오르지 않아도 못 산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다.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 가격은 결코 정비례로 상승하지 않는다. 그래프로 나타내자면 위의 <도표 1-1>과 같다.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일지라도 땅값이 바로 상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한참 지난 후 호재가 가시화되면 조금 오르고, 그 호재의 실현이 임박했을 때 실수요자(또는 개발업자)가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오른다. 몇 단게에 걸쳐 어느 수준까지 가격이 오르면 상승폭은 둔화되고 보합세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특히 대다수의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는 2~3년 만에 10년간 오를 부동산 가격의 80% 가량이 오른다. 따라서 투자 시 가격이 오르는 시점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욯다.

 개별공시지가가 오르듯, 호재 지역의 토지가 매년 꾸준히 일정한 비율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오판이다.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 가격은 일정한 상승률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요약하자면 개발 호재 지역의 토지 가격은 상승하지만, 기간에 따른 상승폭은 일정하지 않다. 투자자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 "가격이 올라도 못 사고 오르지 않아도 못 산다"는 '투자 결정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김종율(옥탑방보보스), <나는 오를 땅만 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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