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성장률의 의미
- 한재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경제 성장률의 의미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9년 이후부터 2022년까지 44년간 중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9.1%에 달했습니다. 대단한 속도입니다. 경제 규모로 따지면 약 280배 증가했습니다. 그 어느 시기의 그 어떤 국가도 이루지 못한 놀리운 실적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엄청난 업적임을 찬탄하면서 경이의 눈으로 지켜보면 그만일까요? 혹은 그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해야 한까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갈수록 낯아지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률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경제의 잠재적인 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요? 이처럼 중국의 경제성장 및 성장률과 관련된 질문은 많습니다. 이번 장의 주제는 많은 질문 거리가 숨겨저 있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입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률 달성은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지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의 독재에도 불구하고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니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얻은 경제적 과실을 국민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입니나다. 사실 체제나 이념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인기 높은 정지인이라고 해도 경제가 이려위지면 다시 집권하기 어럽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숱하게 증명된 사실입니다.
중국은 보편적인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민 여론에 민감한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중국 국민들이 공산당 독재를 필요악으로 받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를 공산당이 어떻게는 해결해왔고 또 그럴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개념 중 하나가 소위 현능주의 내지 실적주의로 번역되기도 하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입니다. 중국의 지도자는 서구처럼 선거민주주의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빈곤 퇴치나 경제성장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관료들 중에서 뽑힌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은 철저한 메리토크라시 제도를 통해 검증된 공산당원들을 충원해왔고 또 그들이 지배층을 형성했으므로 플라톤이 말한 일종의 철인지배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로 대표되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적절한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한디는 것은 무능함의 다른 표현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높은 경제 성장률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논의는 체제 안정이라는 전제하에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안정보다 후순위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치적 안정이란 중국공산당 집권의 안정성을 의미합니다. 이와같은 사실은 2022년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정부가 고집스럽게 11월까지 '제로코비드(zero-covid) 정책'을 유지한 것에서 확인할수 있습니다. 2022년 2/4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0.4%에 그치면서 사상 두 번째로 낮은 분기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로코비드 정책'을 급격히 완화하거나 폐지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다면 중국 정부는 감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회불안은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정치적 위험 요인이니까요.
그처럼 예민한 시기에 중국이 다른 나라와 같이 '위드코로나 정책'을 실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정치적 안정이 우션이라는 전체를 제외 한다면 중국은 경체 성장률을 일정 수준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중국이 처한 이런 상황은 자전거 타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가 어느 정도 이상의 속도를 내면서 나아가야 넘어지지 않는 것처럴 적절한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중국공산당은 넘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친환경, 금융 리스크 관리,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거창한 구호들은 잠시 한쪽으로 밀어두고,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부양 정책을 쏟아내는이유입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률 달성은 지상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달성하면 그동안 미뤄놓았던 구조적 개혁 문제들을 다시 손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 지표의 신뢰 문제
중국은 매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그해에 달성해야 할 주요 경제지표의 목표치를 발표합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지표가 경제 성장률이죠. 그동안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제 성장률 목표치와 실적치를 비교해보면 대부분 실적치가 목표치
보다 높았습니다.
이처렴 실적치가 목표치를 거의 매번 초과한 현상은 다음 2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중국경제의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초과 실적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중국 정부가 달성하기 쉽게 일부러 목표치를 낮게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에서 말하는 잠재성장률이란 무엇일까요? 노동이나 자본 등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유지되는 GDP의 증가율로,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 능력을 의미합니다.
한편 2가지 해석 이외에 다른 주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중국정부가 발표한 공식 경제 성장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이슈입니다.
경제 성장 전망
한편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경제 규모가 작을 때는 5%, 10% 성장하기가 그리 어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질수록 똑같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휠씬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2021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총 115조 위안 수준이었습니다. 이 정도 경제 규모가 5.5% 성장한다는 것은 5년 전의 7.4%. 10년 전의 10.5% 성장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죠. 결국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라 성장률은 자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경제도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이후 중국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글로벌 경제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정치적 다극화 체제 속에 전략적 목적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저부가가치 공산품은 기존과 같이 저임 노동력에 기반한 저원가 생산이 가능한 지역에서 공급이 이루어지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전략적 물자는 자국이나 친화적인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긴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중요한 상품은 조금 더 비용이 든다 해도 자기 나라나 동맹국에서 생산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추세에 가장 큰 영항을 받을 국가가 중국이겠지요. 다만 이 과정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양호한 인프라, 노동력의 질라 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국가는 없기 때문입니다. 너구나 중국 스스로 저부가가치 생산은 여타 국가로 이전하려는 경항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정제 자체가 체질 개선 중이라고 할까요?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디음과 같습니다. "중국정제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는 경제 규모가 니부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경제는 지금 담당하고 있는 세계의 공장으로시 역할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추세와 중국 자체의 성장 전략 전환 등으로 중국에 세계에 공급하는 제품은 점차 변화할 것이다."
- 한재현 <중국, 마오타이와 알리바바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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