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처음에는 나폴레옹의 말에 귀을 기울었다가 나중에는 스노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들은 어느 쪽이 옳은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 나폴레옹이 말할 때는 나폴레옹이 옳은 것 같았다가 스노볼이 말할 때는 스노볼이 옳은 것 같았다. 늘 그런 식이었다.
그해 내내 동물들은 노예처럼 혹사당했다. 그러나 그런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복하기만 했다. 힘든 노동이나 희생을 조금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자신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며, 게으름 피우고 착취하는 인간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동물들은 다시 한 번 막연하게나마 불안감을 느꼈다. 인간들과는 어떤 교섭도 하지 않는다, 상거래는 하지 않는다,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다 - 이런 결의야말로 존스를 쫓아낸 후 승리에 찬 첫 회합에서 확정한 최초의 결정이 아니었던가? 모든 동물들은 이런 결의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노래는 이제 필요 없게 되었소, 동무.” 스퀼러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영국의 동물들>은 반란의 노래입니다. 그러나 반란은 이제 완수되었지요. 오늘 오후에 있었던 반역자 처형이 그 마지막 행동이었어요. 이제 안팎의 모든 적을 물리쳤습니다. 우리는 <영국의 동물들>에서 다가올 미래에 이룰 더 좋은 사회에 대한 동경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회가 이루어졌단 말입니다. 그러니 분명히 이 노래는 더 이상 아무런 목적이 없는 짓이지요.”
- 조지 오웰, <동물농장> 중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