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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워런 버핏이 말하는 미스터 마켓

by 고니과장 2023. 4. 13.

워런 버핏이 말하는 미스터 마켓


1.
찰리와 나는 버크셔 보험사 계좌로 보통주를 살 때마다 비상장회사를 산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삽니다. 우리는 회사의 경제성을 내다보고, 회사 경영자들을 살펴보며, 가격이 적정한지 검토합니다. 언제 얼마에 팔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회사의 내재가치가 만족스러운 속도로 증가한다고 예상되는 한, 주식을 무기한 보유할 생각입니다. 투자할 때 우리는 자신을 기업분석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분석가로도, 거시경제분석가로도, 심지어 증권분석가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유 주식의 거래가 장기간 중단되어도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월드북이나 펙하이머의 주가가 매일 나오지 않아도 걱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투자 실적은 우리가 보유한 기업의 실적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2.
나의 친구이자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오래전에 시장의 등락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르쳐주었는데, 이것이 투자 성공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레이엄은 매우 싹싹한 친구 미스터 마켓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비상장회사를 당신과 함께 경영하는 미스터 마켓은 호가를 제시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가격을 제시하면서 당신의 지분을 팔거나 자신의 지분을 사라고 제안합니다. 둘이 함께 경영하는 회사는 실적이 안정적인데도 미스터 마켓이 제시하는 가격은 들쭉날쭉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가엾은 친구는 불치의 정서질환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행복감에 젖어 사업에 긍정적인 요소만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을 때에는 매우 높은 가격을 부릅니다. 당신이 자신의 지분을 헐값에 낚아채서 막대한 이익을 빼앗아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때로는 우울해져서 사업에 다가오는 난관만을 바라봅니다. 이럴 때에는 매우 낮은 가격을 부릅니다. 당신이 지분을 자신에게 팔아넘길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미스터 마켓에게는 사랑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당신이 무시해도 그는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그가 오늘 제시하는 호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그는 내일 다시 와서 새로운 호가를 제시합니다. 거래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이런 조건이면 그의 조울증이 심할수록 당신에게 유리합니다.
 
그러나 무도회에 간 신데렐라처럼 당신에게도 주의할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자칫 마차가 호박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미스터 마켓은 당신의 스승이 아니라 하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에게 유용한 것은 그의 지혜가 아니라 돈입니다. 언젠가 그가 어리석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당신은 그를 무시해도 좋고 이용해도 좋지만, 그의 영향에 휩쓸리면 재난을 당하게 됩니다. 실제로 당신이 미스터 마켓보다 사업을 훨씬 잘 이해하고 평가한다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그와 거래해서는 안 됩니다. 포커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30분 동안 게임을 하고서도 누가 봉인지 모른다면 자신이 봉이다."
 
3.
투자 조언을 듣는 사람들에게 시장의 비밀이 과연 가치가 있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 생각에 성공 투자는 심오한 공식, 컴퓨터 프로그램, 주가 흐름을 나타내는 신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동시에, 무섭게 확산하는 시장심리에 휩쓸리지 않을 때 성공할 것입니다. 나는 그레이엄이 가르쳐준 미스터 마켓 개념을 마음 깊이 새겨둔 덕분에 시장심리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4.
그레이엄의 가르침에 따라 찰리와 나는 일간 주가나 연간 주가가 아니라 영업 실적을 보고 우리의 투자가 성공했는지 판단합니다. 시장이 영업 실적을 당분간 무시할 수 있지만 결국은 확인해 줄 것입니다. 그레이엄은 말했습니다.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인기도를 가늠하는 투표소와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체를 측정하는 저울과 같다." 기업의 내재가치가 만족스러운 속도로 증가하기만 한다면 사업 실적을 빨리 인정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늦게 인정받는 편이 더 유리합니다.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더 살 수 있으니까요.
 
5.
물론 시장이 기업을 내재가치보다 높게 평가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보유 주식을 팔 것입니다. 때로는 공정하게 평가되었거나 저평가된 증권을 팔 수도 있습니다. 더 저평가되었거나 우리가 더 잘 이해하는 증권을 사야 한다면 말이죠. 그러나 단언하건대 단지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우리가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팔지는 않습니다. 월스트리트 격언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것은 "이익을 실현한다고 거덜 나는 법은 없다"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본 이익률이 만족스럽고, 경영진이 유능하고 정직하며, 주가가 과대평가되지 않는 한, 어느 정권이라도 기꺼이 무기한 보유할 것입니다.
 
6.
찰리와 내가 장기간 보유하려는 것은 우리의 개성인 동시에 실적을 고려한 것입니다. 우리가 괴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거래에 집착하는 월스트리트 사람들에게 우리 태도는 야릇하게 비칠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기업이든 주식이든 사고파는 원자재로만 보니까요. 그러나 우리 태도는 우리의 개성이자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처칠은 말했습니다. "우리가 집의 모습을 만들어내면, 이후에는 집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미없고 불쾌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대신, 정말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적정 수익을 올리고자 합니다.


- 워런 버핏 원저, 로렌스 커닝햄 편저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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