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지금 중국 주식 1000만 원어치만 사두면 10년 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고?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고니과장 2023. 8. 22. 20:02

지금 중국 주식 1000만 원어치만 사두면 10년 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고?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 주식 1000만 원어치만 사두면 10년 후 강남 아파트를 산다고?'

서점의 투자 코너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 권의 책을 펼쳐 들였다. 책은 자산 권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중국 시장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 증시는 상승일로였다. 선진국은 이미 저성장 시대에 접어는 반면 아직 개발 여력이 남아 있는 나라는 중국뿐인 것 같았다. 나는 이 절호의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5년 6월, 처음으로 해외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비록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업 종목이었지만, 책 저자인데다 투자 전문가의 추천이니만큼 철석같이 믿고 20개 종목을 샀다.

나의 첫 해외 주식 투자의 결과는 어떴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로 끝났다. 중국 주식을 매수한 지 2주만에 중국 시장이 대폭락을 맞이했고, 종합 주가 지수가 곤두박질치면서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수차례 걸렸다.

내가 중국 주식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주변 동료들은 괜찮냐며 걱정했다. 나는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 주식을 사야 한다며 이건 기회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추가 매수와 물타기(하락장에 추가 매수)를 감행했다.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20개 종목을 월급 탈 때마다 꾸준히 매수하며 지분을 늘려갔다. 그러나 연일 폭락이 이어지자 두려움에 결국은 계좌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니는 이 시기에 '계좌를 시퍼렇게 멍들게 하는 착각' 세가지를 하고 있었다.


1. 왜 내가 사면 떨어질까?

'내가 사면 떨어진다'는 불문율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물론 시장은 내 행동에 관심이 없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는 말처림, 까마귀는 날았을 뿐이고 때마침 배가 떨이진 것뿐이다.


30여 년의 상하이증권거래소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버블이 발생했던 때가 나의 투자 시점이었다. 2015년 버블 발생 원인은 외국인이 중국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제도 완화 때문이었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투자자들이 일시에 대거 몰리면서 주가는 사상 최고점을 항해 돌진했고, 때마침 그때 나는 '상투'를 잡았던 것이다. 나는 착각 속에 있었다. 주식시장의 상승 분위기가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다. 영원하지는 않더리도 내가 투자하는 동안에는 상승이 지속될 거라고 믿었다. 아니, 그러기를 기도했다.


초보 투자자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시기는 대개 주식시장의 불꽃 축제가 가장 요란할 때다. 이 불꽃 축제의 마지막이 가장 화려한 이유는 나와 같은 초보 투자 세력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인내심을 배우지 못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화뇌동한다. 부화뇌동의 무리가 시장 전반을 휩쓸 때쯤이면 시장 거품도 빠르게 사그라든다. 거품이 꺼진후에는 시장 폭락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사후적으로 출몰하지만, 시장은 단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2. 전문가 추천 종목인데 괜찮겠지?

중국 주식 종목 선택은 철저하게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존했다. 중국 금융 전문가들이 쓴 책을 보면서 발굴한 종목이니 믿어 의심치않았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심혈을 다해 추천 중목을 선별했으리라. 문제는 내 선택을 남에게 의존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내가 투자한 20여 개 종목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우량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1000만 원으로 10년 뒤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데 무얼 망설이겠는가?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매수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투자 종목은 철저히 개인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정보를 탐색하고 스스로 제품과 서비스를 체험해보면서 종목을 선별해나가야 한다. 자신이 정말 좋아서 택한 기업이 아니라면 약간의 하락장에도 주식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강세장에 사서 약세장에 파는 반복적인 행동은 여기서 출발한다.


3. 그래도 불안하니까 분산 투자를 해야겠어!

나는 분산 투자를 위험을 막아주는 부적쯤으로 여졌다. 막연한 불안함을 종식시키기 위해 자본금을 쪼개고 또 포겠다. 하지만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 종목을 수십 개 가지고 있는 것에 '분산 투자'라는 이름을 붙여두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많은 종목에 투자하니 마음이 몹시 혼란스리웠있다. 주가가 왜 오르는지 왜 떨어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20개 종목을 붙잡고 하나하나 확인하기도 버거웠다. 거의 3개월 가까이 하락장 물타기를 했지만, 확신도 없고 두려웠다. 마치 마음이 20개로 쪼개져 있는 것만 같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굳이 분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됐다. 일정 부분 현금을 보유하면서 내가 잘 이는 2-~3개 정도의 알짜배기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편이 나았다. 아직 자본금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쪼개서 투자한다면 실효성보다는 피로감이 더 크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은 달걀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일단은 달갈을 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본업에 집중하면서 긴호흡의 투자로 종목을 조심스럽게 확장해나가는 편이 더 낫다. 한번에 수십여 개로 종목을 펼쳐놓게 되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달걀로 저글링을 하는 셈이다. 차라리 달갈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최선을 다해 지키는 편이 더 좋다.


이처럼 폭락장 속에서 힘들었던 경험은 내가 투자의 방향을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나의 착각 세 가지는 사실 지금도 가끔 반복된다. 그런 만큼 나는 늘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승도 하락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하며 스스로 종목을 선택하고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이어같 수 있을 것이다.


- 한주주 <돈 버는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