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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인생의 네비게이션

by 고니과장 2019. 2. 6.

인생의 네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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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명절 귀성길, 정체가 심한 탓인지 네비게이션은 새로운 경로로 길안내를 시작한다. 새로운 경로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길이지만 예상도착시간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제 때 고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네비의 안내대로 우회전을 하기 위해 깜빡이를 켜고 우측 차로로 진입하자 조수석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안돼! 우회전 하면 안돼! 그쪽으로 가면 안돼! 직진! 직진! 네비가 이상한 길로 안내하네. 쓰ㅡ읍”

주무시는 줄 알았더니, 아버지가 어느새 깨셔서 낯선 길로 가려하는 날 보고 다급히 외치셨다. 아버지 지시를 무시하고 네비가 가리키는 길로 가면 또 잔소리가 시작될테지... 나는 아버지와 말다툼 하기도 싫고, 더욱이 고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없기에 아버지의 고집대로 운전대를 돌린다.

그렇게 네비의 안내를 무시하라는 아버지의 지시는 몇번 더 반복되었고, 예상도착시간은 하염없이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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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

나는 인생에도 네비가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나의 목표까지 안전히 도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멘토의 존재를 항상 갈망해왔다. 물론 주변에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이들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지식은 구시대의 유산으로 현재의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틀린 대답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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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세대에는 네비게이션이란 게 없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개개인의 경험에 의존해서 운전을 해왔고, 그 길이 맞는지 틀린지에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본인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하여 판단을 내렸고, 본인이 맞다는 오만스런 착각 하에 당당히 남을 가르치기까지 할 수 있었다. 

이는 운전 뿐만 아니라 인생까지도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다", "돈에 욕심내서는 안된다", "주식은 하면 안된다", "빚은 지는게 아니다", "돈은 땀흘려 벌어야 한다", "결혼은...", "직장은...", "인생은..."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리에게 잘못된 안내를 해주는 이들이 많다. 

과거엔 고학력자는 귀했고, 일자리는 많았다. 공무원은 인기가 없었고, 고금리 덕에 저축만 잘해도 쉽게 자산을 불릴 수 있었다. 근면성실하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었고, 대박의 기회역시 많았다. 

지금은 대학졸업장이 가치가 없고, 일자리는 부족하다. 공무원을 하려고 난리고, 월급만으로는 평생 노예처럼 살아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서는 답이 안나온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지식, 그것도 개인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 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시대에서 성공한 부류에 속하는가.

운전은 굳이 네비를 따르지 않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수 있을지 모른다. 다소 늦어지는 것만 감수한다면. 하지만 인생에서 그랬다간 영원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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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와 말다툼 하기도 싫고, 더욱이 고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없기에 아버지의 고집대로 운전대를 돌린다. 그런 일은 몇번 더 반복되고 예상도착시간은 하염없이 늘어만 갔다. 아버지께 왜 네비가 가는 길로 가면 안되는지, 저쪽은 길이 안좋은지 조심스레 물었다. 나의 질무에 돌아온 아버지의 대답은

"내가 안가봤거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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